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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파와 결별이냐, '나홀로 전쟁'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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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파와 결별이냐, '나홀로 전쟁'이냐

부시의 고민, 아버지 부시도 "이라크전 말라" 제동

'세계 정의의 수호자'로 자처한 조지 W. 부시가 '나홀로' 신세로 전락했다.

프랑스,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과 러시아, 중국 등 기존의 전쟁 반대국들은 물론, 믿었던 아버지 부시 전대통령조차 "유엔의 지지 없는 이라크 전쟁은 불가하다"고 제동을 건 데 이어 거의 유일한 부시의 '단짝'이었던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조차 "외교적 노력이 더 필요하다"며 한 발 물러남에 따라 부시 외에는 '17일 최후통첩후 이라크전 개시안'에 대한 지지자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나홀로'다.

결국 미국과 영국은 이날 당초 11일(현지시간) 또는 12일 경으로 잡았던 2차 수정 결의안투표를 빨라도 13일 이후로 잠정 연기하기에 이르렀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10일 반전 여성단체와의 TV토론에서 '17일 최후통첩'을 결행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우리는 현재 이 문제에 대해 다른 나라들과 다시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국내의 거센 반전여론에 굴복해 한 걸음 물러나는 양상이다.

이와 관련, 제레미 그린스톡 유엔 주재 영국 대사는 비공개 회의에서 개전 결정 시기를 17일에서 3월말로 연기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고 외교관들이 전했다. 그린스톡은 이날 구체적으로 이라크의 무장해제 의지를 확인하는 기간으로 10일을 제시하고 이어 구체적인 해제 증거를 확인하는 기간을 두자는 2단계 해법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믿었던 영국마저 등을 돌릴 조짐을 보이자 미국은 크게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17일 최후통첩' 결의안 문구를 수정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면서 "몇 가지 아이디어가 검토되고 있어 표결에 부칠 최종 문안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를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미국이 경제원조 등으로 발목을 잡아놓았던 약소국들의 이탈도 가속화되고 있다.

앙골라, 멕시코, 칠레 등 6개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은 이날 이라크 무장해제 시한을 4월17일로 연기하자는 별도의 새 결의안 초안을 안보리에 제출했다. 미국의 지원과 국내 반전여론 사이에서 그동안 입장 표명을 꺼렸던 파키스탄조차 11일"2차 결의안 투표에 기권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분위기로 미뤄 앞으로도 이라크 전쟁 결의안은 유엔에서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안보리이사국 15개 회원국 중 적어도 9개국가로부터 지지를 받아야 할 뿐 아니라 상임이사국 5개국 중 한 곳이라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결의안은 통과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프랑스와 러시아는 공개적으로 '거부권 행사'를 천명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10일 "미국, 영국, 스페인이 제출한 새 결의안에 노(NO)라고 투표할 것"이라며 처음으로 거부권 행사 방침을 명시적으로 밝혔다. 시라크 대통령은 "그러나 굳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도 결의안은 9표를 얻지 못해 부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도 이날 이고리 이바노프 외무장관이 거부권 행사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유리 페도토프 외무차관이 "17일 무장해제 시한이 늦춰져도 전쟁결의안은 거부할 것"이라고 한층 강력한 방침을 밝혔다. 그동안 반대 원칙만 표명했던 러시아가 거부권 행사를 직접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같은 국제사회의 '미국 왕따' 움직임과 이에 놀란 조지 부시 전대통령 등 미국내 부시 패밀리의 제동으로 부시 대통령은 이제 진퇴양난의 절대 곤경에 빠져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이라크전을 벌이지 않을 경우 문책 대상이 될 게 확실한 체니 부통령,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 '매파'들의 아우성으로 부시 대통령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방황하는 양상이다.

과연 부시가 매파들의 압박에 굴복해 '나홀로' 이라크 사막으로 달려갈 것인지, 지금이라도 결단을 내려 매파들과 결별한 뒤 새로운 대화노선을 택할 것인지, 한반도 긴장과 관련해서도 우리가 예의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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