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무부가 17일(현지시간)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해 44.71%의 상계관세를 부과키로 최종 판정, 사실상 대미 수출길이 막혔다.
미 상무부의 이번 판정은 하이닉스의 구조조정관련 금융조치를 정부보조금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오는 8월29일 예정된 유럽연합(EU)의 최종판정(예비판정률 33%)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번 판정으로 올해 1.4분기에만 1조4백70억원의 천문학적 적자를 낸 하이닉스의 독자생존 노력은 치명적 타격을 입게 되면서, 하이닉스 처리 문제가 또다시 최대 경제현안으로 급부상했다.
***수출봉쇄 위기에 봉착한 하이닉스**
미 상무부는 이같은 판정결과를 국제무역위원회(ITC)와 우리 정부에 통보됐으며 ITC는 내달 29일 자국 산업의 피해 유무를 최종 판결할 예정이다. ITC의 판정이 미 상무부 주장대로 나오면 8월6일께 확정 상계관세 부과명령이 내려지고 하이닉스는 대미수출시 수출가의 44.71%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지난해 하이닉스의 D램 대미 수출액은 4억6천만달러, 직수출은 1억2천만달러에 이르고 있다. 하이닉스는 지난 4월 예비판정후 직수출을 중단한 상태며 이번 판정에 따른 피해규모는 최소한 1억달러로 추산된다. 44.71%의 상계관세에도 불과하고 대미수출을 계속하려면 하이닉스는 월 평균 2백70억원의 예치금을 부담해야 하나 자금사정이 어려운 하이닉스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액수인만큼 사실상 대미수출은 차단된 셈이다.
여기에 유럽연합의 덤핑판정에 이어, 현재 상계관세 부과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일본, 대만까지도 가세하면 하이닉스는 말 그대로 국제시장에 수출을 할 수 없는 고립무원의 절대위기에 몰리게 된다.
미국은 지난해 11월 자국 D램 생산업체인 마이크론의 상계관세 제소에 따라 우리나라 정부의 보조금 지급과 자국의 산업피해를 조사한 뒤 지난 4월 하이닉스에 대해 57.37%의 상계관세 예비판정을 내렸고 이후 두차례에 걸친 양자 관세부과 유예협정이 결렬되자 이번에 최종판정을 내렸다.
***하이닉스, 올 1.4분기에만 1조원 손실**
하이닉스는 이같은 상계관세 부과에 따라 대미 직수출을 중단하는 대신, 상계관세에 해당되지 않는 미국 오리건주 유진공장의 생산 극대화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연말까지 1억달러를 투자해 유진공장 생산라인을 확장해 프라임칩 생산을 늘려 피해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와 함께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해 상계관세를 최소화하겠다는 대응전략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이 정도 대응을 통해 과연 당면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올해 1.4분기에만 1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손실을 낸 하이닉스가 수출길마저 막힐 경우 생존 가능한가에 대한 의구심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전자업계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번 덤핑판정의 이면에 지난해 하이닉스를 인수하려다가 하이닉스 이사회 반대로 좌절한 마이크론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인수협상과정에 하이닉스 경영정보를 입수한 마이크론이 이 실사자료를 바탕으로 미 상무부에 제소해 이번 판결을 이끌어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미국의 덤핑판정의 이면에 마이크론 등의 농간이 작용한 것은 사실이나, 하이닉스가 정부지원으로 여지껏 생명줄을 이어온 것 역시 분명한 사실"이라며 "정부가 산업은행에 대해 회사채 신속인수를 압박해 지금까지 시간을 벌 수 있었으나 하이닉스 문제를 더이상 끌고나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하이닉스 문제가 표면화될 경우 하이닉스 자체는 물론, 하이닉스에 발목잡혀 있는 국책은행 및 공적자금투입은행들의 경우도 초대형 부실을 현실화해야 할 것으로 보여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결코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호미로 막으려다가 가래로도 막기 힘든 상황에 직면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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