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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길고긴 전쟁'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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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길고긴 전쟁'이 시작됐다

<자카르타 통신> 분노하는 인도네시아 무슬림

대선이 끝나면 꼭 이런 사람이 하나씩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름하여 ‘지리산 족집게 도사’."내가 누가 대통령이 될지 미리 예언했다. 그 집은 묘자리를 명당에 써서 그런 거다" 등등 말도 않되는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고 또 정말 이상한 일이긴 하지만 그런 말을 믿는 사람들이 정말로 나타난다.

이번 이라크전에도 그런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거 봐라, 전쟁이 미국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고, 다들 결국은 미국의 행동을 따를 수 밖에 없지를 않느냐?" “미국이 연전 연승하고 있잖아, 우리는 하루 빨리 미국의 편에 서서 우리의 이익을 확보해야 한다”등등.

한국에서는 지금 오로지 CNN의 뉴스만 중계해 보여주고 오로지 미국의 외신을 인용하는 신문기사만 보이겠지만, 그러나 여기선 다른 소식도 보이고 들린다.

지난 21일 금요일은 이슬람의 성일이었다. 이들은 일요일 아닌 금요일에 회당에 모여 신에게 기도한다. 난 이날 오로지 사무실에만 있다가 곧바로 집에 돌아갔다. 아니나 다를까, 무스크에 모여 기도가 끝난 후 전국민이 전부 거리로 나와 반전데모에 나섰다.

22일 토요일엔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 블레어 영국총리와 하워드 호주 총리의 허수아비를 태우고 그 나라국기들을 태웠다. 호주 대사관은 자국민의 테러가능성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슬람 과격 청년단체의 지도자는 군중을 자제시키기는커녕 “이라크는 지금 지하드를 수행하고 있다. 우리 인도네시아인의 이슬람도 성전에 나서야 한다”고 TV인터뷰에 말했고 TV는 그걸 여과 없이 방송했다. 많은 인니인들이 이에 동조하고 나서기 시작했다. 이제는 전쟁이 '미국 대 이라크'가 아니라 '전세계 이슬람 대 미국'의 전쟁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렵게 군사독재를 정리하고 집권한 메가와티 현 대통령은 "우리는 전쟁에 반대하지만 그러나 미국과의 우호관계를 해치고 싶지 않다”고 발표했다가 전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 전쟁에 환호하는 다수 미국인들만큼 전세계의 이슬람들도 빠르게 이성을 잃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틀림없이 미국의 차관이 끊길 것이다. 미국의 차관공여가 없다면 이 나라 경제는 파산상태에 들어가면서 혼란이 가중될 것이며, 그러면 가장 신나는 자들은 과거로 회귀하고 싶어하는 전 독재자의 추종자들뿐일 것이다. 미국이 이번 전쟁에서 그렇게 크게 떠들어대는 독재자의 제거가 한 나라의 독재자를 제거에는 성공할지 모르지만 더 많은 독재자를 양산해 내는 방향으로 저개발국가들을 내몰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최초 "이라크가 대량 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시작한 전쟁"이라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미국의 토마호크가 발사되고, 2천 파운드짜리 MOAB(모든 폭탄의 어머니)가 투하되고, 심지어 네이팜탄으로 사람들을 태워 죽이고 있을 동안 이라크군이 한 거라고는 목표물에 명중도 되지 않는 미사일 몇 발을 발사한 것뿐이었다.
도대체 미국이 말한 그 대량살상무기는 어디에 있는 건가?

그리고 한쪽에서는 미국의 폭격에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부시는 주말을 즐기겠다고 싱글벙글 웃으며 헬리콥터에 오르는 모습이 TV뉴스에 방송됐다.

이 상황을 보면서 이 나라의 국민들이 그리고 세계의 이슬람들이 과연 미국과 그 동조세력에 갖는 감정이 어떠하겠나? 이슬람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내가 봐도 이건 전쟁이 아니라 일방적인 살육인데… 어이가 없어 할 말이 없을뿐이다.

미국인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곧 미국인들은 또다른 전쟁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전쟁은 지금의 이라크에서의 전쟁과는 비교할 수 도 없을 만큼 오랫동안 전쟁을 해야 할 것 같다.

이라크의 후세인은 제거할 수 있는 상대지만 전세계의 미국을 적으로 여기는 무슬림은 단숨에 제거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부시가 언제인가는 그 권좌에서 불러나겠지만 이들 미국에 적대감을 가슴 깊이 품고 있는 과격한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은 부시보다 더 오래 살아 남아 있을 것이고 그들은 부시의 존재와는 관계없이 모든 미국인을 적으로 여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과정에 선량한 미국인들도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하지만 복수에 목마른 사람들에겐 좋고나쁜 미국인의 차이가 보이지 않을 것이다.

우린 지금 누가 옳고그른가라는 판단은 필요 없는 오직 복수를 위한 복수, 피를 위한 전쟁의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와중에 참전을 결정한 우리에게도 불똥이 튈 게 뻔한데, 지금 우린 그 사실을 묵과한 채 TV중계로 벌어지는 전쟁을 마치 영화처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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