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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주요언론들 '반미사태 자성' 시작

NYT 등 "부시 일방주의 노선이 반미 뿌리"

지난 6월13일 발생한 의정부 여중생 사망사건 이후 미국 제도권 언론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한국민들의 반응을 약소국 피해의식으로 일축하는 냉소적 모습을 보여 왔다.

그러나 젊은층을 중심으로 반미감정이 대대적인 시위로 번져나가고 대선을 앞둔 대통령 후보들까지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등 파장이 심각해지자 마침내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미국의 '일방주의' 노선이 한국 반미감정의 뿌리라는 인식의 시작이다.

그 첫 번째는 미국의 유력지 뉴욕타임스(NYT)의 기사다. NYT는 8일(현지시간) '공격받는 미국의 정책과 주한미군'(American Policies and Presence Under Fire in South Korea)'이라는 제목의 서울발 기사(하워드 프렌치·돈 커크 기자)를 통해 최근 여중생 사망으로 촉발된 한국의 반미 정서를 르포 형식으로 상세히 보도하면서 특히 한미관계와 대선에의 영향 등 다각적인 분석을 곁들였다.

8일 AP통신도 서울발 기사로 "수년내 한국에서 가장 폭넓은 반미정서가 일고 있는 가운데 약 5천여 시민들이 광화문 주한 미국대사관 앞 도로를 가득 메운 채 여중생의 죽음을 추모하는 촛불시위를 벌였다"면서 "시위군중들은 미군 장갑차에 숨진 의정부 두 여중생의 죽음에 분노, "부시 대통령 직접 사과" "살인 미군 축출" 등 구호를 외쳤다"고 상세히 전했다.

미국의 뉴스전문채널인 CNN도 연일 여중생 치사사건 관련, 속보를 연일 내보내고 있다. 특히 광화문 촛불시위 장면과 범대위의 집회 소식 등을 주요 속보로 계속 다루며 사태 진전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음은 이같은 여러 외신 중에서 최근 달라진 미국언론의 시선이 가장 잘 압축된 NYT 기사의 주요 내용이다.

***공격받는 미국의 정책과 주한미군**

불교와 기독교 단체들이 주미 대사관 앞에서 단식농성을 전개하는 가운데, 전경들은 시위대로부터 대사관 출입구를 봉쇄하고 있지만 택시기사들이 항의표시로 경적을 울려대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일부 학생들은 미군 기지들을 향해 사제폭탄(화염병)을 던지기도 했다. 얼마 전 가요대상 수상식에서는 한 인기가수는 미군탱크 모형을 부셔버리는 이벤트를 벌여 팬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받는 장면이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되기도 했다. 또한 주한 미국대사를 강사로 초청한 몇몇 대학들은 봉변을 우려해 강의계획을 취소했다.

오랜 동맹관계인 한미간 사이에서 최근 일련의 소요사태는 젊은이들의 일시적인 과잉반응이나 과거의 항의시위를 넘어선 것이다. 12월 19일 대선에서도 한미간의 갈등의 고조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시대적 상황이 미묘해지고 있는 가운데 한미관계가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론조사에서 박빙의 우세를 보이고 있는 노무현 민주당 후보는 미국의 대한정책을 '강경노선'이라고 연일 비판했다. 그는 자신이 당선되면 "북한의 안보를 보장할 것"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3만7천명의 주한미군이 북한의 공격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존재하고 있고 부시 미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의 일원으로 규정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대담한 발언이다.

최근의 한국민들의 반미감정(Anti-American sentiment)을 촉발시킨 것은 여중생 두 명이 미국 장갑차에 깔려 죽은 사건이다. 그러나 반미감정이 분노로 폭발하게 된 것은 지난달 이 사건에 연루된 두 명의 미군 병사가 미국인 배심원들로 구성된 군사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으면서부터였다.

하지만 한미관계의 권위있는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반미감정의 뿌리는 훨씬 깊다. 한국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한국에게는 물론 특히 북한과 관련해 고압적이고 무감각하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과 연계돼 있다는 것이다.

한미관계 전문가인 심재훈씨는 한미관계가 최근 25년래 가장 악화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그는 "과거에는 인권이 주요 현안이었다면 요즘은 대북관계로 바뀌었다"면서 "한미 양국은 대북정책에서 견해가 다를뿐 아니라 양국은 한미관계가 악화되는 현실을 잘 다루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관계와 대북 인식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것은 수많은 여론조사에 반영되고 있다. 지난 9월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천56명 중 대다수가 북한이 남침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2002년 동계 올림픽 당시 쇼트트랙 경기에서 김동성 선수가 석연찮은 판정으로 금메달을 강탈당했을 때 갤럽 조사에 따르면 60% 정도가 미국을 '싫어한다'(dislike)고 답했다.

