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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형 국가, 미국의 모럴 해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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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형 국가, 미국의 모럴 해저드

부시 집권후 美국가채무 6조4천억달러대로 급증

미 재무부가 5일(현지시간) 이달 20일께 국가 채무가 채무상한선 6조4천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선 이후 미국의 국가 파산 위기 가능성이 재연되고 있다. 미 의회가 또다시 국가채무상한선을 상향조정하지 않을 경우 미연방정부가 디폴트(채무상환 불능)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미 재정적자로 유동성 압박에 시달리는 미재무부가 국채발행규모를 확대할 방침을 밝히면서 국채금리가 일제히 오름세로 돌아섰다. 경기회복에 타격을 주는 소식이다. 금리가 상승하면 기업들의 금융비용부담이 커져 기업실적이 악화되고 기업수익이 줄면 신규고용확대가 어려워지고 개인 가처분소득 감소로 미경제의 버팀목인 소비가 감소해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게 되는 악순환에 빠진다.

***부시집권후 국가채무 6조4천억달러대로 급증**

조지 W. 부시가 미국의 대통령이 된 군비확장 등으로 재정적자가 늘어나면서 지난해 7월만 해도 5조달러였던 미국의 국가채무는 현재 6조3천4백억달러선으로 급증했다.

미국의 국가채무가 부채 상한 승인선을 위협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기술적 디폴트’ 에 대한 우려로 미국 국채의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될 수도 있다. 지난해 5월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미국국채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미국의 국가 채무 한도는 지난 1917년 1백15억달러를 시작으로 꾸준히 늘어오다가 지난 97년 5조9천5백억달러를 기록한 이래 재정수지가 흑자를 기록하면서 이후 5년동안 동결돼 왔다. 그러던 것이 부시 정권 출범후 재정수지가 다시 적자로 반전되면서 지난해 6월 채무 한도를 한 차례 증액해야 했다. 당시 재무부는 올해초에 다시 추가 증액이 불가피하다고 말했었고, 그것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인 셈이다.

지난해 6월27일 미 의회는 5년만에 부채 상한선을 4천5백억달러 늘려줬다. 그러나 미 하원은 당시 2백15 대 2백14이라는 아슬아슬한 1표 차로 승인해주었다. 이번에도 의회가 부채 상한선을 승인해줄지 낙관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적자**

이같이 국채 급증의 가장 큰 원인은 재정수지 적자다.

클린턴 정권시절 5년 연속 흑자기조를 유지하던 미 재정수지는 지난 2002년 회계연도(2001년 10월~2002년 9월)에 1천5백90억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와 내년 재정적자도 각각 3천40억달러, 3천7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지난 92년 기록한 사상최대치 2천9백억달러를 넘는 규모다.

게다가 이같은 재정적자는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부시 행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한 감세조치와 이라크전 등의 국방비 확대로 2003년~2008년까지 재정적자가 총 1조4천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정적자 급증으로 미 정부의 유동성이 악화되면서 5일 미 재무부는 내주에 분기 기준으로 7년만의 최대발행규모인 4백20억달러어치 5년~10년 만기 재무부채권을 매각하는 등 앞으로 국채발행 횟수와 규모를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미국은 만기가 돌아온 빚을 또다른 채권발행으로 간신히 막고 있으면서도 재정적자를 확대해 나가고 있어 국가채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세계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빚더미에 올라앉은 부자나라**

미국의 이같은 엄청난 국가채무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각은 당연히 곱지 않다. 영국의 신경제재단(NEF)이 지난해초 발표했던 <가난한 나라들이 어떻게 미국을 먹여 살리고 있는가>라는 보고서는 이런 시각을 잘 드러내 주고 있다. 이 보고서는 미국을 'HIPC(Heavily Indebted Prosperous Country)' 즉 '빚더미에 앉은 부자나라'로 비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매년 수천억달러씩 세계로부터 빚을 져 현재 미국의 대외부채는 총 2조2천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이것은 인도, 중국, 브라질 등 전세계 개발도상국들의 대외부채를 모두 합한 것과 거의 비슷하다. 미국인 3억명이 2조2천억 달러를 빚지고 있는 셈인데, 이는 개도국 50억명의 대외부채와 맞먹는 규모이다.

그러나 이같은 빚잔치가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의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이라크전 가능성 등으로 불투명성이 증가하자 미국으로의 자본 유입이 줄어들어 미국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그결화 미국의 달러화는 지난 12개월 동안 유로화에 대해 20%나 가치가 하락했다. 일본의 엔화에 대해서도 13% 하락했다. 영국의 파운드화, 스위스 프랑, 스웨덴 크로나, 캐나다 달러 등에 대해서 17%나 하락했다. 세계 주요 통화에 대해 미국 달러가 맥을 못추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채권왕 빌 그로스는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강한 달러의 종말은 지난 수개월간 미국의 패권적 정책의 가장 뚜렷한 역전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과거처럼 세계경제의 발전소 역할을 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빌 그로스는 “이라크 전쟁을 미국이 승리로 이끌더라도 대테러리즘 전쟁의 일환이기 때문에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은 계속 증가해 미국은 점점 덜 부유한 국가로 변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마디로 말해, 지금 미국은 빚을 내 흥청망청 쓰면서 채권자들에게 도리어 큰 소리를 치는 '대마불사(大馬不死)형 국가'인 셈이다. 전형적인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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