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경제부총리가 30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최고경영자포럼 강연에서 “대만, 홍콩, 싱가폴, 중국 등 중화권 수출 비중이 27.5%로 가장 크다”면서 "사스의 영향으로 이들 지역의 성장률이 떨어지면 수출에도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우려한 직후 이를 뒷받침하는 보고서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일 <사스의 경제적 영향과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사스로 인한 경제적 피해 중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 대한 수출 감소"라며 "특히 대중국 수출비중이 높은 석유화학, 철강 등의 피해가 클 것"으로 우려했다.
중국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對) 중국 수출규모는 2백86억달러로 이 가운데 광둥지역 수출은 78억 달러(27.4%)에 달하고 있다. 전자제품 수출만 보면 40% 이상이 광둥에 집중돼 있다. 이에 따라 사스의 확산추세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한국의 주요수출 산업 대부분은 직접적 타격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사스가 적어도 2.4분기, 즉 오는 6월까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와 전세계로 확산된다는 기본 전제하에 중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기준 경제성장률은 당초 중국정부가 예상한 8%대보다 낮은 7%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대중국, 대아시아 수출비중이 각각 14.6%, 47.6%(작년기준)에 이르는 한국의 직접 피해규모도 수출 과 관광수입에서만 작년 명목 GDP(국내총생산)의 0.4~0.7%에 해당하는 20억~33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원은 구체적으로 수출의 피해액은 17~30억 달러, 관광수요 10% 감소로 약 3억 달러 피해액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결국 사스는 2003년 GDP 성장률을 0.5% 안팎으로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결론이다.
산업별로는 대중국 수출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석유화학(41.4%), 철강(30.1%)의 피해가 단기간내 가장 클 것으로 예상했다. 또 중국 민간소비 위축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PC, 무선통신기기 등 IT산업과, 대중국 수출비중은 작지만 대중국 수출증가율이 최근 급상승하고 있는 자동차, 반도체 역시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원은 또 사스확산이 지속될 경우 의존도가 높은 농산품 등 중국산 제품의 공급이 줄고 중국 수입품 가격이 5~10% 인상됨에 따라 국내소비자 물가 역시 0.1~0.2% 포인트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고용부문에서도 8만9천~11만9천명의 고용감소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추정했다.
항공산업의 경우도 국제여객이 10% 감소할 경우 약 7억달러의 수입감소가 예상됐다.
사스 영향 가운데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경상수지 적자의 확대다. 이는 우리나라가 중국과의 거래에서 흑자를 기록해왔기 때문인데, 연구원은 약 11~19억달러의 경상수지 적자 효과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올 들어 내리 4개월째 경상수지 적자 발생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우리에게는 또하나의 걱정거리가 생긴 셈이다.
연구원은 사스확산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는 ▲수출선 다변화 정책 ▲농수산물 등에 대한 강력한 물가관리 ▲북핵문제.금융시장 불안 등의 국내 불안요인 조기 진화 등을 대책으로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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