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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칸센, 만리장성 넘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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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칸센, 만리장성 넘을 것인가

프,독,일 93년 한국고속철도에 이어 치열한 외교전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를 연결하는 1천3백km 구간의 고속철도 사업자 선정이 조만간 이루어질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프랑스, 독일, 일본 등 3국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93년 우리나라 고속철도사업자 선정에서도 맞붙은 바 있는 3국 가운데 일본 신칸센은 93년 당시 기술수준과 국산화율, 대일감정상 등의 문제로 일찌감치 탈락된 바 있다.

이번 중국 고속철도 입찰과 관련해서도 지형 적응과 내진설계 등에서는 일본 신칸센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나 중국의 민족주의 감정과 기술이전 등에서 걸림돌이 많아 추후 결과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본 신칸센, 산악지역 적응력과 내진설계 부문에서 가장 우수한 평가**

지난 93년 프랑스 떼제베가 사업자로 선정된 우리나라 고속철도 사업은 '한국 건설공사 사상 최대 역사'로 평가받고 있는데 총 예산이 18조원에 이르고 있다.

2003년 중국에서도 총 160억 달러(약 20조원) 규모의 '중국철도역사상 가장 큰 대형국책사업'인 베이징과 상하이를 잇는 고속철도 사업권 선정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맞춰 개통을 목표로 베이징과 상하이간 소요시간을 12시간에서 3시간으로 크게 줄이는 중국 고속철도 사업에는 지난 93년 우리나라 고속철도 수주 경쟁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신칸센(新幹線), 독일의 이체(ICE), 프랑스 떼제베(TGV)가 경합을 벌이고 있는데 올가을께 최종 선정을 앞두고 각국은 외교력까지 동원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

상당한 예산이 투입되는 대형국책사업이다 보니 기술 및 객관적 평가지표 이외에도 정치외교적 요인도 무시 못할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보여 각국 장관들은 연이어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지난 달 프랑스 프랑수아 루 통상장관은 베이징을 방문 프랑스 알스톰 사의 떼제베가 채택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로비를 펼치기도 했다.

일본으로서도 수주가 확정될 경우 장기 불황과 맞물린 내수 급락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국 중공업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 하에 오기 지카게 국토교통상이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중국을 방문해 신칸센 채택을 위해 중국 고위층을 만났다.

일본 신칸센은 지난 1월 8억4천7백만 달러 규모의 대만 고속철사업권을 따낸 바 있고 산악 지역이 많은 베이징-상하이 구간에 적응력이 뛰어나며 내진설계도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관영 경제관찰보도 지난 달 일본 신칸센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대일 민족주의 감정과 기술이전 문제가 걸림돌"**

하지만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5일 "일본으로서는 중국이 내건 기술 이전 요구를 전면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워서 수주를 낙관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일본 업체로서는 중국이 일본의 기술을 이용해 고속철도 부문에서 경쟁자로 떠오르고 나머지 중국내 고속철도 사업기회를 놓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

최근 중국을 방문한 오기 지카게 국토교통상을 대하는 중국의 태도로 보아서도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오기 국토교통상은 원자바오 총리 및 국가발전개혁위(SDRC) 고위 관리를 만나기를 희망했으나 황쥐(黃菊) 국무원 부총리만을 만났다"고 중국 남방일보(南方日報)가 지난 6일 보도했다.

일본 측은 "황쥐 부총리를 만난 것만으로도 매우 큰 수확"이라고 여기고 있으나 남방일보는 "이는 아무 긍정적 대답을 들은 것도 아니며 오히려 냉담한 대우를 받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장궈바오(張國寶) 부주임도 '일본이 우세한 위치를 점했다는 평가'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국내에는 아직도 토론되고 있는 문제다. 국민적 함의를 폭넓게 들은 이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7일(현지시간) "오기 국토교통상이 냉담한 반응을 받았다"며 "지난 1930년대 일본의 중국 대륙 침공 후 양국간 정부계약은 언제나 곤란한 문제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다시 "중국 정부는 신칸센에 대한 국민감정을 우려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는 일본 신칸센 채택에 대해 반발하는 등 반일 정서가 급속히 퍼지고 있다. '애국자 동맹 네티즌'이라는 인터넷 모임은 지난 달 19일부터 신칸센 도입 반대 서명운동을 벌여 8만2천여건의 서명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 모임을 이끌고 있는 루윈페이는 "신칸센에 참여하고 있는 미쓰비시전기는 일본 우익집단의 주요 후원기업"이라며 "일본과 계약을 해선 절대 안된다"고 주장했다.

***'중일평화우호조약 체결 25주년' 맞아 중국정부 신중한 태도**

이러한 네티즌의 감정적 민족주의 움직임에 대해 중국 당국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8월 12일이면 '중일평화우호조약 체결 25주년'을 맞이하는 중국으로서는 대일관계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중국 포털 사이트인 '소후'에는 지난 1일 당 관련 학자들이 "중국에 어떤 민족주의가 필요한가"라는 글을 올려 "네티즌들의 과격한 반일구호는 편협한 민족주의며 경제적 관점에서 판단하는 당국의 조치는 정당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당 선전부가 발행하고 있는 '시사보고' 7월호에서도 '신사고가 요구되는 중일관계'라는 특집기사를 실어서 "일본이 역사적 과오에 대해서는 책임을 피해왔으나 이제는 보통 국가와 동등하게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93년 우리나라 고속철도 사업에선 비용, 기술, 기술이전, 국산화조건 등의 평가에서 가장 낮은 평가를 받고 대일감정 등의 문제로 고배를 마셨던 일본 신칸센이 중국에선 민족주의 감정과 기술이전 등의 문제를 극복하고 만리장성을 넘어 수주전에서 승리할지 앞으로 추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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