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메이저신문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행정관 이범재씨(41) 관련 보도가 왜곡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주목된다.
***조선, 동아의 '검거' 오보**
"반국가단체 '구국전위'대원 인수위 근무중에 검거됐다"(조선일보 27일자 1면 기사 제목)
"인수위행정관 보안법 위반 검거"(동아일보 27일자 1면 기사 제목)
27일 주요 메이저신문의 1면에 실린 기사 가운데 단연 눈길을 끄는 기사는 이범재씨 관련 기사였다.
조선일보는 이와 관련,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1990년 중반 대표적 공안사건인 '구국전위' 사건의 핵심 관련자로 94년부터 공안당국의 추적을 받던 인물이 이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행정관으로 일하다가 검거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서울지검 공안1부는 이날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구성 혐의로 기소중지 및 지명수배된 '구국전위' 선전이론책 이범재(41)씨가 인수위에서 활동중 국정원에 검거된 사실을 국정원으로부터 통보받아 관련수사를 재개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지난 10일쯤 이씨의 신분을 확인, 소환조사를 마쳤으며 조만간 이씨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이씨의 신병은 국정원이 관리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구금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국가정보원은 26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회문화여성분과 행정관으로 활동했던 이범재씨(41)를 붙잡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이씨를 조사한 뒤 혐의가 확인되는 대로 검찰을 통해 국가보안법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국가안전기획부(현 국정원)는 94년 이씨가 구국전위사건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조사를 벌였으나 이씨가 잠적해 기소중지 처분을 했었다'고 말했다."
***"기소중지 사실 몰랐다. 지난 9년간 수차례 해외여행 나가도 문제 안돼"**
이같은 조선, 동아 기사는 그러나 '팩트(사실)'를 크게 왜곡하고 있다는 게 이씨 주변관계자의 증언이다.
이범재씨를 오래 전부터 잘 아는 여권 관계자는 2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조선, 동아일보가 악의적으로 사실을 왜곡하며 마치 노무현 정부가 좌익정권인 양 몰아가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우선 이씨가 근무중 '검거'됐다는 보도와 관련, "이씨는 인수위 근무중에 검거된 게 아니라 국정원에 스스로 수사를 받으러 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본인이 목발을 짚고 다녀야 하는 장애인인 까닭에 평소 장애인 문제에 열심이던 이씨는 당초에 청와대 비서실에 장애인 담당 비서관으로 갈 예정이었다"며 "이를 위해 정밀 신원조회를 하던 중에 자신이 아직 94년 '구국전위' 사건으로 기소중지된 상태인 것을 뒤늦게 알고 국정원에 이에 대한 해명을 하기 위해 스스로 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94년 구국전위 사건이 터진 직후 이씨가 잠시 몸을 피했던 것은 사실이나 사건이 종료된 95년부터는 관계당국의 미행 등을 받는 등 신변이 확보된 상태에서 정상적 생활을 해왔다"며 "이는 관계당국이 이미 사건이 종료된만큼 신체가 불편한 그를 굳이 잡아넣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이씨는 그후 미국, 일본, 중국 등으로 여러 차례 해외여행을 나갈 때도 관계당국의 아무런 제재를 받은 적이 없고 신원조회를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와 본인 스스로가 자신이 기소중지 상태인 줄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이번에 청와대 비서실에 들어가기 위해 정밀 신원조회를 하는 과정에 아직 자신이 기소중지 상태인 것을 알고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국정원에 자진출두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실 관계가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이 마치 인수위에 숨어든 좌익사범을 검거한 것인양 언론에 흘리고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이를 받아 확인 절차없이 대서특필한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이는 지난 9년간 기소중지 사실을 까먹었던 국정원이 자신의 직무유기를 은폐하거나, 아니면 노무현 새정부가 좌익정권인 양 몰아가려는 국정원내 일부세력의 음모가 깔려 있는 게 아니겠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색안경을 끼고 안끼고의 차이**
한편 이날 조선,동아와는 달리 중앙일보 역시 일부 팩트에 대한 확인을 제대로 하지 못한 잘못을 범하기란 마찬가지이나, 상대적으로 객관적인 보도태도를 보여 대조를 이뤘다. 조선, 동아 보도와는 달리 이씨는 인수위 근무중 검거된 게 아니라 국정원에 '자수'해와 현재 수사중이며, 그를 구속할지 여부는 신병인수후 정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중앙일보는 이날 9면 '보안법 위반혐의 수배자 인수위서 50여일 근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검찰의 말을 빌어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서울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박철준)는 26일 '지난달 3일부터 지난 21일까지 인수위 사회문화여성 분과에서 행정관으로 일했던 이범재씨(41)가 1994년 구국전위 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기소중지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 대선 당시 노무현 민주당후보의 선대위 장애인특위 부위원장으로 일했다. 이씨는 인수위 활동시한 마감을 전후해 국가정보원에 자수해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중략)
실정법 위반 혐의로 수배중인 기소중지자가 인수위에서 근무한 배경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씨가 인수위에 발탁된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고 각종 공식업무에 참석하는 것을 보고도 수사당국이 검거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인수위에는 검찰과 경찰인사들이 파견나가 있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인수위에서 이씨가 근무한 사실을 몰랐으며 이씨가 국정원에 자수를 해온 뒤에야 수배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씨에 대한 국정원의 조사가 끝나는 대로 신병을 넘겨받아 사법처리 수위를 정할 방침이다."
일부 메이저 언론의 이범재씨 보도 태도는 똑같은 사물을 놓고 보더라도 색안경을 끼고 볼 때와 그렇지 않을 때에 얼마나 큰 차이를 보여주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또하나의 증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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