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8일(현지시간) 가진 정상회담에서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전 종전후 향후 2년간 이라크에 대한 군정을 실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4단계 구상에 합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4단계 구상은 곧 미 국방부 산하 재건인도지원기구(ORHA)를 통한 군정실시, 3개월 뒤 임시 이라크정부(IIA) 구성, 9개월 뒤 이라크 신정부 설립을 위한 제헌국회 설치, 군정 실시부터 2년 이내 주권을 가진 정부 출범 등으로 이뤄져 있다.
특히 미국과 영국은 향후 이라크 권력체제를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변 친미 아랍국가들과 동일한 '왕정'으로 복귀시키려는 음모를 추진중인 것으로 드러나, 큰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친미 임시 이라크정부, 자체 군대 창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는 9일 영국 관료의 말을 인용해 부시와 블레어가 합의한 4단계 구상을 전하며, “군정의 1단계는 이르면 9일부터 시작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라크 남부 바스라에서 9일 임시정부 구성을 위한 모임이 열리는 것을 시작으로, 사실상 군정에 돌입한다는 예상이다.
FT는 “미국과 영국은 이러한 4단계 구상에 따른 임시 이라크 정부를 합법화하는 유엔 결의안이 향후 몇주내에 이뤄져야 한다는 데 이미 합의했다”고 전했다.
IIA(임시 이라크정부)는 22명의 각료로 구성되며, 대부분 토착 이라크인들과 이라크 해외망명인사들이 임명될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IIA는 자체 군대를 창설하게 되며 사담 후세인 이후 이라크에서 반란이 일어난다면 IIA가 진압하는 것이 가장 최선이라는 것이 미.영 정부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현재 미국의 체니 부통령과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강력히 밀고 있는 이라크 반체제인사 찰라비는 군의 장악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라크, 왕정으로 복귀시킬 계획**
그러나 FT는 “미.영 양국의 이라크 재건 구상에는 두 가지 난제가 걸려있다”고 지적했다.
첫번째 난제는 유엔 ‘이라크 특명대사’의 역할에 관한 논란이다. ORHA와 IIA에서 유엔 대사의 역할을 어떻게 규정할 것이냐를 둘러싸고 부시 대통령은 7일 “유엔의 역할은 임시 이라크 정부에 인물을 추천하는 선에 그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이라크 재건은 유엔만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반박하고 있으며, 독일과 러시아 입장도 마찬가지다.
두번째 난제는 이라크 신정부를 어떻게 구성할 것이냐다. 미.영 정부관계자들은 이라크의 마지막 왕정의 토대였던 1926년 헌법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FT는 “영국 정부 관계자들은 과연 이라크 국민들이 왕정으로의 복귀를 원할지 미지수라는 입장”이라고 전해 현재 왕정 복귀를 추진중인 나라가 미국임을 시사했다.
이같은 미국의 왕정 복귀 구상은 그동안 미국이 이라크에 민주정부를 수립하겠다고 해온 주장과 상반되는 것으로,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 같은 친미 중동국가들처럼 이라크에 친미 왕정국가를 세우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어 향후 큰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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