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남부에서 군사임무를 수행중이던 영국군 3명이 31일(현지시간) 명령 거부로 인해 쿠웨이트를 거쳐 본국으로 소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전 발발후 최초로 발생한 참전군인의 '전쟁 거부' 사태다.
1일(현지시간) 미국의 ABC 방송은 이같은 사실을 보도하며 이들 병사의 송환 이유는 "이라크 전쟁에서 무고한 시민들을 죽이는 일에 끼어들고 싶지 않다고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영국 가디언지의 31일자 보도에 따르면, 이등병과 기술병 등 3명의 병사들은 16공습여단 소속으로 남부 이라크에서 유전 보호 임무를 수행중이던 병사들이다.
ABC 방송은 병사들의 변호사로 선임된 길버트 블레이즈의 말을 인용, "부당한 전쟁에 항의하는 이 병사들은 전쟁이 시작되자 '잠깐, 우리가 여기서 뭐하는 거지'라고 자문했다"면서 "이 병사들은 전쟁전 걸프만에 배치됐으나 이번 전쟁이 국제적 지지를 얻지 못했다는 사실을 안 뒤 임무 수행을 거부하기로 결심했다"고 보도했다.
이 병사들이 군사재판에 회부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 조짐을 보이자 영국 국방부는 서둘러 문제의 병사들에 대해 "훈련상 이유 및 특별배려, 의학적 관찰 등 여러가지 사유로 본국 송환을 결정했다"면서 "해당 병사들은 처벌받지 않을 것이며 복귀시를 대비해 이들의 역할을 최대한으로 줄여두도록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가디언지는 “이 병사들이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것 자체가 폭격 등으로 인한 의학적 문제 등보다는 명령 거부에 따른 사유임이 확실하다”면서 "어느 경우건 군인의 명령 거부는 정부에게 매우 당혹스러운 사태"라고 국방부의 해명을 반박했다.
가디언지는 "지금은 가뜩이나 이라크 전쟁의 양상에 대해 내각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예민한 시점"이라면서 "이번 사건은 이라크 남부 시가지에서 미-영군이 벌이고 있는 전투에서 민간인들의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영국군 지휘부에게도 커다란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전여론이 거센 영국에서는 이번 참전군인들의 '전쟁 거부' 사태가 영국내 반전여론을 한층 부추키는 기폭제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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