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반문하는 것은 가야금 연주와 노래를 함께 하는 뮤지션 정민아가 보내온 곡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의 신곡 <봄이다>를 통해 '느껴지는 오늘은 겨울'이지만, '사실 지금은 봄'이라고 말하고 있다. 현실의 고난을 몰라서 하는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현실이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결코 희망을 버리지 말자는 이야기일 것이다. 또한 오늘 우리가 만들어가는 작은 희망에 대한 믿음의 이야기일 수도 있을 것이다.
▲ 가야금 연주와 노래를 함께 하는 뮤지션, 정민아. 그는 노래를 만드는 것을 '순간 순간 삶의 고통 속에 있는 봄 찾기'라고 표현했다. ⓒ정민아 |
사실 이제 어떤 사람은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의 어려움을 더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말하고, 또 어떤 사람은 그래도 세상은 좋은 쪽으로 갈 것이라 말한다. 그러나 어느 쪽이 반드시 옳고 어느 쪽이 반드시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부분의 진실을 가지고 있을 뿐, 그 누구도 전적으로 옳지 않고 그 누구도 전적으로 틀리지 않았다.
신자유주의와 이명박 정부를 수용한 우리 자신의 어리석음과 무기력을 뿌리 깊게 들여다봐야 하는 것처럼, 어디선가 싸우고 있는 이들의 움직임을 희망이라 부르지 않을 도리가 없다. 냉정과 비관, 낙관과 긍정 사이의 어디쯤에서 계절은 겨울이고 또 봄일 것이다. 당신은 어느 쪽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정민아는 나지막한 노래로 봄의 편에 서지만 이 노래가 울림을 주는 것은 단지 우리의 오늘에 대한 진지한 물음 때문만은 아니다.
[Revolusong] 코너에 이 한 곡을 발표하기 위해 그녀는 몇 달 전에 노래를 만들어 녹음했다가, 아쉬움을 느껴 애써 녹음한 곡을 버리고 다시 편곡했다. 그러나 그 곡도 마음에 들지 않아 또 다시 세 번째로 다시 편곡했다. 그제야 곡의 녹음을 마쳤지만 이번에는 믹싱이 마음에 들지 않아 믹싱을 두 번이나 다시 했고, 덕분에 마스터링 역시 두 번 다시 해내야 했다.
그 과정에서 곡의 스타일은 많이 달라졌지만 사운드는 더욱 단단해졌다. 미디 반주를 따라 고요하게 흘러가는 그녀의 보컬은 그녀 자신의 보컬을 겹쳐 번져가며 서정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곡의 중반에서야 비로소 등장하는 가야금 연주는 물론 그녀가 직접 연주한 것이며 멜로디언 역시 그녀가 직접 연주한 것이다.
국악과 대중 음악 사이에서 자신만의 음악을 들려주며 인기를 끌고 있는 그녀의 개성이 돋보이는 지점이다. 이처럼 보컬을 중심으로 여러 악기를 효과적으로 결합시키고 적절하게 흐름을 변화시킨 곡은 뉴에이지 음악을 듣는듯한 차분함을 전해주지만, 곡에 담긴 질문과 답은 결코 현실을 초월한 것이 아니다.
"요즘 들어 부쩍 더 드는 생각이, 저들은 결국 원하는 대로 다 해버릴 것 같다는 거다. 패배주의자가 되는 것을 원치 않지만, 기운이 빠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일개의 음악가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고작 노래 하나 만들어 부르긴 해도, 저들에게 들릴 수 있을 거란 기대는 없다. 하지만 고작 노래 하나 만드는 것이 희망이고, 그것이 완전한 의미이다. 순간순간 삶의 고통 속에 있는 '봄 찾기'이다."
그녀는 곡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순간 순간 삶의 고통 속에 있는 봄 찾기'. 사실 이 말보다 더 명쾌하게 이 곡을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봄이다>를 들으며 다시 한 번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오늘 내렸던 눈은 겨울눈인가? 아니면 봄눈인가?
홍대 앞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이 2009년 대한민국의 현실을 음악으로 표현한다. 매주 화, 목요일 <프레시안>을 통해서 발표될 이번 릴레이음악 발표를 통해서 독자들은 당대 뮤지션의 날카로운 비판을 최고의 음악으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관련 기사 : "다시 음악으로 희망을 쏘아 올리다")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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