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금리인 기준금리보다 장기금리인 국고채 3년물 금리가 낮은 '금리 역전' 현상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한꺼번에 대폭적인 기준금리 인하가 없는 한 최장기 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낮다는 것은 경제가 앞으로 갈수록 좋지 않을 것으로 보는 돈의 흐름을 반영한다.
경제가 불안할 때 안전자산으로 선호되는 국내외 금값도 들썩이고 있다. 21일(현지시간)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금 8월 인도분은 온스당 1400.10달러로 거래를 마치며 2013년 9월 이후 처음으로 1400달러를 돌파했다. 국제 금값은 1주일새 4.1% 올랐다.
국내 금값도 연일 치솟아, 금 시세가 1그램당 5만 원을 넘어서 2016년 이후 3년여 만에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금 한 돈 가격은 20만 원을 육박하고 있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20일 1.42%를 기록, 기준금리(1.75%)보다 0.33%포인트 낮다. 2013년 금리 역전폭(-0.31%포인트) 기록을 경신했다.
금리 역전은 거의 예외 없이 기준금리 인하 조치가 뒤따른다. 기준금리 인하 전망은 금값이 오르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역전 현상은 7차례 있었다. 2012년 7∼10월 역전 현상(최대 -0.29%포인트)이 나타났고, 7월과 10월에 0.25%포인트씩 금리 인하(3.25%→2.75%)가 단행됐다.
2013년 1∼5월의 금리 역전(최대 -0.31%포인트) 직후인 5월에 금리는 다시 인하(2.75%→2.50%)됐다. 이어 2015년 3∼4월과 6월의 금리 역전(최대 -0.06%포인트) 직후 6월 금리 인하(1.75%→1.50%)기 있었고, 2016년 2∼6월의 금리 역전(최대 -0.12%포인트) 직후 6월 금리 인하(1.50%→1.25%)가 있었다.
2016년 7∼8월에도 금리 역전이 있었지만, 당시 브렉시트 결정에 따른 시장의 혼란이 크지 않으면서 기준금리 인하가 뒤따르지 않은 예외 사례가 되었다.
그러나 이번 금리 역전은 기준금리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시장의 전망이다. 지난 3월 27일(-0.03%포인트) 시작된 금리 역전은 약 3개월이 됐으며, 금리 역전 폭도 사상 최대라는 점에서 기준금리를 한차례 0.25% 포인트를 내릴 경우 역전 현상이 해소되지 않고 최장기 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이르면 3분기에 두 차례 있는 7월, 8월 금융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한 차례 단행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도 기존 2.5%에서 2% 초반대로 하향조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도 2.6~2.7%로 잡아둔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를 오는 7월 3일 발표하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2.5% 이하로 수정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는 확실한데, 연내에 0.25%포인트 씩 두 차례, 또는 한 번에 0.5% 포인트 인하라는 충격요법을 쓸 것인지에 오히려 촉각을 세우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시기와 폭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의 협상 결과가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당장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서 어떤 합의가 이뤄질지 국제경제계가 예의 주시하고 있다.
만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미.중 무역분쟁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결과가 나온다면,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부터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연준은 지난 19일 기준금리를 동결(2.25~2.5%)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발표한 성명서에서 '인내심'이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적절한 대응'을 제시했다.
또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투표권을 가진 위원 10명을 포함한 17명의 위원중 무려 7명이 향후 금리 인상 전망을 적어내는 점도표에서 0.5%포인트 금리 인하를 주장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런 점도표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놀라워할 정도다.
연준 위원들의 의견이 급속히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올해 금리 인상이 두 차례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위원들은 지난 3월 "올해는 금리 동결" 기조로 전망이 뒤바뀌었다. 당시 "연준이 매파에서 비둘기파로 급변한 배경이 뭐냐"는 의혹이 제기될 정도였다.
지난 18~19일(현지시간)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까지만 해도 투표권이 있는 10명의 FOMC 위원들 가운데 9명은 기준금리 동결에 투표했고,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의 제임스 불러드 총재가 0.25% 포인트 금리인하를 주장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점도표에 의견을 제시하지 않은 파월 연준 의장도 올해 금리 인하에 찬성하는 입장으로 돌아 선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17명의 위원 중 '금리동결' 의견이 8명이었다는 점에서 연내 기준금리 동결과 인하 전망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이다. 금리인상 전망은 1명에 불과했다.
특히 지난 6월 FOMC에서 0.5% 포인트 금리인하를 주장한 니리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연준이 1.75~2%로 0.5% 포인트 금리를 인하하고 핵심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연준 목표치 2%에 도달할 때까지 다시 금리인상을 실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자고 제안했다"고 구체적인 내용까지 밝혔다. 현재 미국의 핵심 인플레이션은 연준 관리 목표치인 2%에 미치지 못해 금리 인하에 따른 인플레이션 유발 부담은 적은 편이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6월 FOMC 이후 발표한 최근 보고서에서 연준이 7월과 9월 각각 0.25% 포인트씩 연내 0.5% 포인트 내릴 가능성을 높게 보면서도, 경기상황이 악화하면 한꺼번에 0.5% 포인트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 선물시장은 오는 7월 30~31일 FOMC에서 금리인하가 결정될 가능성을 100%로 예상하는 가운데, 0.5%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28.1%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오는 25일 예정된 파월 의장의 경제전망 및 통화정책 관련 연설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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