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택저당대출(모기지론) 2위 업체이자 세계 최대 금융기관의 하나인 프레디맥(연방주택저당공사) 회계분식 의혹사건이 자칫 미국의 금융시장 붕괴 나아가 미국 경제의 밑둥을 흔들 수 있는 초대형 악재로 발전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엔론 사태 이후 미국 금융계와 재계를 흔들었던 '회계분식 악몽'이 다시 시작되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미국경제에 연쇄 파급효과 우려돼**
세계사회주의웹사이트(www.wsws.org)에 12일(현지시간) 게재된 분석기사에 따르면, 미국의 경제성장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에서 주택저당에 의존하는 비중이 막대한 상황에서 프레디맥이 발행한 채권가격이 떨어져 모기지론 금리가 조금이라도 오르게 되면 한계상황에 있는 주택상환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미국 경제에 연쇄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의 모기지론은 사상최저 수준의 저금리에 힘입어 지난해 2조5천억달러라는 기록적 수치에 도달한 데 이어 올해 무려 4조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될 만큼 주택구입붐이 이어져 왔다.
프레디맥 사건은 이 기업의 회계감사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회계관행에 대한 내부감사에 데이비드 글렌 최고운영책임자(COO)가 협조하지 않는다는 고발이 나온 뒤 9일 전격해임되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 등도 잇따라 사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1월 이후 진행해온 비공식적 조사를 공식적 조사로 변경해 관계자 소환과 청문회 개최 등을 개시하겠다고 9일 프레디맥에 통보했다. 미 연방검찰에서도 11일 형사범죄로서 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개시했다고 밝히는 등 사태는 확대일로에 있다.
미 하원 재무위원회의 버니 프랭크 민주당 의원도 다우존스와의 회견에서 "프레디 맥 사태가 미 주택시장에 충격을 가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필요할 경우 청문회를 소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WSWS는 "프레디맥측은 회계관행에 대한 견해 차이에서 비롯된 일일 뿐이라고 거듭 주장하고 있지만 명백한 의문은 '그렇다면 왜 최고경영진 3명이 사퇴해야 했느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WSWS는 "금융시장 거래자들은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음에 틀림없다"면서 "프레디맥 의혹사건이 터지자마자 프레디맥의 주가가 16%나 폭락해 시가총액이 60억 달러나 감소했다"고 전했다.
***정경유착 의혹도 제기돼**
워싱턴포스트도 11일 "프레디맥은 거대 로비스트들의 덕택을 본 회사로, 최근 AT&T, 필립모리스, 마이크로소프트 등보다 많은 수백만달러의 자금을 정치권에 기부했다"고 보도했다.
패니메 역시 정당헌금을 의미하는 '소프트머니(Soft Money)'의 최대 제공자로서 잘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두 기업이 거액의 불법 뇌물 등을 정.관계에 집중 살포하며 불공정한 이득을 챙겼으리라는 의혹도 받아왔다는 점에서 미 월가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정보 공개 의무 요구 거세질듯**
프레디맥 사건의 여파는 1차적으로 금융시장의 안전성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된다. 프레디맥과 자회사인 패니메(연방저당협회)의 자산규모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두 기업의 자산은 1조6천억 달러로 미국 최대의 은행인 시티그룹보다 44%나 많다.
프레디맥과 패니메는 미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는 일종의 공기업으로, 7조 달러에 추산되는 미국 주택담보채권시장의 42%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프레디맥과 패니메는 은행 등으로부터 모기지 채권을 사들인 후 다른 채권을 패키지로 묶은 증권을 발행, 월가에 판매하고 있는데, 이 증권의 상당부분을 일본 등 아시아국 투자가들이 보유하고 있어 이 사건의 여파는 아시아에까지 미칠 수 있다.
두 기업은 미 재무부로부터 직접 자금을 끌어올 수 있는 특혜가 부여돼 있으나 연방정부가 직접 채권에 대한 지급보증을 해주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이 사건의 여파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또한 이번 사태로 정부 지원을 받고 있는 기업들의 재정 정보를 더 많이 공개하도록 하는 법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이 법안은 정부지원을 받고 있는 기업들에 대해 부채를 등록하고 모기지의 지원을 받는 주식을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신고할 것을 규정하는 등 재정정보 공개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 법안의 공동 발의자인 에드워드 마키 하원의원은 "금융시장에서 일련의 부정과 스캔들이 불거짐에 따라 의회가 금융개혁법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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