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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광화문을 촛불로 태웁시다"

신효순ㆍ심미선양 추모 연쇄 주말집회

"죽은이의 영혼은 반딧불이 된다고 합니다. 광화문을 우리의 영혼으로 채웁시다.
오늘, 광화문을 촛불로 태웁시다."

미군 궤도차량에 깔려 숨진 신효순·심미선양의 넋을 기리고 미군 무죄평결에 항의하는 '촛불 추모제'가 주말인 30일 저녁 서울 도심 광화문에서 열린다. 반년 전 1백50여만명의 붉은악마들의 함성이 뜨거웠던 바로 그 광화문이다.

***"광화문을 우리의 영혼으로 채웁시다"**

이번 추모제는 특정 단체나 대책위에서 조직한 게 아니라,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꾸려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크다. 이번 촛불 추모제는 미 군사법정의 무죄평결이 있은 후 한 네티즌이 모 일간지 게시판에 '광화문을 촛불로 태웁시다'라는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이 글은 네티즌들의 입과 손을 타고 포털 사이트 등 각종 인터넷 게시판으로 빠르게 번져갔다.

네티즌들이 하나둘 의견을 보태면서 추모제 날짜와 시간, 행동 요령 등이 결정됐다. 철저한 '전자민주주의'의 실현이다. 네티즌들은 추모제 참가자들에게 30일 저녁 6시 광화문 교보문고 버거킹 지상입구에서 모이고, 양초와 종이컵을 준비하며 되도록 검은색 류의 옷을 입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또 이번 모임이 시위가 아닌 추모제인 만큼 폭력없는 평화 행진을 해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같은 추모제에 대해 광화문, 시청앞 광장을 관할하는 종로경찰서와 남대문경찰서측은 "일몰 후의 집회는 금지돼있기 때문에 6시 모임은 허가가 곤란하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이번 추모제 장소가 미 대사관 인근이라는 점이 신경 쓰인다는 눈치다. 하지만 추모제가 열릴 경우 강제해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얼마 전 미군 무죄평결 직후 이에 항의하는 시민들에 대한 경찰의 무력 과잉진압이 여론의 강한 비판을 샀기 때문이다.

***대학로와 종묘에서도 주말 대규모 집회**

1백3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여중생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이하 범대위)도 추모행사에 적극 참여키로 했다.

범대위는 네티즌들의 촛불 추모제와 별도로, 이날 일련의 규탄집회 계획을 갖고 있다. 범대위는 청년단체, 사회단체들과 이날 대학로 및 종묘에서 일련의 규탄대회를 계획하고 있다.

우선 이날 오후 2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서울지역대학총학생회연합(서총련) 등 청년학생단체들이 미군재판 무효, 사고미군 출국 항의, 주한미군 철수를 위한 집회를 갖고 참석자중 1백명이 삭발식을 가질 예정이다.

이어 오후 3시에는 같은 장소에서 전국민중연대(준) 주최로 '2002 전국민중대회'를 여는 가운데 범대위 관계자가 연설을 통해 '미군재판 전면무효. 살인미군 한국법정 처벌. 부시 공개 사과. 불평등한 SOFA 전면개정'을 촉구할 예정이다. 참석자들은 집회가 끝난 뒤 종묘로 행진해 오후 5시 범국민 비상시국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참석자들은 행사가 끝난 뒤 종로까지 가두행진을 할 예정이어서, 이날 오후 6시부터 광화문에서 집회를 갖는 촛불 추모제 인파와 합쳐질 전망이다.

***사제단도 단식기도회 열기로**

한편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대표 문규현 신부)도 오는 12월 2일 오후 3시 시국미사를 봉헌하면서 성명서를 발표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번 규탄 모임에 적극 합류키로 했다. 사제단은 이어 12월 2~9일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살인미군 회개 촉구를 위한 생명 평화 단식기도회'를 열기로 했다.

사제단은 30일 이같은 일련의 행동 계획을 발표하며 "한국민이 철저히 배제된 채 미군만의 잔치로 끝난 무죄판결을 결코 인정할 수 없다"며 "우리 아이들조차 지켜내지 못한 나약함을 깊이 참회하며 이런 비극이 하루 속히 끝나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도회를 개최한다"고 말했다.

사제단은 아울러 미군의 형사재판권 이양, 살인미군과 관련 책임자 처벌, 부시 대통령의 직접 공개사과, 불평등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의 전면 개정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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