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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의 안쓰러운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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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의 안쓰러운 '두 얼굴'

"너는 글로벌 스탠다드, 나는 코리안 스탠다드"

손길승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1일 금융시장 안정화 대책의 일환으로 김진표 경제부총리, 윤진식 산업자원부장관에게 '경제활성화기금'을 조성할 것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고 있다.

손 회장이 제안한 '경제활성화기금'의 요체는 4백조원대에 달하는 시중의 부동자금을 무기명 장기국채로 빨아들여 기업의 생산적 투자에 사용토록 해달라는 내용이다.

***전경련의 묘한 민원**

전경련은 4백조원대 부동자금이 부동산투기와 투신사 MMF(머니마켓펀드)로 집중되거나 이탈, 금융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더욱이 가계부채, 카드채 문제 등이 금융시장의 불안요소로 가세, 궁극적으로 경영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전경련은 국채발행을 통해 '부동자금'을 흡수한 뒤 생산적 용도로 사용해 자금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경련은 이같은 방식으로 흡수한 자금을 '경제활성화기금(가칭)'을 조성, 제2금융권 구조조정의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유망한 민간기업의 사채를 인수하거나 IT(정보통신)투자 등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경기조절용 재원으로 쓸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전경련 요구의 '모럴 해저드' 두 가지**

전경련의 이같은 제안은 외형상 그럴듯해 보인다. '거품'만 양산하고 있는 4백조원의 단기성 투기자금을 생산적 투자자본으로 활용하는 것은 더없이 바람직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경련의 접급방식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앞뒤 모순된다.

첫번째, 전경련 주장은 민간기업의 투자 리스크(위험)를 정부가 대신 부담해달라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지금 채권시장에서는 국채의 인기가 압도적이다. 한때 3년만기 국채 유통수익률이 4%인 콜금리 수준보다 낮을 정도로 인기가 폭발적이다. 반면에 일부 민간 우량대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민간기업이 발행한 회사채의 유통수익률은 크게 높다. 한 예로 신용등급이 AA급인 A급 우량채의 경우도 국채보다 평균 1.2~1.3%p 금리가 높고, 그보다 신용등급이 낮은 B급 회사채의 경우는 국채보다 4.3~4.4%p 금리가 높아 국채금리의 배 이상에 달하고 있다.

전경련의 입장은 한마디로 시장에서 저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국채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을 민간기업에게 투자해 경기를 활성화시켜 달라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유사시 민간기업 투자가 잘못됐을 경우 그 피해를 정부, 구체적으로는 국민이 감당하라는 얘기에 다름아니라는 점에서 심각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내포하고 있다 하겠다. 정부가 시장에서 조달한 돈을 민간기업에 투자했다가 잘못됐을 경우 그 돈을 회수할 길이 막막하고,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국민의 세금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기 때문이다.

두번째, 전경련은 정부의 국채 발행 방식은 '무기명' 장기국채 방식으로 해달라고 주문했다. 무기명이란 한마디로 돈의 출처를 보호해달라는 얘기다. 이처럼 돈의 출처를 보호해줄 때만 투기성 자본이 생산부문으로 들어올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무기명 채권은 증속-상여세의 탈루를 가능케 한다는 치명적 부작용을 안고 있다.

***"너는 글로벌 스탠다드, 나는 코리안 스탠다드"**

민주당의 강봉균 의원은 DJ정권 재정경제부장관 재직 시절, 공개석상에서 한국 재벌의 모럴 해저드를 통렬히 질책한 바 있다. 재벌들이 장사가 잘 될 때는 정부에게 '시장에 간섭하지 말라'고 아우성이고, 장사가 잘 안되면 '경제가 다 죽어가는데 정부가 기업을 도울 생각은 하지 않고 뭐 하느냐'고 아우성이라는 지적이었다.

지금 전경련의 대정부 질문은 이같은 강의원의 지적과 정확히 일치한다.

대다수 재벌은 지금 많게는 수조원대 현찰을 수중에 쥐고 있다. IMF사태때 유동성 위기로 한번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재벌의 대변인격인 전경련은 정부에게 '정부 명의의 저리 자금 조달'을 요구하고 있다. 가능하면 저리로 자금을 조달해 수익을 창출하자는 속셈에 다름 아니다.

전경련은 '제 실력'으로 시장에서 저리로 자금을 조달하려 하기보다는 너무 쉬운 '불로소득'을 지금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과거 개발독재 시절에는 장사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정경유착을 통해 은행에서 저리금융을 조달해 금리차익을 거두거나, 부동산투기로 큰 차익을 거둬 본원적 축적을 하는 게 가능했다.

지금 전경련의 주장은 과거 꿈같은(?) 시절로의 '회귀' 욕구에 다름아니다. 노동자에게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요구하면서 자신들은 '코리안 스탠다드'를 적용하고자 하는 게 지금 재계의 낯부끄러운 24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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