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부시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이라크 공격 개전을 선언하면서 이번 전쟁에서 결코 전리품을 취하려는 목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라크 자원은 이라크 국민들의 이익을 위해서만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전후 복구계약 입찰에 딕 체니 부통령을 비롯한 부시 행정부 고위 관료들과 긴밀한 커넥션을 가진 기업들이 거의 독식을 하고 있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추산하고 있는 전후 3년간 이라크 복구 비용은 최소한 3백억 달러에 달한다. 그중 이미 9억 달러 상당의 계약건이 대부분 미국 기업들에 넘어갔다. 예를 들어 지난 25일 이라크 유정 복구사업에 딕 체니 부통령이 최고경영자를 지내고 아직도 월급을 받고 있는 석유시설서비스업체 핼리버튼 산하 계열사 KBR에 넘어갔다.
***미국 독식 움직임에 영국 발끈**
27일(현지시간) 영국 인디펜던트지에 따르면, 이보다 앞서 미국 국제개발처(USAID)는 지난 24일 움 카스르 항 재건을 책임질 사업자로 역시 자국 기업인 아메리카하역서비스(SSA)를 선정했다.
이처럼 USAID는 약 9억 달러 규모의 초기 복구사업 8건 중 5건에 대해 미국 기업을 선정한 상태다. 앤드루 나치오스 USAID 처장은 지난 25일 “보안상 입찰 안내서를 미국 기업들에게만 보낼 수밖에 없었다”면서 사실상 미국 기업들의 독식을 예고했다.
미국 기업들이 이권을 독식하자 연합군의 한 축인 영국이 분열음을 내기 시작했다. 특히 4백80만 달러가 걸린 움 카스르항 복구 및 운영권 계약 입찰에는 영국 기업 P&O가 참여했으나 계약을 따내지 못하자 움 카스르 통제를 맡고 있는 영국군은 아예 원래 이 항구를 운영해왔던 이라크인에게 사업권을 줘야 한다고 제동을 걸고 나왔다.
움 카스르는 인구 3만명의 소규모 항구도시지만 이라크 제2 도시 바스라항 항만시설이 이란-이라크전으로 파괴된 뒤 이라크에서 유일하게 수심이 깊은 항구를 갖고 있어 인도주의적 지원 물자와 군수품의 주요 통로 역할을 해왔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이번 전쟁에 직접 참여하고도 사업권을 따내지 못한 데 따른 영국기업들의 불만을 달래느라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블레어 총리는 지난 25일 전후 복구를 유엔이 주관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블레어의 이같은 주장은 전후복구사업에서 영국기업이 수주하기 위한 명분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앞서 프랑스, 벨기에, 러시아 등도 이라크의 전후 복구 사업을 어느 한 국가가 독점해서는 안되며 유엔을 통해 국제 사회가 공동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디펜던트지는 “이번 계약이 전후 이라크 자산의 소유 및 통제권을 둘러싼 많은 복잡한 현안들에 대한 첫 시금석이 될 것”이라면서 “움 카스르항이 영국군 통제지역에 있어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내에서도 이전투구**
미국 기업 독식은 미국 내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다른 국가와의 문제가 아니라, 자국 기업들 중 부시와 연관이 있는 특정기업에 대한 특혜의혹 때문이다.
미국의 LA타임스는 26일(현지시간) 사설까지 써서 “이라크복구 계약수주는 공정하게 처리해야 한다”며 “국내 정치적 친분에 쏠려서는 안되며 어떤 기업이 일을 잘 해낼 수 있는가에 기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선거.정치자금 모니터기구인 '대응정치센터(CRP)' 자료를 인용해 이라크 복구사업에 이미 선정된 5개 기업들이 정치 커넥션을 폭로했다. 핼리버튼 계열사인 KBR과 벡텔그룹, 플루어, 파슨스, 루이스 버거그룹 등 5개 기업은 지난 99년부터 2002년까지 정치자금 2백80만달러를 공화당과 민주당에 68%, 32%를 각각 기부했다는 것이다.
벡텔은 미국 최대의 건설업체로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이 현재 이사로 재직중이며 캐스퍼 와인버거 전 국방장관도 이사로 근무한 적이 있는 등 미국 공화당 인맥이 막강하다.
루이스버거 그룹은 그 동안 미 정부의 발칸지역 사업을 도맡아 왔고 아프가니스탄에서는 3억달러짜리 고속도로 건설사업을 따냈다.
플루어에는 전직 국방부 관료들이 대거 포진해 있어 국방부 발주 관련 정보에서 앞서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스니아와 코소보의 전후복구사업을 했던 파슨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군사도시 얀부의 건설을 맡았다.
인디펜던트지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가 이사로 재직하고 있으며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친구인 프랭크 칼루치가 CEO를 맡고 있는 세계적 방산업체 칼라일 그룹도 앞으로 벌어질 전쟁의 수혜자 대열에 낄 가능성이 높다.
이라크 전후 복구사업이 이처럼 미국 정치커네션 의혹이 짙은 기업들이 독식하게 된다면 미-영군은 물론 기타 서방국가들과 이전투구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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