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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침체의 늪'에 빠져드는 미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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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침체의 늪'에 빠져드는 미국경제

소비심리 급랭, 무역적자 급증. 실물경기 밝은 盧경제팀 필요

미국경제의 실적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나쁘고 향후 전망도 어둡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주가가 급락하는 등 세계경제에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메릴린치 데이비드 로젠버그, UBS 워버그의 모리 해리스 등 월가의 유명 이코노미스트들은 17일(현지시간) 일제히 미국의 지난해 4.4분기 성장률을 연율 1% 미만으로 하향조정했다.

메릴린치 증권의 로젠버그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1.3%로 예상했던 4.4분기 성장률이 예상과는 달리 0.8%도 불안하다”면서는 순수출, 재고, 자본설비투자 등에 대한 전망치도 내렸다. UBS워버그의 해리스도 지난해 4.4분기 성장률을 1% 미만으로 하향조정했다. 당초 작성된 블루칩 경제지수조사에서는 4.4분기 성장률을 1.4%로 예상했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같은 사실을 전하며 이런 하향조정은“1월 소비자 신뢰지수가 하락하고, 12월 산업생산이 감소했으며 11월 무역적자가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같은 일련의 보고서가 나온 뒤 뉴욕증시 주가는 폭락하고 채권과 금 가격은 급등했다.

***올 들어 소비심리 급랭**

실제로 최근 잇따라 발표되는 각종 지표가 말하는 미국경제의 앞날은 어둡다.

한 예로 미시간대학이 발표한 1월 소비자 신뢰지수는 당초 전월의 86.7에서 87로 올라가리라는 전문가들의 예상과 정반대로 도리어 83.7로 전월보다 3%포인트나 급락했다. 이는 50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한 블룸버그 뉴스 서베이에서 가장 낮은 예상치였던 84보다도 낮은 수치다. 이는 향후 5년간 경기전망에 대한 기대지수가 지난달 80.8에서 75.2로 하락한 데 따른 결과다.

몇몇 이코노미스트들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이같은 결과는 미국 소비자들이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의회가 경기부양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에 합의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며, 여기에는 이라크 전쟁설이 지속되는 데에 대한 염증도 한몫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샌 프란시스코 연방은행 로버트 패리 총재도 인터뷰에서“대테러리즘 전쟁과 이라크 전쟁 가능성 등이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생산도 2001년 3.5%가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 0.6% 감소한 것으로 최종집계했다. 2년 연속 산업생산 감소는 74~75년 포드 행정부 시절 이후 처음이다. 미 연준 보고서에 따르면 공장, 광산, 공공시설 생산이 0.2% 감소했다.

특히 자동차산업의 침체가 극심하다. 판매 부진으로 자동차 생산이 저조해지면서 공장가동률은 지난달 75.4%로 떨어졌다. 이는 3월 이후 최저치다. 2001년 3월까지 10년 호황기에 공장가동률은 평균 82%였으나 지난 2001년 12월 74.6%로 18년래 최저치를 기록했었다.

***눈덩이처럼 커지는 무역적자**

무역적자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11월 무역적자는 지난 10월의 3백52달러 적자에 이어 4백1억달러라는 기록적 증가세를 보였다. 이같은 무역적자 급증은 수입이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11월 수입은 전달 1천1백75억달러에서 1천2백33억달러로 늘었다. 이는 84년 7월이후 월별 최대 증가폭이다. 주로 자동차, 컴퓨터, 완구류, 의류, 텔레비전 수입이 급증했다. 미국 기업들은 컴퓨터, 통신장비, 산업기계 등 자본재 구입을 9.6% 늘렸다. 반면에 11월 수출은 전달 8백23억달러에서 1.1% 늘어난 8백32억달러에 그쳤다.

베어스턴스 증권의 수석 시장이코노미스트 존 라이딩은 인터뷰에서 “11월 무역데이터는 강한 수입 성장세로 수요증가를 보여주고 있다”면서 "경제가 취약한 것만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도 4.4분기 성장률인 2%보다는 1%에 가까울 것으로 낮춰 잡았다.

하지만 대다수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가 제조업의 경기회복에 앞서 약화되면서 향후 경제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실물경기 밝은 경제팀 필요**

이같은 미국경제의 휘청거림은 벌써부터 전체수출의 20%를 미국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일차적으로 나타난 현상은 미국의 무역적자 급증에 따른 달러화 약세로 초래된 타격이다. 달러화 약세로 우리나라 원화가 빠르게 평가절상되면서 수출 가격경쟁력을 급속히 갉아먹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달러화에 고정돼 있는 중국 위앤화가 동시에 평가절하되면서 중국제품과의 가격경쟁력 격차가 더욱 벌어져 기업들을 신음케 하고 있다.

여기에다가 미국의 보호무역 움직임도 우려대상이다. 미국은 미국내 자동차생산이 급속히 줄어드는 반면, 한국.일본 등 아시아계의 시장점유율은 빠르게 증가하는 데 대해 모종의 자국산업 보호조치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해 주의가 요구된다.

이밖에 미국증시의 부진에 따른 국내증시의 침체 등 미국경제 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가 요즘 받고 있는 타격은 상당히 심각하다. 위기의 실물경기를 어떻게 잘 조절해 나갈지가 노무현 새 정부에게 주어진 큰 과제인 셈이다. 그런 면에서 실물경기에 밝은 경제팀의 출현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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