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년 만에 국가기념일이 된 11일 동학혁명의 날은 어느 해, 어느 날 보다 뜨거운 오월의 햇살이 가득했다. 충북 청주시 무심천 청남교 동학장승공원에는 그날을 기억하고 기념하기위해 풍물패가 길을 트고 멋들어진 장승이 세워졌다.
충북동학혁명기념사업회(이하 기념회)는 이날 ‘충북 하늘 위에 피어난 녹두꽃 2019’라는 제하에 첫 국가기념일 지정 기념행사를 진행했다.
기념회는 사전행사로 동학혁명 당시 무심천을 경계로 김개남 장군이 이끄는 동학군과 청주병영군 간에 치열한 전투를 벌이다가 숨져간 이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꽃상여를 마련해 행진을 벌였다.
무심천 롤러스케이트장에서 청남교 동학장승공원까지 펼쳐진 꽃상여 행진은 ‘사람이 하늘이다’를 비롯한 수십여 장의 만장이 행렬을 이었으며 지나던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어 장승공원에 세워지는 2기의 장승은 도림공방의 김만수 작가가 고목을 구해 모양을 갖췄고 서예가 성기풍 선생이 ‘너와 나 함께 여는 어화둥둥 좋은 세상’ 이라고 붓으로 써 넣었다.
아울러 어린이들이 장승에 갖가지 꽃 그림을 그려 넣으며 무뚝뚝했던 장승은 새 생명을 얻고 다시 태어나는 듯 맑게 우뚝 섰다.
풍물패가 흥을 돋우고 대금연주와 민요 가락까지 더해졌으며 형석중 학생들은 김장훈의 경쾌한 애국가에 맞춰 힘찬 태권춤을 선사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번 행사는 선조 동학인 들이 실천했던 ‘유무상자’ 제도가 21세기에 되살아난 것처럼 보였다. 유무상자 제도는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내 놓을 수 있는 것들을 내 놓으며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이날 장승공원에도 꽃상여 행렬 퍼포먼스를 비롯해, 풍물패, 민요, 색소폰연주, 시낭송 클럽 등이 함께 했고 떡과 음식을 준비해 온 사람, 장승을 세우는 사람 등 자발적 참여자들의 의지가 모아져 축제를 방불케 했다.
앞서 기념회는 장승세우기 행사를 미리 알리기 위해 조완주씨가 지난달부터 3일에 걸쳐 롤러스케이트장에서 장승공원까지 삼보일배를 진행했다. 조 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오체투지를 실천하며 참 동학인의 모습을 말없이 실천해 주위에 귀감을 샀다.
기념회를 이끄는 충북연구원 김양식 박사는 10일 동학혁명 국가기념일 제정의 의미와 충북의 동학혁명에 대해 기념 강연을 열고 행사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김 박사는 “올해 국가기념일 제정은 그동안 묻혀 있던 동학혁명에 대한 가치와 위상이 올라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동학의 자유와 평등, 인권 사상이 국가의 정체성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민중이 주도한 풀뿌리 민주주의인 동학혁명은 이후 의병활동, 3·1운동과 독립운동 4·19혁명, 6·10만세운동에 이어 촛불혁명까지 이어지는 민족정신의 뿌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동학혁명의 시작과 끝은 충북이라고 할 수 있다”며 “1893년 보은취회를 시작으로 이듬해 동학혁명이 일어났고 우금치 전투에서 패한 동학군의 마지막 전투는 보은 북실이다. 충북에는 모두 26곳의 동학혁명 유적지가 있다”고 말했다.
장승세우기를 마치고 김 박사는 “김개남 장군이 직접 참여한 청주성 전투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동학군 1만 3000명이 참여했던 큰 전투였다”며 “동학군들이 죽음으로 넘고자 했던 무심천을 오늘 후세들이 넘었다. 오늘 이 가치와 기운이 선조들이 꿈꾸던 대동사회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동학혁명 국가기념일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기념일선정위원회를 구성해 역사성, 상징성, 지역참여도 등 기중에 따라 황토현전승일일 5월11일을 기념일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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