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적대적 M&A(기업 인수합병) 가능성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영국계 헤지펀드 소버린 자산운용이 SK그룹의 지배구조 개혁 등 과감한 청사진 제시를 요구해 SK 등 재계를 크게 긴장시키고 있다.
***소버린, "SK를 한국 기업지배구조의 모델기업으로 변모시킬 것"**
SK의 최대주주인 소버린 자산운용은 14일 홍보대행사를 통해"소버린은 SK를 한국 기업지배구조의 모델기업으로 변모시킬 수 있도록 경영진과 건설적으로 작업할 것"이라며 "소버린은 SK의 기존주주 및 경영진과 관계없는 장기투자자"라고 밝혔다.
소버린은 또"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지배구조를 확립하고 투명경영을 통해 주주이익 극대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SK의 입장에 공감하며 회사의 노력을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버린측은 이어 SK의 주식을 집중매집한 이유에 대해 "SK는 최근 SK글로벌 사태와 과거의 수익성없는 방만한 투자로 인해 할인된 상태에서 거래되고 있는 저평가된 기업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소버린측은 "현재 SK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채권자, 종업원, 규제당국뿐 아니라 모든 주주의 신뢰와 지원을 확보할 수 있는 과감한 개혁 청사진이 필요하다"면서 "SK에 대한 소버린의 투자는 한국에 있어 기업의 비극을 기업 지배구조의 승리로 변모시키는데 촉매역할을 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소버린측은 "SK가 성공적으로 개혁되면 국제 및 국내경제계에 한국이 일류 경제국가로의 노정에 접어들었다는 확실한 신호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버린측의 이같은 입장 발표는 소버린이 최태원 회장 등 오너측을 차제에 경영진에서 밀어낸 뒤, SK를 민영화된 공기업처럼 운영하겠다는 소버린, 더 나아가서는 외국계의 메시지를 전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어 SK는 물론 재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SK텔레콤 지배는 현행법상 불가능**
한편 SK그룹측은 소버린측의 의도가 SK가 최대주주로 있는 SK텔레콤을 노린 게 아니냐고 경계하고 있다. SK그룹은 SK(주) 20.85%, SK글로벌 3.06% 등 24.07%(자사주 10.23% 제외)의 지분을 통해 SK텔레콤을 지배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비록 계열사이나 사실상 SK의 최대수익원이자 대표기업이다.
그러나 소버린이 SK텔레콤을 직접 지배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할 전망이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상 통신업체에서는 외국인 또는 외국인 투자지분이 15%가 넘는 국내기업의 지분은 전체주식의 49%를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1대 주주인 SK(주)가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바뀌는 순간 SK텔레콤에 대한 의결권은 20.85%에서 8.04%로 현저히 낮아지게 된다. SK텔레콤에 대한 외국인 지분이 지난 11일 현재 40.96%에 달하기 때문에 49%를초과하는 SK(주) 지분 12.81%는 의결권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SK그룹의 SK텔레콤 의결권은 도리어 현행 24.07%에서 11.26%로 낮아져 경영권을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지난주에도 계속 SK주식을 사들인 소버린의 계열사 크레스트증권은 12일 현재 SK(주) 지분 14.9%를 확보함으로써 지분 0.1%를 무기로 SK(주)측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전문가들에 따르면 지분 0.1%는 지난 주말 종가 기준으로 13억9천6백만원에 불과해, 1천7백억원을 투자한 크레스트로는 14억원을 가지고 최소한 매입한 주식을 비싸게 되파는 그린메일을 구사할 힘을 갖게 된 형국이다.
SK측은 14일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소버린 자산운용이 말하는 개혁의 구체적 내용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린메일 가능성 등에 대해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면서 "적대적 M&A의 경우는 외국인투자지분이 10%가 넘으면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예외사항이 된다는 점에서 의결권 지분 문제는 해소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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