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제왕인 조지 소로스 퀀텀펀드 회장이 9일(현지시간) 러시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주의 본산’으로 자부해온 미국을 ‘시민사회가 위협받고 있는 위기의 국가’로 규정하며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의 '네오콘(신보수주의)'을 맹성토했다.
소로스의 이같은 부시 비판은 부시 집권후 취한 일련의 군수자본 위주정책으로 금융자본의 이해가 크게 훼손된 데다가, 최근 들어서는 인위적인 '약한 달러'정책으로 국제금융시장이 혼란상태에 빠져들면서 세계경제의 안정이 위협받고 있는 데 대한 월스트리트의 반격 성격이 강해 주목된다.
***"부시 독트린은 '동물농장' 독트린"**
소로스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개방된 국제사회를 위한 투쟁은 더이상 구 사회주의권이 아니라 이제는 주로 미국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그 이유로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국가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로스는 “미국시민권자로서 나는 현 미 행정부가 보다 평화롭고 공평한 세상을 건설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권력을 더 가지기 위해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고 느낀다”고 부시 정권을 맹비난했다.
소로스는 “지금 미국 사회가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면서 “미 행정부가 ‘누구도 진실을 독점하지 않는다’는 열린 사회의 제1원칙을 망각한 몇몇 몽상가들에 장악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 행정부는 9.11 테러사태를 합당한 정도를 넘어 권력을 확장하는 구실로 악용했다”고 지적하며, 특히 부시정부가 선제군사 행동을 주장하는 '매우 위험한' 부시 독트린을 채택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부시 독트린의 의미에 대해 소로스는 "이제 세계에는 두 종류의 주권이 있을뿐"이라면서 "이는 모든 국제적 의무와 조약에 우선하는 미국의 주권과, 부시 독트린에 따라야 하는 다른 국가의 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소로스는 “부시 독트린은 '모든 동물은 평등하지만 일부는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는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 나오는 격언을 연상시킨다“고 덧붙였다.
소로스는 "‘민주주의의 유일한 모델은 미국뿐’이라는 현 미 행정부의 시각은 사회를 조직하는 방법은 단 한가지뿐이라는 공산주의자들의 믿음처럼 그릇된 것이며 잠재적으로 위험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부시의 약한 달러 정책, 매우 위험한 게임"**
소르스는 이에 앞서 지난 5일 자신이 러시아에 설립한 경제대학원에서 행한 강연에서 ‘달러의 운명’에 대한 질문을 받고,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취해지고 있는 부시 정부의 '약한 달러'정책을 맹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통상적으로 나는 달러의 추세가 어떻게 갈지 정확하게 알고 있지만 언급할 수 없다고 말해 왔다”면서 “그러나 이번에는 진실을 말해주겠다. 그것은 나도 모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로스는 “올해 들어 달러는 유로에 대해 20%나 가치가 하락했는데, 이는 유럽에 피해를 주면서까지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경제를 부양시키려는 미 정부가 환율조작에 나섰기 때문”고 부시정권의 인위적인 '약한 달러' 정책을 비판하면서 “그들(미정부)은 시장의 격렬한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경고했다.
소로스는 "환율은 한 번 움직이기 시작하면 자체적인 힘에 의해 움직이는 경향이 있고 수년에 걸친 사이클을 따르게 되기 때문에 나도 그 끝을 확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소로스는 “그들은 이제 와서야 자신들이 매우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부시가 약한 달러가 공식정책이 아니라고 시장을 안심시키려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소로스의 이같은 경고는 부시 집권후 세계자본주의의 위기가 한층 심화됐다는 월가의 위기감 어린 진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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