여중생 사망 사건 이전에 행해진 한 여론조사(동아일보 조사, 2000년 11월 발표)에 따르면 응답자의 42%만이 주한미군의 현재 인원수 유지를 지지한 반면, 15%는 전면 철수를 요구했다.

노동인권 변호사 출신으로 국회의원과 장관직을 역임한 노 후보는 미국을 한번도 방문한 적이 없으며 과거 미군은 한국에 주둔을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 적도 있다. 현재는 한미군사동맹은 긴요한 것이라는 발언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한미군사동맹은 개정될 필요가 절실한 것으로 계속 강조하고 있다. 반미감정이 분노의 수준으로 치닫자 노 후보의 강력한 경쟁자인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조차 한미동맹이 크게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이 후보는 국제문제에서 부시 행정부와 대체적으로 견해를 같이 해 왔다.

반세기 동안 한미동맹은 한국의 번영과 미국의 아시아 안보정책의 토대 역할을 해왔다. 지난 수십년간 경제성장에서 한국을 능가하는 국가들은 거의 없다.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의 선진국이며 선박건조 부분에서 세계2위다. 반도체의 세계3위 생산국이며, 5대 자동차메이커다.

또한 한국이 지난 6월 일본과 함께 월드컵을 공동 개최하고 한국팀이 4강까지 오르면서 한국민들은 심리적으로 중요한 변화를 맛보았다. 근대역사상 처음으로 한국민들은 넘쳐나는 자부심을 만끽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일상생활에서는 새로이 느껴지는 자부심과, 때때로 거만하게 보이기까지 하는 동맹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현실이 맞부딪치고 있다.

외교적으로는 부시 대통령이 취임한 뒤 2001년 3월 백악관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처음 가진 회담에서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김 대통령은 클린턴 행정부 말기에 조성된 우호적인 대북관계기조를 유지하길 기대한 반면, 많은 한국사람들에게 부시 대통령은 자국의 대통령에게 적절한 예우를 갖춰 대하지 않았고 햇볕정책에 대해 일축하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김 대통령 역시 미 행정부가 바뀌면서 정책적인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압도적인 경제적 우위와 북한보다 우수한 무기체제를 보유했다는 점에서 한국민들은 점차 북한의 선제남침은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1천13명을 대상으로 시사저널- 미디어 리서치가 올해 초 조사한 결과를 보면 62%가 부시의 대북정책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아시아 재단 한국지부장 스콧 스나이더는 "부시 행정부는 김 대통령 이후에도 자신들이 집권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 김 대통령의 퇴임만을 기다리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부시 행정부가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한국민들은 자국이 대수롭지 않게 취급받고 있다는 인상을 갖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스나이더는 "북한과의 관계를 변수로 삼아 한미관계는 전면적인 시험대에 놓여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회창 후보는 한달 전만 하더라도 차기 대권을 거머쥘 것으로 보였지만 노무현 후보가 단일화 후보가 되고 여중생 사건과 관련한 미군 병사들의 무죄판결로 반미감정이 거세지면서 대선향방이 크게 달라졌다. 이러한 상황변화로 한미관계가 껄끄럽게 만들 것이라는 미 행정부에 대한 노 후보의 거리감이 오히려 노 후보의 강점이 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미동맹에서 가장 큰 변화는 세대교체에 기인하는 것으로 진단한다. 한국전쟁으로 분단이 고착화된 이후 남한 주민들은 수만명의 이산가족으로 고통을 받았다. 경제적 번영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외부열강들에 의해 희생되었다는 깊은 분노를 간직하고 있다.

후보단일화로 물러난 정몽준 현대중공업 고문은 "한국민들은 세계 2차대전으로 한국은 분단됐는데, 미국의 적이었던 일본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매우 아이러니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일본은 한국전쟁으로 이익을 본 반면 한국은 분단됐다는 것은 매우 불공평하다"고 말했다.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한국전쟁의 공포나 빈곤했던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이 적어졌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한국전문가 니콜러스 에버스타트는 "주한미군에 대해 매우 건설적인 주장도 있을 수 있으나 시기적으로 적절한지는 의문"이라면서 "그러나 한편으로는 미군들이 민간인 거주지역에 군사훈련에 따르는 굉음을 일으키고 환경침해는 물론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일들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명백히 표현된 군사동맹의 목적이 있어야 한국민들이 그러한 침해들에 대해 인내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한미관계는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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