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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동결 '찬물' 끼얹는 사립대학들

연대 앞장서자 줄줄이 인상…외대·한양대 총학은 '반대' 농성

올해 대학들의 잇따른 등록금 동결 선언으로 한 때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등록금 갈등이 다시금 대학가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연세대가 2.5퍼센트의 등록금 인상을 발표한 데 이어, 그간 등록금 책정 과정에서 '눈치 보기'에 급급했던 일부 사립대도 줄줄이 인상안을 발표하고 있다.

국회의 고등교육법 개정으로 등록금 상한제 논의가 급물살을 타며 대학의 등록금 동결 선언으로 이어지던 지난달 28일, 연세대는 서울 지역 주요 대학 중 처음으로 등록금 2.5퍼센트 인상을 발표했다. 연세대의 발표 이후 서강대(3.34퍼센트), 한국외대(3.19퍼센트), 숭실대(4.8퍼센트), 홍익대(2.5퍼센트) 등이 인상을 확정했으며 성신여대, 한양대, 성공회대 등 수도권 주요 대학들도 줄줄이 인상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 1일 대학생들이 일부 사립대들의 등록금 인상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프레시안(선명수)

한숨 짓는 대학생…"재단 적립금 수천억 원씩 쌓아놓고 또 인상이라니"

이에 대학생들과 등록금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등록금 대책을 위하 시민·사회단체 전국 네트워크(등록금넷)'는 1일 서울 종로구 교육과학기술부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일부 대학들의 잇따른 등록금 인상 움직임은 경제 위기로 고생하는 학생·학부모를 두 번 울리는 일"이라며 "등록금 인상 발표를 철회하고 최소한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생들이 더욱 분노할 수밖에 없는 까닭은 이들 사립대학이 수천억 원대의 재단 적립금을 쌓아둔 채로 일방적인 등록금 인상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등록금넷은 이날 "지금 등록금 인상을 강행하는 대학 대부분이 수천억 원씩의 적립금을 보유한 학교들"이라며 "전국 대부분의 대학이 동결을 선언함으로써 학생·학부모의 고통을 그나마 덜어주고 있는 이 때, 동참은 못할망정 찬물을 끼얹고 이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등록금넷에 따르면, 2.5퍼센트 인상을 발표한 연세대는 2008년을 기준으로 3199억 원의 누적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4.8퍼센트 인상을 고지한 숭실대 역시 827억 원의 누적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다.

이날 고려대 학생 김지윤(25) 씨는 "지난해 등록금 부담 때문에 고려대 학생 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대학생들의 고통이 이러한데도, 대학들은 등록금을 막무가내로 인상하는 것도 모자라 적립금을 주식과 펀드에 투자하면서, 이 돈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외대·한양대 총학생회, 등록금 동결 요구하며 본관 점거 농성 돌입

일부 대학 총학생회는 학교 측의 일방적인 등록금 인상에 반발하며 본관 점거 농성에 돌입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총학생회는 학교가 3.19퍼센트 인상률을 확정하자, 등록금 동결을 요구하며 지난달 28일 본관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

이 학교의 전찬우 부총학생회장은 "학교는 지난 1월 학생 대표자가 참여하는 등록금위원회 회의를 연기 통보하면서, 이번 학기 등록금 동결을 분명히 약속했었다. 그러나 학교가 최종적으로 발표한 것은 3.19퍼센트 인상률이었다"며 "대다수의 대학이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해 등록금을 동결하는 상황에서, 재단 적립금도 많이 쌓아놓은 외대가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 학교의 일방적인 등록금 인상 발표에 항의하며 5일째 본관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는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생들. ⓒ한국외대 총학생회

한편, 한양대학교 총학생회 역시 등록금 동결을 요구하며 1일 대학 본관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농성을 시작하기 전 기자회견을 갖고 "등록금 협의가 시작되기 전부터 학생 대표자들은 꾸준히 등록금 동결을 요구해왔지만, 한양대는 지난달 29일 총장 및 처장단 회의에서 2.8퍼센트 등록금 인상 의지를 밝혔다"며 "학교는 취업 준비와 아르바이트, 학자금 대출의 삼중고에 시달리는 대학생들을 위해 지금이라도 등록금 동결을 선언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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