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의 부실한 카드 관리가 마침내 1천만명에 달하는 전국 단위 농협 예금가입자 카드를 모두 폐기하는 대형금융사고로 이어졌다. 이같은 조치는 예금가입자의 현금카드 비밀번호가 유출돼 6천여만원이 불법 인출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함에 따라 취해진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12월 중순까지 서울과 경기, 충남 등지에서 단위 농협 예금가입자 10여명의 예금 6천여만원이 예금주들도 모르게 인출되는 금융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지난해말이 되어서야 현금카드교체 작업에 나섰다는 점에서 은폐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게다가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비슷한 수법의 사건이 다시 발생, 신종 카드범죄에 대한 대처 능력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2일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농협은 단위 농협 현금카드 1백만여장의 타행이체 기능을 지난해 12월26일 정지시킨 데 이어 최근에는 이달 26일까지 보안기능을 강화한 새 현금카드로 모두 바꾸라는 통지문을 고객들에게 보냈다.
농협측은 “27일 이후에는 종전 현금카드의 사용을 정지시킬 방침”이라면서 “다만 농협중앙회 고객은 보안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현금카드를 바꿀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현금불법인출 사건은 지난해 11월19일 처음 발생했다. 광주 경기 전남 충남 지역 11개 단위 농협에 개설된 11명의 예금계좌에서 이날 오후 7시경부터 1시간여 동안 6천5백69만원이 예금주 몰래 인출된 것이다. 범인은 현금카드를 이용해 피해자의 계좌에서 다른 단위 농협 예금주의 계좌로 송금한 뒤 대전에 있는 다른 은행의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빼냈다.
경찰은 사건이 난 직후 수사에 착수했으나 한달 뒤인 지난해 12월 중순 서울지역 한 단위 농협의 계좌 2곳에서 비슷한 수법으로 2백8만원이 인출되는 사건이 다시 발생했다. 두번째 사건도 첫번째 사건과 수법이 비슷하며 인출 장소가 대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농협은 다른 금융기관에서 단위 농협이 발행한 현금카드 사용을 금지시키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이달 26일까지 현금카드 교체 작업을 벌이고 있다.
농협은 은행 창구에서 무심코 버려진 청구서와 현금입출금기 사용 때 어깨너머로 입수된 비밀번호 정보를 이용해 현금카드가 위조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경찰은 해킹 등에 의한 조직적인 범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파문이 커지자 감독당국인 금융감독원은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각 금융 기관에 현금카드와 관련한 보안강화 대책 마련을 긴급 지시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현금카드는 물론 신용카드가 쉽게 복제되거나 고객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보안대책을 강화할 계획이다 .
농협은 특히 새로 발급하는 현금카드는 계좌번호와 비밀번호 외에 본인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검증 암호를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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