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서 5년 연속 철강 부문 최고 기업으로 선정되고, 포천지에서는 철강 부문의 가장 존경 받는 기업으로 꼽은 세계적인 기업이다.
3일에는 이구택 포스코 회장과 박태준 명예회장 등 2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포스코 준공 30주년을 기념한 역사관 개관식도 열렸다.
***우울한 30주년 기념식**
그러나 큰 영광 뒤에 그늘진 모습도 있는 것일까. 바로 이날 대구지검 포항지원은 포항제철소 전현직 고위 간부들이 협력업체들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으며 그 중 포항제철소 부소장 한 명은 이미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으로 알려졌다.
3일 검찰에 따르면 포항제철소 전-현직 간부 5~6명이 10여 개 협력업체들로부터 납품편의 제공 명목으로 수백만원 에서 수천만원을 전달받았다는 진술과 단서를 확보해 이들 외에 상납고리가 있는지 여부 등을 조사했다.
공기업 시절의 부패를 뿌리뽑겠다는 것은 비단 검찰뿐 아니라 포스코 내부에서도 현안이 되고 있다. 지난 3월 취임한 이구택 회장이 사내혁신에 대한 임직원들의 실천의지에 잇따라 의문을 제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포스코측 설명이다.
4일 포스코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달 30일 임원회의에서 "여러가지 제도를 도입하고 바꾸었는데 얼마나 정착됐는지는 의문"이라며 "경영기획실을 통해 점검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우리 회사에서 의도했던대로 되지 않은 것이 있다면 과장이란 직책 명칭을 팀장으로 바꾼 것을 예로 들 수 있다"며 "이름이 바뀌었다고 무엇인가 달라졌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질책했다.
나아가 이 회장은 “과장을 팀장으로 바꾼 것처럼 말로만 끝날까봐 걱정되는 것이 윤리규범"이라고 지적하고 "회사가 윤리규범을 선포하고 전직원의 동참을 요구했는데 과연 그것만 갖고 윤리규범이 제대로 정착될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69년 포스코의 전신인 포항제철 공채1기로 입사해 35년 가까이 포스코에서 잔뼈가 굵은 이 회장의 지적이라 남다른 무게가 있다는 것이 포스코 관계자들의 얘기다.
***윤리경영은 이제 생존의 필수조건**
특히 요즘 이 회장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윤리경영 실천으로 알려지고 있다. 윤리경영을 핵심 실천과제로 제시하고 윤리규범까지 선포한 이 회장으로서는 지난 93년 정명식 회장 체제 때부터 화두가 돼온 윤리경영이 제대로 정착되지 못했다는 진단을 한 셈이다.
실제로 이번 간부들의 수뢰설 외에도 전임 유상부 회장이 낙마한 것도 타이거풀스 의혹에 연루된 대목이 큰 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민영화 이후에도 포스코에는 '공기업시절의 어두운 그림자'가 남아있는 게 사실이다.
겅제전문가들은 값 싸고 질 좋은 철을 생산해 현재 세계 1위인 조선, 2위 가전, 5위 자동차 등 국내 대표 산업의 밑거름이 되어 준 포스코가 세계적인 공급 과잉 현상으로 급변하는 세계 철강업계 환경에서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선두주자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포스코의 최대 취약점으로 지적돼온 윤리경영이 정착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윤리경영은 이제 기업 생존의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포스코가 한국의 대표하는 철강기업인 동시에 윤리기업으로 자리매김해야 비로소 한국에 2만달러 경제시대도 도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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