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들의 '삶의 질'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인간개발지수 30위로 3계단 하락**
유엔개발계획(UNDP)이 8일(현지시간) 발표한 '인간개발보고서 2003'에 따르면 한국의 인간개발지수(HDI)는 조사대상 1백75개국 가운데 지난해보다 3계단 하락한 30위로 나타났다. 한국은 지난 2000년엔 31위, 2001년과 2002년에는 27위로 계속 상승세를 보이다가 처음으로 3계단이나 하락했다.
한국은 1975년 HDI 조사이래 지난해까지는 순위가 12계단이나 높아져 가장 빨리 삶의 질이 개선되는 국가로 분류됐으나, 이번에 3계단이나 하락함으로써 전형적인 '중진국 함정'에 빠져든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HDI는 유엔개발계획이 매년 집계하는 지표로 평균수명, 성인 문맹률, 1인당 국민소득, 교육수준, 환경, 보건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사회-경제 발전의 척도이다. 일반적으로 UNDP는 1~55위를 상위권으로 보고 있으며, 노르웨이는 3년 연속 수위를 차지했다.
***여권 수준, 세계 최하위 수준**
특히 한국은 여성의 정치, 경제분야 참여정도를 측정하는 여성권한척도(GEM)에서는 조사대상 70개국 가운데 63위로 밑바닥 수준인 것으로 평가됐다. 우리나라 수준은 파키스탄(58위), 우크라이나(61위)보다도 낮게 나왔다.
조사결과 한국 고위관리층에서의 여성 비율은 5%에 불과하고, 의회내 여성의석비율도 5.9%에 그쳤다. 전문직 종사비율도 34%로 낮았고, 여성의 평균 소득수준도 남성의 4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활동 기회도 부족해, 15세 이상 남성의 경제활동비율이 76.5%인 데 반해 여성은 53.6%에 그쳤다. 또한 남성의 시장활동(취업활동) 비율이 88%이고 비시장활동(가사활동) 비율이 12%인 데 반해, 여성은 비시장활동 비율이 55%로 시장활동 비율 45%보다 높았다.
GEM 순위에서는 아이슬란드가 1위를 차지했다.
***21개 국가 인간개발지수 하락, 국가간 빈부격차 확대**
이번 '인간개발보고서 2003'에 나타난 특징가운데 하나는 국가간 빈부격차가 커지고 있으며 HDI도 상당히 많은 국가에서 하락했다는 점이다.
전세계 국가 가운데 30개국만이 3%이상의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54개 국가는 오히려 국민평균소득이 줄어드는 등 국가간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있었다.
또한 "21개 국가의 인간개발지수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1980년대 지수가 하락한 국가가 4개국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UNDP는 분석하면서 "소득수준을 비롯해 보건, 교육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시급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엔개발계획은 선진국들이 빈곤국에 대한 지원을 대폭적으로 늘리지 않으면 유엔이 지난 2000년 빈곤, 기아 퇴치를 위해 채택한 8대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선진국들이 빈곤 퇴치를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유엔은 지난 2000년 9월 밀레니엄 정상회의에서 2015년까지 8대 '밀레니엄개발목표(MDG)를 달성하기로 합의했었다. 8대 목표는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연명하는 극빈자수를 반으로 줄이고 모든 어린이에게 초등 교육을 실시하며, 5세 미만 어린이의 사망률을 현재의 3분의 1까지 줄이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보고서는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빈곤정도가 심화되고 있어 다음 세기에나 이들 목표가 달성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했다.
이 보고서를 기획한 사키코 후쿠다-파르는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으로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며 "선진국들이 자국 농업을 보호하기 위한 농업보조금을 철폐하고 빈국들의 외채를 탕감하는 조치가 있어야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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