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초청으로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재계와의 간담회에 참석한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이 전경련 회장단 및 회원사 대표들과 또한차례 '전쟁'을 치렀다.
약 3시간 30분 동안 간담회에서 재계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부당내부거래 조사, 출자총액제한 유지 등에 대해 강력항의하며 '투자 보이콧' 입장까지 밝혔고, 이에 대해 강 위원장은 '구체적인 재벌개혁 3개년 프로그램'을 작성해 개혁을 멈추지 않겠다고 맞받았다.
***재계, "이러면 투자 못해"**
재계 참석자들은 “경기 하강기에는 기업들이 현금흐름이 부족해 쉽게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면서 최근 공정위가 6대 그룹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시작한 데 대해 불만부터 표시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경기 하강기에 부당내부거래 조사나 재벌개혁을 밀어붙이는 것은 기업에는 회복하기 어려운 엄청난 충격이 될 수 있다”며 “기업 스스로 개혁을 해나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때까지 개혁의 강도와 시기를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날 재계는 출자총액제한제도에 집중적인 불만을 털어놓았다. “경기를 끌어올리는 것은 결국 대기업들의 투자라는 사실을 강 위원장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출자총액제한제도 등으로 기업들을 꽁꽁 묶어놓고 어떻게 경제를 살리자는 것인지”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기업마다 핵심품목과 경영전략이 다르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지배구조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도 나왔다.
삼성그룹 출신의 현명관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기업의 조직형태 등은 기업이 알아서 결정할 사안"이라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대기업정책을 일정한 시한을 정해두고 계속 한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 부회장은 "정부는 기업의 형태를 규제할 게 아니라 미국. 일본 등이 나름의 기업형태를 갖고 있는 것처럼 경제상황에 따른 최적의 형태를 가질 수 있도록 밀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계 인사들은 이와 함께 정부가 기업들에만 글로벌 스탠더드를 강요하지 말고 정부도 기업과 국민을 위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해야 하며 특히 노사관계에서 정부가 글로벌 스탠더드를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위원장, "개벌개혁 3개년 프로그램 만들겠다"**
그러나 이에 대해 강 위원장은 "어려울 때일수록 내부를 다져야 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강 위원장은 "구체적인 재벌개혁 프로그램을 작성, 3년간 시행한 뒤에야 성과를 평가한 뒤 재벌개혁방안을 재검토하겠다"는 후퇴없는 재벌개혁 의지를 보였다. 강 위원장은 "시장개혁이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시장 참여자들의 의식과 관행이 변한다면 3년후 대기업집단 관련 시책을 전면 재검토할 용의가 있다"면서 "시장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는 임무를 맡은 공정위로서는 경기 변동과 관계없이 소임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게 옳다"며 재벌개혁 추진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강 위원장은 “시장 개혁의 객관적 평가를 위해 기업과 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 경쟁도를 평가할 수 있는 지표의 개발을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했으며 현재 구성된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를 통해 대기업 정책의 개혁방안을 3.4분기까지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강 위원장은 그러나 이날 간담회에 참석하기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조사대상은 2000년 이후 사안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 에버랜드 CB발행은 원칙적으로 조사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조사의 대상은 부당내부거래 부문이며 상속 문제는 대상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투자'를 무기로 부당내부거래조사, 출자총액제한까지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재계의 전방위 공세에 맞선 강철규 위원장의 모습은 '외로운 섬'처럼 고독해보였다.
이날 간담회에는 손길승 전경련 회장을 비롯,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 김윤 삼양사 회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 노기호 LG화학 사장, 배종렬 삼성물산 사장, 김희용 동양물산 회장 등 30여명의 기업인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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