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에서 SK 그룹의 분식회계 사건으로 인한 경제적 여파를 고려해 향후 재벌에 대한 세무조사나 부당행위 재벌 수사를 '경제적 불확실성'이 해소된 이후로 미루겠다는 입장을 정한 것에 대해 외국계의 부정적 시각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영국의 경제전문주간지 이코노미스트(3월15일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6개 재벌 그룹에 대한 부당내부거래조사를 “경제사정을 고려해 연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경제회복이 될 때까지 다른 재벌에 대한 개혁은 연기돼, SK그룹 수사는 일회성 행사에 그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결국 한국의 재벌개혁은 물 건너 간 것 같다는 냉소적 전망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노무현 대통령은 재벌 개혁에 대한 약속이 젊은 유권자들에게 어필한 것이 크게 힘입어 당선됐다”면서 “SK그룹 경영진들을 기소하는 등 몇몇 조치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의 개혁 노력이 힘겨울 것이라는 조짐들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실망감을 표시했다.
이 잡지는 “SK그룹이 강력한 지주회사 체제를 채택하고 메릴린치 증권에서 분석하듯 SK텔레콤 등 일부 계열사가 분사하고, SK그룹 경영진들이 징역을 살 게 될 것”이라면서 “그러나 SK그룹에 대한 조치가 다른 재벌들에 대해서도 취해질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은 어긋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잡지는 “SK그룹에 대한 기소에 대해 금융시장의 부정적 반응이 최근 세계 주식시장 침체과 맞물려 악화되자 많은 한국인들에게 재벌개혁에 대한 호응이 갑자기 위축됐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의 중추인 재벌이 비록 온갖 결함을 갖고 있다고 해도 북핵 위기, 이라크 전쟁 가능성, 소비자신뢰 감소, 원화가치 하락, 중국 기업들의 압박 등이 겹치는 상황에서 지금이 재벌 흔들기에 나서기에 최적의 시기인지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의 이같은 보도는 사실 보도 형식을 빌면서도 그 안에 냉소적 뉘앙스를 깔고 있어, SK 분식회계 사태 발발후 정부의 대응방식에 대한 외국계의 비판적 시각을 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같은 보도는 또 이에 앞서 14일 월가의 최고 이노노미스트로 꼽히는 손성원 웰스파고은행 수석부행장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난해 미국에서 엔론 사태가 각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면 SK 사태도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기업의 투명성 강화의 중요한 계기가 돼야 한다"며 지속적인 재벌개혁을 강조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손 부행장은 "해외에서 볼 때 한국은 투명성이 부족한 나라로 앞으로도 개혁을 많이 해야 된다”면서 “그런데 경제적 타격이 있으니까 재벌 수사를 유보한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날 거라고 생각한다"며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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