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생존적 차원에서 북핵 문제를 무력이 아닌 대화로 풀고자 하는 국내 여론을 맹목적 쇼비니즘(국수주의)으로 매도하는 미국언론의 기사가 잇따르고 있다. 이같은 기사들은 사태의 본질을 왜곡시키고 있는 다분히 미국일방주의적 시각에 기초한 것으로, 국제사회에서 한국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양산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미국의 AP통신이 30일(현지시간) 서울발로 쓴 '북핵에 차분한 반응 보이는 한국사람들'(S.Koreans Take North Nuke Plan in Stride)는 미국언론의 이같은 기류가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 예라 할 것이다.
이 기사를 쓴 크리스토퍼 토치아 기자는 "일부 한국사람들은 전쟁을 두려워하기는커녕 남북한 통일이 될 경우 북한의 핵개발로 이득을 볼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많은 젊은이들은 미국에 대한 북한의 외교술과 도전에 대해 찬사를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AP는 "이같은 견해는 중국, 일본 등 주변 강대국에 종속되었던 한국의 오랜 역사에 기인한다"고 해석하면서 "주로 한국의 경제력이 커지면서 생긴 새로운 자신감에 따라 이러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AP는 이어 "군사훈련 중인 주한미군 차량에 2명의 소녀가 사망한 사건 이후 수천명의 한국사람들이 주한미군에 대한 촛불항의시위에 참가한 반면,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항의시위 참가자는 1백명도 못되며 대부분 나이든 사람들"이라고 촛불시위의 본질을 왜곡하기도 했다.
AP통신은 또 "미국이 한국의 주요 동맹국이지만 많은 한국사람들은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는 한 북한과 대화하기를 꺼려하는 미국의 태도가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한다"며 "3만7천명의 주한미군에 대한 반감도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특히 AP는 지난 94년 우리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김진명씨의 쇼비니즘적 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예로 들며 "이 소설은 한국이 핵개발을 하려고 했으나 미국의 간섭 때문에 실패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후 한국은 북한의 도움을 받아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해 한국을 침략하는 일본을 향해 발사한다. 일본이 항복하자 한국은 핵미사일의 궤도를 무인도로 돌려 폭발시킨다는 내용이다"고 글을 끝맺음함으로써 마치 남한이 북한의 핵개발을 지지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심었다.
이같은 AP통신의 보도는 침소봉대(針小棒大) 기사의 전형으로, 7천만 한민족의 생존권이 달린 북핵문제에 대한 우리의 대화해결 노력을 냉소적으로 왜곡보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할 것이다. 대다수 한국인들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반대하는 것은 물론 한반도 비핵화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문제 기사의 주요 내용이다.
***'북핵에 차분한 반응 보이는 한국사람들'**
일부 한국사람들은 전쟁이 날까 두려워하기는커녕 남북한 통일이 될 경우 북한의 핵개발로 이득을 볼 것이라고 믿고 있다.
북한이 핵시설을 재가동하려는 조치에 대해 많은 한국사람들이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많은 젊은이들은 미국에 대한 북한의 외교술과 도전에 대해 찬사를 보내고 있다.
서울의 한 통신회사 직원 김준씨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반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궁극적으로 핵무기가 한반도 전체를 보호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핵무기 보유는 다른 나라들과의 협상에 많은 수단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견해는 중국, 일본 등 주변강대국에 종속되었던 한국의 오랜 역사에 기인한다. 주로 한국의 경제력이 커지면서 생긴 새로운 자신감에 따라 이러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이 한국의 주요 동맹국이지만 많은 한국사람들은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는 한 북한과 대화하기를 꺼려하는 미국의 태도가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한다. 3만7천명의 주한미군에 대한 반감도 확산되고 있다.
학교 교사인 김은숙씨는 "북한은 핵무기프로그램으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게 아니다. 북한이 왜 저렇게 나오는지 난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은 달리 의지할 게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북한은 미국에 의해 코너로 몰리고 있는데, 달리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군사훈련 중인 주한미군 차량에 2명의 소녀가 사망한 사건 이후 수천명의 한국사람들이 주한미군에 대한 촛불항의시위에 참가했다. 반면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항의시위 참가자는 1백명도 못되며 대부분 나이든 사람들이다.
94년 북한의 핵위기 때는 일부 한국사람들은 놀란 나머지 전시를 대비해 라면 등 생필품을 사재기했다. 이번에는 태평한 분위기다.
