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15 정상회담 3주년을 맞은 한편에서 대북송금에 대한 특검 수사가 진통을 겪고 있고,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의 긴장은 1994년 이후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50여 년 동안 끊어졌던 경의, 동해선 철도가 다시 연결되는 역사적 사건도 있었다. 한반도의 어지러운 24시다.
<표지 사진>
이런 어지러운 풍경 속에서 사진가이자 평화운동가인 이시우씨의 의미있는 기행서 <민통선 평화기행>(창작과비평사 간)이 출간되었다. 지난 1999년 사진집 <비무장지대에서의 사색>과 <끝나지 않은 전쟁, 대인지뢰>를 펴냈고 수십 차례 사진전을 열기도 했던 작가는 평화운동과 대인지뢰 반대운동에 힘을 쏟고 있는 실천가이다.
***"관(官)에 의해 왜곡된 민통선의 진면목 보이고 싶었다"**
특히 민통선은 지금까지 대개 정권에 의한 '안보 관광'의 소재로 쓰인 까닭에 그 실체가 왜곡돼서 받아들여졌다. 저자는 이 책을 쓴 가장 큰 목적이 "오랜 시간 동안 관(官)에 의한 '안보 관광'을 통해 주입된 민통선에 대한 기존의 통념을 깨고 싶었다"면서 "우리 마음속에 있는 북에 대한 적대감과 불신을 누그러뜨리는 것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얘기했다.
책은 이런 저자의 바람을 어느 정도 만족시키는 듯하다. 민통선의 생태계와 역사의 현장을 담은 1백50여컷의 사진을 훑어가면서, 저자의 글을 읽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민통선을 둘러싼 분단의 비극과 고달팠던 한국 현대사를 마주하게 된다.
***'귀순자 대환영'에서 '우리는 한 형제'로**
하지만 이 책은 결코 비관적이지 않다.
기행 틈틈이 주한 미군, 대인 지뢰, 민간인 학살, NLL(북방한계선) 영해 문제 등 전쟁이 남긴 미해결의 문제들을 들려주던 그는 연천 태풍전망대의 선전판 글귀가 바뀐 것에서 한줄기 희망의 빛을 본다. '귀순자 대환영'에서 '우리는 한 형제'로 변할 때까지 걸린 서로에 대한 오해와 상처가 서서히 아물고 새살이 돋고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그는 금강산 관광이나 최근에 연결된 동해선 현장을 둘러보면서 남북한 주민들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야말로 한반도 평화를 앞당기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고성의 동해 일출을 보면서 그가 던지는 이 말은 분단의 아픔이 곧 평화에 대한 강한 희구를 낳을 것이라는 그의 희망을 담고 있다.
"새벽은 불빛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어두운 하늘로 살며시 걸어온다. 우리는 불빛에 의지하다 밤하늘로 걸어오는 새벽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반도 사람들의 평화에 대한 열망과 힘을 확신하는 사람이라면 평화운동가이자 사진작가인 이시우씨와 함께 민통선 기행을 떠나 볼 일이다. 그와 함께 철원, 강화도, 백령도, 연평도, 파주, 양구, 고성을 기행하다 보면 결국 우리 마음속에 있는 적대감과 불신이 누그러지면서 다시 한번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의지를 다지게 될 것이다.
그의 책에 포함된 민통선 사진 몇 컷을 소개한다.
<백령도 갈대>
<철원 노동당사>
<연천 들꽃>
<고성 동해선>
<고성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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