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언론 사상 유례가 없는 '자유언론 격려광고'. 지난 1974년 10월 24일, 동아일보 기자들이 '자유언론 실천선언'을 하며 유신체제 반대를 선언하자 박정희 정권의 압력을 받은 대광고주들이 광고철회를 하기 시작했고 이에 많은 독자들은 격려 광고로 동아일보의 광고지면을 채워준 것이 바로 이 자유언론 격려광고다. 이 격려광고는 그 당시 민주화를 갈망하는 민중의 목소리를 소리없이 대변해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하지만 당시 선봉에 나섰던 동아일보 기자들은 정권의 압력에 굴복한 동아일보 사주에 의해서 이듬 해 봄 강제해직되는 사태를 맞았다. 이후 오늘날까지 28년간, 해직 기자들은 강제해직에 맞서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를 만들어 각자가 몸담은 곳에서 오늘날까지 자유언론운동과 민주화운동에 동참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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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투위 정신이 우리 언론계에 짠맛으로 남겨지길”**
이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이하 동아투위)에서 동아투위 위원들의 글들을 모아 <한국언론 반성문부터 써라>(해담솔 펴냄)를 출판하였다. 조성숙 동아투위 위원장은 "동아투위 정신이 우리 언론계에 짠맛으로 남겨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편했다고 그 소회를 밝히고 있다.
동아투위가 생긴 지 벌써 2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 화두 가운데에는 언론개혁이 묵직이 자리잡고 있다. 두 해만 더하면 한세대가 흘러간 기나긴 시간이건만 한국의 언론현대사는 아직 결정적 변화의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우리사회 언론개혁과 사회적 과제에 대해 진지한 성찰과 날카로운 시각을 보여주고 있는 이 칼럼집은 이러한 시대상황에서 곱씹어볼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총 1백14명의 동아투위 위원 가운데 24명의 글을 모아 놓은 이 칼럼집은 각자의 위치에서 바라본 사회의 다양한 모습에 대해 올곧은 글을 담아내고 있다. "정치 ,경제, 문화, 언론, 학문 등 각 분야의 민주화와 개혁의 기수로서 활약해온 동아투위 위원들의 말과 글에는 투위정신이 오롯이 담겨" 있는 것이다.
'1부 한국 언론 반성문부터 써야 한다'와 '2부 보도되지 않은 민주∙민권일지'로 크게 나누어져 있지만 전체를 꿰뚫는 내용은 역시 언론에 관한 통찰이다. 다양한 접근법으로 한국의 언론상황과 발전방향에 대해 준엄한 길을 제시해 주고 있다.
***“공개 반성문을 쓸 수 있어야 신뢰 회복할 수 있어”**
눈길을 끄는 칼럼을 꼽아본다면 우승용 성균관대 신방과 겸임교수가 2001년 5월 <신문과 방송>에 기고한 "한국언론, 반성문부터 써야 한다"라는 칼럼인데 여기서 그는 언론개혁에 대한 큰 틀을 그리고 있다. 오늘날 신문의 위기는 "공익성이 바로 상업성에 압도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언론이 국민의 알 권리를 대행하는 것으로 의제(擬制)되는 '언론의 자유'가 '언론사의 자유''언론사주의 자유'로 변질되어 버렸다는 뼈아픈 비판“도 있음을 적시하였다.
아울러 2001년 한국사회에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언론의 자율개혁과 타율개혁의 논란에 대해서는 이런 식의 "형식론적 논란은 실질적으로 무의미한 것"이라며 "언론개혁의 본질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강변한다.
언론개혁의 본질에 다가가는 그 출발점은 "무조건적인 언론의 자유를 외치는 데 있지 않다. 스스로 그럴 만한지를 먼저 반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반성은 역사적인 것이어야 한다. 도덕적인 것이어야 한다. 일제한 '친일'행적을 통해 '반민족 언론'이었던 적이 있음을 반성해야 한다. 권위주의 정권에 정통성마저 부여했던 '반민주 언론'이었던 적도 있음을 자성해야 한다. 지금도 자사 이기주의에 매몰되어 진실을 호도하고 있지 않은가를 되짚어보아야 한다. 언론인이든 언론사든 과연 윤리적으로 부끄러움이 없는지 돌아보아야 한다"며 공개적으로도 반성문을 쓸 수 있어야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음을 준엄하게 선언하고 있다.
이에 대한 화답으로 이부영 국회의원은 2001년 7월 1일자 한겨레신문에서 언론개혁에 관한 구체적 틀로서 "동일인의 지분 소유 한도를 제한하고, 편집권의 독립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편 정연주 한국방송공사 사장은 2003년 1월 10일자 한겨레신문에 실린 칼럼을 통해 "5년이 지난 지금, 언론개혁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최대과제로 남아있다. 그것 없이 노무현 정부가 지향하는 새로운 시대를 향한 노력도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며 새로운 언론개혁이 시작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여전히 언론개혁에 대한 논의가 사회적 논의틀의 중심에 남아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머리에서 나온 글들이 아니라 온몸으로 보여주는 이 책의 칼럼들은 언론의 변화가 얼마나 의미 있는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아울러 실려 있는 모든 글들이 가벼이 들리지 않는 것은 한세대의 언론개혁과 한국사회의 건강함을 담보하려 직접 몸으로 부대꼈던 그들의 진실성이 더 큰 소리로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언론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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