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불화설이 어느 때보다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을 부추겨 북한과 이란에 대해 미국을 전쟁을 일으키도록 이끌고 있다고 당사국들로부터 맹비난을 받아온 인물이다.
지금까지 볼턴은 사실상 극적인 평화협상을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카드로서 '악역 담당'을 하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일부 소식통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보좌관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으며, 자신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볼턴이 끌고 가는 것이 아니냐고 의문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몇 가지 정황 근거를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위협에 대해 중동에 12만 명의 병력을 파병한다는 계획과, 북한과의 외교적 협상이 적대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관측들을 일축했다. 또한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하려는 볼턴의 작업 결과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최근 북한이 잇따라 발사한 미사일들에 대해 볼턴은 "명백히 유엔결의안 위반"이라고 단정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북한이 조그만 무기를 발사해 어떤 사람들을 불안하게 했지만, 나는 아니다"며 트위터로 일축했다. 다음날 일본 도쿄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유엔결의안 위반이 아니다"라고까지 주장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백악관 보좌관에 취임하기 전부터 이란 정권을 전복시키겠다고 공공연히 밝혀온 볼턴의 야심을 공유하지 않는다는 점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현정권이 위대한 나라를 건설할 기회가 있다"면서 "미국은 정권 교체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핵무기가 없기를 바랄 뿐"이라고 강조했다.
신문은 볼턴 역시 사석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의 정세 변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려는 의지가 없다면서 좌절감을 토로했다고 몇몇 관료들을 인용해 전했다.
볼턴 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의 갈등설도 불거지고 있다. 이란산 석유수입을 모든 국가에게 금지시키자는 볼턴과 일부 국가에게는 유예하자는 폼페이오와의 의견이 다른 것도 한 예다. 또한 이란의 민간 원전 프로젝트 참여를 모든 국가에게 금지하자는 볼턴과 전면 금지할 경우 유럽 동맹국들의 반발을 사게 된다는 국무부의 의견이 달라 갈등을 빚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의 엇박자가 협상 전략인지, 미국 외교정책의 불확실성을 초래하는 요인인지는 지켜봐야 한다"면서 "트럼프는 선한 역과 악역을 오락가락 한다면, 볼턴은 언제나 악역을 맡을 뿐"이라는 한 전문가의 진단을 곁들여, 재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악역' 볼턴의 거취도 결정된다는 것을 시사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은 보좌관을 싫어할 때 측근들에게 비공식적으로 보좌관에 대한 의견을 구한다"면서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후원자에게 볼턴에 대한 견해를 물어본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화설을 의식한듯 볼턴 보좌관은 29일 아랍에미리트 수도 아부다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자 "나는 국가안보보좌관일 뿐, 국가안보 결정권자가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볼턴 보좌관의 이번 발언은 오는 30일 사우디 메카에서 열리는 긴급 걸프협력회의(GCC)와 아랍연맹 정상회의를 앞두고 나왔다. 이번 회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의 위협에 공동 대응하자며 각국 정상에 요청해 열리는 것이다. 볼턴이 이 회의에 참석할 경우 어떤 수위의 발언을 내놓을지도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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