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이 경직되어 있어 선진국 수준으로 유연화시켜야 하다는 재계 주장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의 유연성이 세계3위라는 정반대의 실증적인 조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한국 노동시장 유연성, 미국.캐나다 이어 세계 3위**
미국의 경영전문잡지 <포브스>지가 자체적으로 처음 실시한 '선진국 노동시장 유연성 조사'에 따르면(1월30일자) 우리나라는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위 17개국 중 노동시장 유연성 지수에서 3위로 높게 평가됐다.
이번 조사는 법정 휴가일수, 노조 영향력, 장기실업, 노동법 등 4가지 요소로 나뉘어 일자리 기회, 해고 용이성 등 여러 가지 항목마다 가장 유연한 환경이 1점, 가장 경직된 환경을 10점으로 점수를 배당해 합산한 결과로 나타났다.
점수가 낮을수록 노동시장 유연성이 높은 국가인데, 미국이 4.55로 1위를 차지했고 11.49를 기록한 캐나다에 이어 우리나라는 13.00로 3위를 차지했다. 4위를 차지한 일본은 15.15로 나타나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노동시장 유연성이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스위스, 오스트레일리아, 덴마크, 네덜란드,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스웨덴, 벨기에,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다른 선진국들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이같은 조사결과를 공개한 <포브스>는 "이번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미국에는 노동자를 위한 노동법이 없음에도 해마다 수백만명이 일자리를 찾아 오고 있는 반면에 17개국 중 15위를 차지한 프랑스는 노동자의 95%를 집단적으로 대변하는 노조들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실업률이 40%에 이르고 혁신이 어렵고 소기업들은 신규채용을 꺼리고 있으며 일부 노동자에게만 천국"이라며 미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을 예찬했다.
이 잡지는 "17개국 중 꼴찌를 기록한 이탈리아의 경우는 상황이 더욱 심각해, 이탈리아는 선진국 중 가장 엄격한 노동시장으로 노사간의 밀실협약이 횡행하고 있다"고 혹평했다.
<포브스>는 또"미국이 배출한 최근의 세계적인 성공사례인 월마트, 스타벅스에는 노조가 없다"면서 "시스코 시스템, 마이크로소프트 등 첨단기술업체의 경우 단순사무직이나 접수계 직원조차 노조 가입보다는 지분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잡지는 이에 따라"자유시장은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결과를 제공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노동시장만큼 이러한 말이 가장 들어맞는 곳은 없으며 또한 노동시장만큼 이 말이 가장 무시되는 곳도 없다"고 예의 시장경제를 예찬했다.
***노동계의 핵심적 반격자료로 활용될 전망**
<포브스>의 이번 조사결과는 그 주장의 옳고그름을 떠나, 우리나라가 조사대상국중 3위를 차지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통념을 깨는 조사결과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이는 IMF사태후 반강제로 도입한 앵글로색슨형 신자유주의의 결과,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중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이 56%로 급속히 높아지는 등 세계 어느나라보다 빠르게 노동시장이 유연화됐음을 반증해 주는 조사결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조사결과는 국내외 재계의 압력에 의해 앞으로 노동시장 유연성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노무현 새 정부와 이에 반대하는 노동계의 대립에도 주요 논쟁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돼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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