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당시 강경 폭력진압과 발포명령을 거부해 민주인권 경찰의 사표로 떠오른 고 안병하 치안감이 비망록에서 “광주 시민들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 밝혀져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전두환 신군부의 명령을 거부한 죄로 모진 고문을 받았고, 그 후유증으로 오랜 세월 병을 앓다 숨을 거둔 참담한 개인사에도 불구하고 후회는커녕 시민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안 치안감의 인간적인 면모가 새삼 시민들의 가슴을 적셨다.
안병하 기념사업회(이사장 이용빈 민주당 광산갑 위원장)가 마련한 특별대담에서 안 치안감 아들인 안호재씨는 “당시 진압에 투입된 1,500여명 전남경찰들을 안전하게 철수시켜준 시민들에게 고마움을 느꼈다는 말씀을 평소에도 많이 하셨다”고 말했다.
항쟁 3일째인 80년 5월 21일 공수부대가 철수했지만, 철수사실을 뒤늦게야 알게된 1,500여명 경찰병력이 도청 뒷담을 넘어 혼란스런 철수를 시작했지만 당시 격앙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인근 지역 시민들이 밥을 먹이고 경찰복을 민간인 복장으로 갈아입히며 안전하게 광주를 빠져나가게 했다는 것에 안 치안감이 늘 고마워했다는 얘기다.
안호재씨는 또 “아버님은 돌아가시는 그날까지 경찰 정복을 장롱안에 걸어두고, 언젠가는 당신의 진실이 규명돼 정부가 복직을 시켜주리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으셨다”고 말해 청중들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내년 40주년을 맞는 5·18 사업에 대한 바람을 묻는 이용빈 이사장의 질문에 대해 안씨는 “5·18 희생자 뿐만 아니라 광주의 희생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도 함께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이렇게 해야 불의한 명령을 거부하는, 의롭고 영혼이 있는 공직자들이 대접을 받는 공직사회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안 씨는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에 안치된 5·18 군․ 경들의 엇갈린 비문에도 분노하며 시급히 개선돼야 할 사안으로 주목했다.
안 씨는 “경찰은 순직으로 비문에 새겨져 있으나 22명 군인들은 모두 전사비문을 달고 있다”며 “전사는 전쟁에 나가 적과 씨우다 죽은 군인들을 칭하는 용어인데, 그렇다면 광주시민이 적군이었단 말이냐”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용빈 이사장은 “인병하 정신을 기리자는 시민들의 의견이 다수 모아지고있다”며 “특히 최근 여론의 반발에 부딪힌 청룡봉사상 같은 상이 아닌, 시민이 추대하는 모범적인 민주인권경찰에 상을 주는 안병하 인권상을 제정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안 씨에게 동의를 구해 즉석에서 답변을 얻어냈다.
이에 따라 안병하 기념사업회는 내년 5·18 40주기를 맞는 주요사업으로 ‘안병하 추모 기념홀 건립’과 ‘안병하 인권상 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한편 안호재씨는‘안병하 인권학교’를 운영하며 우리사회의 제반 인권문제개선에 남다른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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