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2시, 22일에 이은 대규모 집회가 부안읍 수협 앞에서 또 개최되었다. 오후 4시30분 현재 약 1만여명의 시위대는 군청 앞까지 행진후 군청을 에워싼 경찰들과 대치중이다. 이번 집회에서는 특히 아이들 앞에서 8명의 아주머니들이 눈물의 삭발식을 거행해 참가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1만여명의 참가자 땡볕 속 "핵폐기장 반대" 외쳐**
22일에 이어 나흘째 시위가 부안읍 수협 앞에서 이어졌다. '위도 핵폐기장 부지 확정 무효 및 노무현 정권 퇴진 결의 대회'로 명명된 이번 집회에는 오후 1시가 넘자 군민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해 오후 2시 집회가 시작될 무렵에는 수협 앞 길이 발딛을 틈이 없을 정도로 가득 찼다.
집회 참가자들은 어린이부터 학생, 노인들이 망라된 것으로 보였다.
오전에 장사를 했던 가게들도 대부분 자진해서 문을 닫았고, 전날과 같이 환자복을 입은 주민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또 폭우 속에서 전주 전북도청 앞에서 집회를 마친 고창군민들이 집회에 합류해 집회 분위기는 더욱 고무되었다.
집회에서 위도 주민 서대석씨는 "위도 주민들도 가구당 3~5억씩 준다는 얘기가 말도 안 된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다"면서, "이제 위도 주민 중에서 자신있게 핵폐기물처리장을 찬성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위도 주민들 사이에서도 핵폐기물처리장 유치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부안 주민 장명순씨가 6년간 키운 소를 판 돈 중 일부(2백만원)를 대책위에 보내는 등 주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이 줄을 잇고 있다. 장명순씨는 "너무 분해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한 일을 찾다가 한 일"이라고 밝혔다.
***아주머니들 애들 앞에서 삭발식 거행**
특히 이번 집회에서는 8명의 아주머니들이 애들이 보는 앞에서 삭발식을 거행해 집회 참가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집회 마지막 무렵 거행된 삭발식은 부안군 각지에서 자원한 아주머니들을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아이들 손을 잡고 단상에 오른 아주머니들이 삭발이 시작되자 눈물을 참지 못하고 울먹이자 참가자들은 큰 박수로 격려했다.
아주머니들은 "우리 아이들에게 깨끗한 부안을 남겨주기 위해 우리가 나섰다"면서 "더한 일도 할 각오가 되어있다"고 결의를 밝혔다. 주최측은 이들 아주머니들의 머리카락을 모아서 청와대, 국회, 산자부 등 정치인, 관료들에게 보낼 예정이다. 주최측에 따르면 "약 2백명 이상의 삭발 자원자들이 나섰으나 만류했다"고 밝혔다.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거리 행진을 한 시위대는 4시30분 현재 부안군청 앞에서, 군청을 둘러싼 전경들과 대치 중이다. 가게들이 거의 문을 닫은 부안 거리는 "핵폐기장 반대"를 외치는 주민들의 열기만으로 가득 차 있다.
시위대에서 거리를 두고 떨어진 주민들을 모 방송 카메라가 비추자 주민들은 "우리들도 핵폐기장을 반대한다"면서 "대열에 참여하려고 나왔는데 반대하는 주민들로 보도하지 마라"고 중앙 언론의 왜곡 보도에 강한 불신을 나타냈다.
'핵폐기장 반대' 서명을 받는 대책위 관계자는 "하도 언론에서 왜곡 보도를 많이 해서, 주민들에게 모두 반대 배지나 머리띠를 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오늘 집회에 참석하거나 기자가 만난 대부분의 부안 주민들은 옷에 배지를 차고 있거나 머리띠를 했다.
다음은 이번 삭발식에 참석한 진서면에서 온 이경미(33) 씨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이경미 씨는 현재 농사를 짓고 있으며 누리(6), 다솜(4)이의 어머니이다.
***부안주부 이경미씨 인터뷰**
프레시안: 삭발을 하게된 동기는 무엇인가?
이경미: 왜곡 보도 안 할 자신이 있으면 계속 질문해라. 중앙 언론사 기자들은 주민들의 반대하는 모습을 보고서도 마치 찬성하는 주민이 상당수 있는 것처럼, 지역 이기주의로 보도한다.
프레시안: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그대로 전하겠다. 삭발을 하게된 동기는 무엇인가?
이경미: 핵폐기장만 막을 수 있다면 삭발이 아니라 더한 일도 할 수 있다. 9일부터 계속 부안읍에 나와서 집회에 참석했다. 뭐라도 해야지 생각하다가 내린 결정이다.
프레시안: 아이들한테는 얘기했는가?
이경미: 엄마가 삭발하면 핵폐기장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해줬다. 애들은 다른 아주머니들이 다 깎고 나서 나중에 깍으면 안되냐고 말리더라.
프레시안: 핵폐기장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이경미: 핵이 위험하다는 것은 다 알고 있다. 부안 사람들은 지금 이대로도 너무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크게 여유롭진 않지만 남에게 손 벌리지 않아도 될 만큼. 우리 부안군을 발전시켜 달라고 누구한테도 요청한적 없다.
프레시안: 산자부나 한수원에서는 안전하다고 하는데.
이경미: 그렇게 안전하면 그 사람들이 사는 동네에 지어라. 사실 부안군은 한달에 전기세 1만원도 안 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나는 빨래도 거의 손빨래를 한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 왜 전기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사람들이 만든 쓰레기를 관리해야 하는가?
프레시안: 산자부나 한수원, 일부 언론에서는 주민중 찬성하는 사람도 꽤 많다고 한다.
이경미 : 길가다 사람들을 잡고 아무나 물어봐라. 모두다 반대한다.
프레시안: 핵폐기물처리장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경미: 개인적으로 정부가 핵발전을 더이상 안 한다고 결정을 내린 상태에서, 핵폐기물을 처리할 가장 안전한 장소를 국민적 합의 과정을 거쳐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에너지 시스템으로는 계속 갈 수 없다.
프레시안: 핵의 위험성이나 에너지 시스템에 대해 꽤 식견을 갖추고 있는데, 따로 공부를 했나?
이경미: 처음엔 나도 우리가 반대하는 것이 '지역 이기주의'가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도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어서 공부를 했더니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산자부나 한수원에서는 "100% 안전하다"라는 거짓말만 하는데 군민중에 아무도 믿지 않는다.
프레시안: 지금 누리와 다솜이에게 무슨 말을 제일 해주고 싶나?
이경미: 엄마가 삭발하면서 울기까지 해서 애들이 많이 놀랐을 것 같다. "누리야! 다솜아! 엄마와 아빠는 누리와 다솜이가 어른이 되서도 아프거나 힘들지 않고 누리, 다솜이의 건강한 애들이랑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위해서 이렇게 머리를 깎았단다. 별일 아니니 놀라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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