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현재 전세계 2천2백명 이상 감염돼 65명 이상을 사망시킨 괴질이 보건 차원을 넘어 경제에 타격을 주는 요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국제테러위험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괴질공포까지 확산되면 인력과 상품, 자본 이동이 위축되면서 세계적 불황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과거 14세기 유럽인구의 거의 3분의 1을 희생시킨 페스트에 대한 공포로 여행과 무역이 극단적으로 위축되면서 사상 유례없는 경제불황을 초래시켰던 악몽을 되살리는 주장이다.
***중국 경제성장률 0.5~1%포인트 하락 위험**
특히 괴질의 진원지로 알려진 중국은 이미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이라는 돌출 변수로 고도성장세에 위협을 받기 시작한 양상이다. 더욱이 이번 괴질의 발원지가 중국의 최대 성장엔진인 광동성이라는 점이 중국을 당혹케 하고 있다.
2일 모건스탠리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이코노미스트 앤디 시에는 "괴질로 인해 중국의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0.5%포인트나 낮춘 6.5%로 하향조정했다.
그는 "중국이 괴질 감염자수를 정확히 발표하지 않아 괴질로 인한 경제적인 타격을 가늠하기 힘들다"면서 "그러나 만약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중국에서의 괴질 감염이 더 심한 것이라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추가 하향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은 (괴질로 인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비상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중국이 괴질에 대해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다면 이는 중국경제에 장기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에는 괴질이 새로 출범한 후진타오 체제가 직면한 첫번째 위기로 지적했다.
BNP 파리바도 보고서를 통해 "괴질이 경제에 미치는 타격은 괴질 바이러스에 효과적인 치료약이 개발되는데 걸리는 시간에 달려 있다"며 "괴질 확산이 계속되면 올해 중국 GDP 성장률을 1%포인트까지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남아 국가들도 치명타**
괴질은 중국에게만 타격을 주는 것은 아니다. 지난 몇년간 건국이래 최대 불황을 겪고 있는 홍콩과 싱가포르 등 동아시아 전역이 괴질로 비상이 걸렸다. 모건스탠리는 괴질에 따른 여행업 침체 등 부정적 효과를 반영해 동아시아(일본 제외) 성장률 전망치를 5.1%에서 4.5%로 낮췄다.
각 국가별로는 홍콩은 2.7%에서 2.0%로, 싱가포르는 2.9%에서 2.1%, 말레이시아는 4.1%에서 3.0%로 각각 하향조정됐다. 한국도 이와는 다른 요인 때문이나 4.0%에서 3.5%로 하향조정됐다.
모건 스탠리는 괴질 효과가 2분기에 일단락될 것이란 가정하에 이같은 수정치를 작성한 것이지만 만일 2분기를 넘어 지속되면 GDP 마이너스 효과는 두 배로 커진다고 밝혔다. 특히 괴질에 따른 여행업종 매출 하락율은 15%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영국의 BBC 방송도 1일(현지시간) "SARS가 초래한 경제적 충격은 단기적으로는 분명하다"면서 "항공사들은 운행편수를 축소하고 홍콩과 싱가포르 등 괴질 감염지역 등에 여행을 자제하라는 충고에 따라 여행객들의 호텔 예약 취소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홍콩 캐세이 퍼시픽 항공과 싱가포르 에어라인 등의 주가는 며칠 동안 주가가 폭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 지역 거주자들은 혼잡한 쇼핑몰, 레스토랑, 술집 등을 피하고 집에 머물고 있다는 것.
BBC는 또 "괴질 감염자 대부분이 중국에서 속출하고 있는데도 중국 정부가 이 문제를 다루는 방식에 비판이 쏟아지면서 국제 투자자들에게도 중국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BBC는 "장기적 관점에서 SARS의 경제적 영향은 얼마나 빨리 질병 확산을 막을 수 있느냐에 달렸지만 매일 신규 환자가 보고되는 상황으로 볼 때 아시아의 재무장관들은 보다 나쁜 소식에 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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