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기후변화협약 교토의정서 비준을 계속 미뤄온 러시아가 교토의정서를 올해 안에 비준할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교토의정서를 비준할 경우 지난해 이산화탄소 최대배출국인 미국의 거부로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된 교토의정서 발효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러시아, 교토의정서 비준 확실시**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22일(현지시각) 연내 비준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온 러시아의 교토 의정서 비준이 사실상 확정적이라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검토한 교토 의정서 관련 문서의 내용을 인용해, 러시아가 교토의정서 비준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또 푸틴 대통령이 9월 국회에 비준을 요청할 경우 국회는 이를 동의할 것이 확실시된다고 밝혔다.
러시아 관계 부처의 의견을 정리한 이 문서에는 에너지부와 연방기상환경감시국이 공동 작성한 배출량 예측에 근거해, 러시아가 선진국의 온실가스 의무감축 기간(제1약속기간)인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무난히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문서에서 러시아 외무성은 2012년 이후(제2약속기간)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는 2005년부터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서 비준 지지를 명확히 할 것을 권고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미국 배제하고 교토의정서 발효 가능할 듯**
러시아가 9월에 비준을 한다면, 2002년 미국의 반대로 난관에 부딪힌 교토의정서 발효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교토의정서가 발효하기 위해서는 체결국 가운데 55개국 이상이 비준을 해야 하고, 비준국 중 선진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990년 기준으로 선진국 총배출량의 55%를 넘어야 한다. 현재 유럽연합(EU), 캐나다, 일본 등을 포함한 1백여개국이 비준을 한 상태나, 선진국의 배출량 합계가 40%대에 머물러 있어 발효가 늦춰지고 있는 상태다.
이산화탄소 총배출량의 36.1%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최대국인 미국이 발을 뺀 상황에서 단일 국가로는 두번째로 많은 이산화탄소를 내뿜고 있는 러시아(17.4%)가 참여함으로써 사실상 발효가 가능해지게 된 셈이다. 교토의정서는 러시아의 비준이 이루어질 경우, 비준 후 90일 후에 발효될 전망이다.
***미국, "우리는 자율규제하겠다"**
애초 미국의 불참 표명에 동조해 교토의정서에서 빠지겠다고 선언한 호주 등이 다시 교토의정서에 동참할 의사를 밝히고 러시아가 비준을 확실시하는 등 상황이 역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배출량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은 여전히 "자율규제하겠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형적인 자국 이기주의 행태"라고 지적한다. 교토의정서에 따르면 미국은 1990년 자국 배출량을 기준으로 7% 정도를 감축해야한다. 그런데 1990년 기준으로 선진국 총배출량의 36.1%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은 현재는 약 48%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교토의정서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현재 기준으로 약 20%를 감축해야 하는 셈이다.
에너지 가격의 상승, 배출권 구입, 친환경적 시설 투자 등에 들어갈 막대한 예산을 고려할 때, 차라리 "나 몰라라" 하는 게 미국으로서는 오히려 이익이라는 것이다. 그러고는 온실가스를 "자율규제하겠다"고 강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미국의 "자율규제" 운운은 최근 엑슨모빌, TXC, 제너럴일렉트로닉스(GE) 등 미국 기업들의 지구 온난화에 대한 대응이 저조하다는 미국 민간단체 세레스(CERES)의 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더욱 타당성을 잃었다. CNN 등 외신이 9일(현지시각) 보도한 것에 따르면 세계적인 대기업 20개사를 대상으로 지구 온난화 대책을 조사한 결과 유럽 기업에 비해서 미국 기업이 뒤처지는 것으로 판명되었다는 것이다.
이번 러시아의 비준으로 교토의정서가 발효가 되면, 미국을 향한 국제사회의 여론은 더욱더 악화될 전망이다. 미국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한편 교토의정서가 발효될 경우 우리나라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도 더 심해질 것이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세계 9위의 온실가스 배출국가면서도 OECD에 늦게 가입한 덕에 온실가스 의무감축 38개국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이다. 작년 11월 교토의정서를 비준한 우리나라 역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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