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본인 확인을 명분으로 2000년 하반기부터 가입자의 계좌번호를 수집해 조회해온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예상된다.
***KT "계좌번호도 필요", 하나로통신 "주민등록번호만"**
참여연대는 15일 KT가 2000년 하반기부터 신청인의 이름, 주민등록번호와 함께 계좌번호를 수집하는 절차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KT는 전화를 통한 신규전화 가입시 명의 도용에 의한 이용자들의 피해가 급증해 본인 확인절차를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KT와 같은 시내전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주)하나로통신의 경우에는 본인확인을 위해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만 요구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참여연대는 "KT가 본인확인 목적을 위해서 불필요한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하고 있음이 드러난 셈"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시민권리팀(팀장 한재각)은 이미 7월 1일 KT에 질의서를 보내 이와 같은 사항을 지적하고, 계좌번호 수집 중단을 요청하였으나, KT는 10일 답변서를 통해 "계좌번호 수집 자체를 중단할 계획은 없고 대신 계좌번호 조회 이외의 다른 방법(신분증 사본 제출 등)을 안내하지 않는 등의 관행은 시정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들은 이런 KT의 반응은 전형적인 '행정 편의주의'라고 지적한다. 가입시 명의 도용이 문제가 된다면, 명의 도용에 대응할 수 있는 기업 차원의 방법을 강구해야지 "소비자에게 본인확인의 책임을 떠넘기는 식"이라는 것이다.
***계좌번호 불법적 금융거래에 악용될 위험도 커**
특히 KT가 수집한 계좌번호는 불법적 금융거래에 악용될 위험도 커, "KT가 행정 편의를 위해 고객의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등한시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과 은행에서 운영하는 '자금관리서비스(CMS)' 등은 이름,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만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KT가 수집한 3가지 정보를 활용할 경우 해당인의 계좌번호에서 얼마든지 현금을 계좌이체할 수 있다. 만약 관리소홀로 KT가 수집한 정보가 악용된다면 큰 위험이 야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KT는 이런 지적에 대해서, "현재 수집된 계좌번호는 온라인 화면상에서 본인 확인에만 이용되고 따로 저장, 관리되지 않기 때문에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참여연대측은 "과도한 계좌번호 확인 절차 자체가 문제가 될 뿐만 아니라, KT가 계좌번호를 이용해 금융기관에 본인 여부를 조회하는 것도 금융실명제법 위반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KT는 지난 11월에 정액제 상품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서 고객의 개인정보를 유출하여 무단으로 가입시킨 전례가 있는 등 고객 개인정보 보호를 무시하는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에 그 위험이 더 크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참여연대 시민권리팀 한재각 팀장은 "명의 도용에 따른 일반 고객들의 피해를 예방한다는 선의는 이해하지만, 고객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계좌번호 수집은 중단되어야 할 것"이라면서 거듭 중단을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KT의 계좌번호 수집 중단 촉구는 최근 사회적으로 높은 관심을 얻고 있는 정보인권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KT와 같은 통신 기업이 앞장서서 개인정보 보호에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참여연대의 지적에 대해 KT 관계자는 "명의 도용 등 고객 피해를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면서 "문제될 게 없지만, 앞으로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위험에 대한 예방 차원의 지적으로 받아들여, 관계 기관과 협의한 후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 다른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혀 그 시정 여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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