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은 23일 김포와 고양을 잇는 일산대교 건설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하구 생태계가 잘 보전돼 있는 한강 하구 환경을 파괴할 것이라면서, 일산대교 건설 계획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재두루미 등 철새 서식환경 파괴 뻔해**
녹색연합은 환경부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내 6개 건설업체가 23일 착공하는 일산대교로 인해 한강 하구 생태계가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녹색연합은 특히 한강 하구에서 월동을 하는 천연기념물인 재두리미를 비롯해 큰기러기, 쇠기러기, 떼까마귀 등 64종, 6만8천 마리의 철새들의 서식 환경이 심각하게 파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산대교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철새들에게 중요한 먹이원을 제공하는 갯벌과 사구의 제거가 불가피하고, 건설 이후에는 김포와 일산쪽 농경지에 대한 택지와 도로 개발이 가속화해 결국 중요한 철새 도래지인 한강 하구 생태 환경이 급속히 파괴될 것이란 전망이다.
녹색연합측은 "한강 하구는 북한과 접경지역인 관계로 일반인의 접근이 어려워 현재 4대강 중에서 하구의 형태를 유일하게 보전한 곳"이라면서 "일산대교가 건설될 예정지 일대는 지난해 겨울에만 천연기념물인 재두루미가 1백마리 이상 찾아와 부근 논에서 서식했다"고 지적했다. 또 "재두루미뿐만 아니라 64종이 넘는 철새들이 서식하는 철새도래지로서 보전 가치도 높다"고 주장했다.
또 일산대교 부근은 철새뿐만 아니라 고라니와 멧돼지, 너구리 등 많은 수의 포유류도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일산대교 공사가 시작될 경우 생태계 파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일산대교, 구속력 있는 환경영향평가 시행 안 해**
특히 일산대교는 시공전 구속력 있는 환경영향평가가 실시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난개발'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현행 도로법에 따르면 4km 이상의 도로를 신설할 경우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게 되어 있으나, 일산대교는 길이 1.8km, 6차로에 불과해 환경영향평가 실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산대교는 건설업체 주도로 사전환경성검토만 실시해 지방환경청과 협의, 보완 후 건설이 확정되었다. 즉 구속력 있고 체계적인 환경영향평가는 부재했다는 것이 환경단체들의 주장이다.
특히 일산대교는 개발이 낙후된 김포시 북부지역 개발, 경기 북부 지역과 경기 남서 지역 사이의 서울 우회 교통로 확보 등을 고려한 것으로 지난 5월 건설교통부가 발표한 김포, 파주 신도시 개발과 연계해서 봐야 한다는 것이 녹색연합의 주장이다. 일산대교 건설을 계기로 예정지 인근의 개발이 본격적으로 가속화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일산대교 건설 예정지 일대의 생태, 환경적 가치가 체계적으로 조사된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녹색연합을 비롯한 환경단체들도 "철새 도래지와 '생태계의 보고'로서 한강 하구의 가치는 주목하고 있었지만, 일산대교 건설 등 개발 계획에 대해서는 최근에서야 인지했다"고 늦은 대응의 이유를 밝혔다.
녹색연합의 이숙례 차장은 "더 늦기 전에 일산대교 건설 예정지와 그 일대에 대한 종합적인 생태조사를 실시하고, 중장기적인 보전-개발 계획을 세워야 한다"면서 "생태계 파괴와 난개발을 부추길 일산대교 건설 계획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3일 시공한 일산대교는 김포시 걸포동과 고양시 송포동을 연결하는 것으로 국내 6개 건설업체 컨소시엄이 모두 1천7백18억원을 투입해 2007년 완공할 예정이다. 완공된 일산대교는 6개사 컨소시엄이 30년간 유료도로로 운영한 뒤 경기도에 이전(기부채납)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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