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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어디까지 망가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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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어디까지 망가지나

신문선 등 축구인, "정몽준-조중연 물러나라"

‘과잉 충성파’ 부하에 의해 상사가 낭패를 보는 사례들이 세간에 알려지는 경우가 가끔 있다. 요즘 대한축구협회의 정몽준 회장이 바로 그런 곤욕을 치르고 있다.

***"조중연 전무부터 제명해야"**

축구 해설위원으로 유명한 신문선씨가 23일 S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축협 조중연 전무는 축구계를 분란에 빠트리는 몰염치한 행동을 그만두라”며 퇴진을 요구하고, 특히 최근 정몽준 회장의 퇴진을 요구한 축구인들에 대한 징계 파문을 “조 전무의 과잉충성이 빚어낸 분란으로 정몽준 회장을 더욱 곤경에 빠트렸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은성 경기도축구협회 부회장 등이 지난해 11월 정 회장의 대선출마 선언 당시 “대선에 나서려면 축협 회장 자리를 축구인에게 돌려줘야 한다”면서 축구지도자 1백50명의 서명을 받아 그중 52명의 명단을 공개한 ‘서명파동’에 대해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8일 자격정지 등 중징계 조치를 내렸다.

징계근거는 협회 상벌 규정 제9조 1항 “협회 또는 축구인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언행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자는 징계할 수 있다”였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문제의 1백50여명의 축구인들이 정몽준 퇴진을 요구하며 내건 조항이었다.

징계처분을 받은 당사자들은 당연히 행정소송 등 적극 맞대응하겠다고 나섰다. 이번 사건이 정회장 측근들의 과잉 충성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는 이들은 협회 전횡을 막기 위해 코치협의회 결성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사태가 비화되면서 비난의 화살이 자신쪽으로 돌아오자 서둘러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겠다"며 진화에 애쓰는 분위기다.

***"정몽준도 당연히 물러나야"**

하지만 정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움직임은 계속 이어지고 있어 쉽게 진화되지 않을 전망이다. 그 첨병을 신문선씨가 자임하고 나선 양상이다.

신 위원은 조중연 퇴진을 주장하며 자신이 그동안 축구계에서 축협 집행부와 갈라설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다음과 같이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93년 12월 정 회장측에서 월드컵 본선진출 격려금을 축구발전기금에서 주려고 했으나 당시 축협 이사였던 내가 극력 반대해 무산됐고, 그 이후 나는 축출당했다”고 말했다.

신 위원은 “그 돈은 '86멕시코월드컵 때 FIFA가 협회에 준 것으로, 응당 축구인이라면 이에 반대했어야 옳지만 결국 거수기 노릇만 했다”고 조 전무를 비난했다.

조 전무를 향한 신 위원의 공세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축구협회는 축구인을 위해 존재하는 문화단체다. 조 전무는 어려움이 있으면 중간에서 잘 조절해야 하는데 오히려 분란을 야기하고 있다”면서 “조 전무는 힘들 때 물러난다고 해놓고 번번이 약속을 어기고 오히려 정 회장에게 과잉 충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위원은 “정회장이 물러나야 할 때라고 생각하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정회장이 국가 지도자라면 알아서 물러나야 한다”며 “축구협회가 정 회장의 사조직이라는 말이 많다”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어디까지 망가져야 정신 차릴까**

사태가 이처럼 비화되자 급기야 정 회장은 이날 오후 신문로 축구회관에 나와 "대화를 통해 생각이 다른 분들의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며 징계 철회를 시사했다.

정 회장은 지난 연말대선 투표 하루 전날 노무현 지지를 철회하면서 정치권 모두로부터 ‘배신자’로 낙인 찍힌 이후 시름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한 예로 이회창 전 총재측은 당초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1년가량 연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했다가 정 대표가 이 대학의 연구소 객원연구원으로 갈 것으로 알려지자 연수계획을 재검토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민주당의 경우도 천정배 의원이 최근 한 인터뷰에서 정 대표의 지지철회에 대해 "작게 보면 우리 후보, 크게 보면 우리 역사의 등에 비수를 꽂는 것같다는 느낌이 들었었다"며 "한국에서 제일 나쁜 사람인 것같다"고 혹평했다.

대선 직후 축협 수석부회장직에서 사퇴한 장영달 민주당 의원은 지난 17일 "인간이 신이 아니라 실수도 할 수 있지만 대선 전날 지지철회는 실수로 간주가 안될 만큼 우리 역사상 유례가 없었고 국민에게 큰 실망을 줬다"면서 "지도자는 공인으로서 엄청난 실수를 해 국민이 불편하다고 느끼면 알아서 물러날 줄 알아야 한다"며 정 대표의 축구협회장직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축구협회는 재정 자립도가 튼튼한 만큼 이제는 정 의원의 도움이 없이도 괜찮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의 이러한 공세에 대해 정 대표는 민주당 최고위원인 정대철 의원과 식사를 함께 하자고 요청해 지난 17일 만나서 “당시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하는 등 노무현 당선자 측과 화해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날 만남에서 정대철 의원이 "대선 전날밤 왜 만나주지 않았느냐"고 묻자 정몽준 대표는 "나는 술에 취해 잠을 자고 있었고, 집사람은 대문 앞에 기자들이 너무 많아 무서워서 문을 열지 못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져 세간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몽준 회장은 지난 16일부터 축협에 매일같이 출근하며 활동 재개 가능성을 타진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던 차 축구계로부터 퇴진 압력을 받자 종전의 '황제 의식'으로 무더기 징계를 내렸고, 이에 대한 여론의 반발이 크자 당황해 어찌할 줄 몰라하는 분위기다.

한 때 국민의 기립박수를 받았던 한 정치인의 초라한 실상이자, 축구계의 수치스런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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