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을 북핵 위기의 해결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라종일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핵 위기 타결을 위해 러시아와 중국을 방문하기에 앞서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와 가진 인터뷰에서 밝혀졌다.
***라종일, "북한 핵포기하면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FT는 31일(현지시간) 라종일 보좌관과의 인터뷰 내용을 전하며"라 보좌관은 '한국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계획은 아직 초기 단계로 동맹국이나 북한 당국과 구체적으로 논의한 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면서도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이 증명가능한 방식으로 핵개발계획을 폐기한다면 수십억 달러가 소요되는 이 사업에 미국과 동맹국들이 민간 투자자들과 연계해 자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또 "가스 파이프라인은 북한을 거쳐 남한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성이 더욱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라 보좌관은 인터뷰에서"가스 파이프라인은 러시아 시베리아의 이르쿠츠크나 러시아 극동지역의 사할린으로부터 북한까지 연결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러한 사업은 북핵 위기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우리가 생각하는 대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
FT는 "만성적인 에너지 부족에 시달리는 북한에게 이같은 사업에 대한 국제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북한의 핵개발계획은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FT의 이같은 판단은 북핵 위기가 전력난이 극심한 북한 당국이 에너지 생산을 위해 핵발전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을 미국이 군사적 목적이라고 판단하면서 초래된 것이기 때문에 에너지 부족 사태를 막는 사업이 합의된다면 서로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데 따른 것이다.
FT는 "핵발전보다 가스를 포함한 에너지- 평화 해결방안은 미국에게 보다 수용가능한 대안"이라면서 "한국 정부는 북한과의 갈등을 무력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외교적인 방안을 선택하도록 미국에게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FT는 한국 정부가 내달 10일이면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이 발효된다는 점 때문에 윤영관 외교부 장관의 미.일 파견에 이어 러시아, 중국에 라종일 보좌관을 급파하는 등 주변 4강 조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미국의 대응이 관건**
이같은 라종일 보좌관의 남북 가스 파이프라인 구상은 노무현 정부의 핵심 아젠다인 '동북아 허브 건설' 구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노 정부는 지난해 대선때부터 시베리아의 이르쿠츠크 가스전을 개발, 이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남북한을 관통해 일본까지 연결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었고 이를 동북아 허브의 주요내용으로 생각해왔다.
당초 이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80년대말부터 구상했던 그림으로 현대그룹의 일관된 남북경협 노력도 이같은 경제적 목적에 기초하고 있었다. 현대그룹이 부실화되면서는 최근 삼성그룹이 가스전 개발 및 파이프라인 건설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재계에서는 전해지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구상을 과연 북한이나 미국이 선뜻 수용할지 여부다. 현재 북핵위기를 둘러싸고 정치-군사적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는 북-미 양국이 과연 이같은 경제적 대안을 흔쾌히 받아들여, 대화에 나설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이같은 해법이 통하기 위해선 우선 북-미 양국의 정치-군사적 대화와 신뢰회복 조치가 선행돼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라종일 보좌관의 FT 인터뷰를 통한 가스 파이프라인 제안은 북한과 미국을 향한 일종의 제언 성격을 띄고 있는 것으로 분석돼 앞으로 북한, 미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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