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 삭스, 크레디스위스퍼스트보스턴(CSFB) 등 투자은행들로부터 사스(SARS) 위기가 6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0년래 최저인 7% 아래로 뚝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가운데 ‘투자의 현인’ 워렌 버핏이 중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다른 투자가라면 사스 위기가 한창인 중국에 투자하는 것을 ‘대박’을 노린 도박적 투기로 치부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가치투자’를 신봉해온 워렌 버핏인지라 월가에서는 비상한 관심을 갖고 보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의 아시아 경제 담당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 주니어는 30일(현지시간) “위험을 감수하는 해외투자와는 거리가 먼 그의 행보가 매우 흥미롭다”면서 “월가에서 버핏의 위상을 감안할 때 대대적인 동조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상 가치투자자들에게는 중국의 기업들은 지배구조가 불투명하고 회계장부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점, 취약한 금융시스템, 사회 안정성에 대한 우려 등으로 외면받아 왔다. 게다가 사스 위기까지 가세해 중국 기업들에 대한 투자는 더욱 꺼림칙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그런데 버핏은 최근 중국 최대의 석유회사 페트로차이나(중국석유)의 거래주식 13.75%를 사들여 발행주식 매입지분으로는 3위에 올랐다. 페트로차이나는 중국의 정유 생산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천연가스의 80%를 판매하는 기업이다.
페섹 주니어는 “버핏의 투자원칙으로 볼 때 두 가지 점을 추측할 수 있다”면서 “버핏은 중국의 최대기업들 중 몇 개는 저평가돼 있으며 또한 중국을 장기투자처로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버핏은 헐값으로 판단되는 주식에만 투자하는데, 페트로차이나가 바로 그런 주식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현재 페트로차이나는 올해 추정수익의 6.3배로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엑슨모빌이나 BP가 추정수익의 17배로 거래되는 것과 비교가 된다는 것이다.
페섹 주니어는 “버핏이 중국기업들을 제대로 보고 있는지, 중국이 장기투자처로 적절한지가 가장 큰 의문”이라면서도 “해답이 나오려면 몇 년이 지나봐야겠지만 버핏이 페트로차이나 주식을 사들였다는 의미는 적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른바 ‘버핏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미 페트로차이나 주가는 28일 지난 7월3일 이후 하루 최대폭으로 올랐다. 페섹 주니어는 ‘버핏 효과’로 페트로차이나의 경쟁업체인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와 중국석화(SINOPEC) 등도 상승세를 탈 것으로 전망했다.
페섹 주니어는 “버핏의 투자는 중국 경제와 중국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원군이 돼줄 것”이라면서 “중국을 바라보는 분위기에 일대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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