영화산업에 종사하는 한 청년은 "어느 정도 긴장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북미간 긴장이 큰 위기로 발전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 당국자들은 북한이 이미 핵무기 한두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앞으로 몇 달동안 몇 개 더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나이든 한국사람들은 50년대 한국전쟁 때 겪은 고난을 기억하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강경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사전을 들고 영자잡지를 읽고 있는 70세된 노인은 "미친 개는 몽둥이로 다뤄야 하는 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사람들이 품은 적개심은 일본에 대해 더 많은 것같다. 일본은 20세기 초반 한반도에서 혹독한 통치를 했다.
94년 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소설은 나중에 영화화되기도 했는데, 이 소설은 한국이 핵개발을 하려고 했으나 미국의 간섭 때문에 실패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후 한국은 북한의 도움을 받아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해 한국을 침략하는 일본을 향해 발사한다. 일본이 항복하자 한국은 핵미사일의 궤도를 무인도로 돌려 폭발시킨다는 내용이다.
***영어원문: S. Koreans Take North Nuke Plan in Stride**
By Christopher Torchia
Associated Press Writer
Monday, December 30, 2002; 1:23 PM
SEOUL, South Korea- Far from fearing war, some South Koreans believe they can benefit from North Korea's nuclear weapons development if and when the two countries reunify their peninsula.
While many in the South view the North's moves to restart its nuclear facilities as a threat to their safety, a number of mostly young people admire their communist neighbor's technical know-how and defiance toward the United States.
"I don't oppose North Korea having nuclear weapons because ultimately the weapons will protect the whole Korean Peninsula," said Joon Kim, a worker at a telecommunications company in Seoul. The Koreas were divided at the end of World War II by U.S. and Soviet troops.
"Having nuclear weapons gives a lot of leverage in negotiations with other countries," Kim said.
The view stems from Koreans' long history of subjugation by regional powers, including China and Japan, and has found a voice in a new confidence that is due partly to South Korea's growing economic might.
Although the United States is South Korea's main ally, many South Koreans say Washington's reluctance to talk to North Korea unless it abandons its nuclear ambitions is fueling the crisis. There is also widespread resentment toward the 37,000 U.S. troops stationed in the South.
"North Korea is not threatening us with its nuclear weapons program, and I can understand why North Korea is acting the way they are now because they have nothing to rely on," said Kim Eun-suk, a teacher.
"They are being driven into a corner by the United States, so what else can they do?" she said.
Thousands of South Koreans have joined recent candlelit protests against the U.S. military following the deaths of two South Korean girls struck by a U.S. military vehicle on a training mission. However, protests against North Korea's nuclear development have drawn fewer than 100 people, most of them elderly.
A 1994 crisis over the same nuclear facilities in North Korea unnerved some South Koreans, who stocked up on instant noodles and other supplies in case war broke out. This time, there is a more lackadaisical attitude.
"It's true that there is some tension now, but I don't think the U.S.-North Korean tension is going to lead to a major crisis," said Sean Youn, 33, who works in the film industry.
During the Cold War, South Korean propaganda posters depicted North Korean spies as wolves in trench coats, and violent confrontations between the two sides were common. Now South Koreans perceive their neighbors as less of a threat, and more as their poor, wayward brethren.
That perception was reinforced in 2000 when a historic summit between leaders of the two Koreas launched a reconciliation process, and exchanges of separated family members, artists and athletes put a human face on North Korea's harsh image.
A recent cartoon in Chosun Ilbo, South Korea's biggest newspaper, shows three figures representing Washington, U.N. nuclear inspectors and Japan scurrying outside a house in panic, shouting: "Emergency!"
On the second floor of the house, a caricature of North Korean leader Kim Jong Il is fiddling with test tubes and bubbling vials in his nuclear lab. On the first floor, South Korea is fast asleep in bed, snoring.
Youn, the film worker, said he was skeptical that North Korea had nuclear weapons, even though U.S. officials say it already has one or two and could make several more in the months ahead if it continues working at Yongbyon.
"I don't think such a weak and vulnerable country as North Korea should have such weapons that could have an impact on the whole world," Youn said.
Older South Koreans, who recall the hardship of the 1950-53 Korean War, tend to favor the Bush administration's tough line on North Korea.
"You should deal with a mad dog with a bat. Nothing else will work," said a man in his 70s, who did not give his name. He sat in a cafe, reading an English-language magazine with a dictionary.
Still, South Korean antagonism is more likely to be directed at Japan, which ruled harshly over the peninsula in the early part of the 20th century.
"The Rose of Sharon has Blossomed," a 1994 best-selling novel in South Korea that was later made into a movie, tells how South Korea tried to develop nuclear weapons but failed because of U.S. interference.
South Korea then gets help from North Korea in secretly developing a weapon, and fires it at Japan to ward off an invasion. Japan surrenders, and South Korea redirects the missile, which explodes harmlessly on an uninhabited island.
AP reporter Soo-jeong Lee contributed to this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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