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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빈 사태로 홍콩, '3류금융시장'으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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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빈 사태로 홍콩, '3류금융시장'으로 전락

'돈벌이' 위해 분식회계 중국기업 무더기 상장허용

북한 신의주 특구 행정장관에 임명된 지 2주만에 중국 공안당국이 연행돼 50여일간 조사를 받아온 양빈(楊斌)이 27일 사기와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중국 당국에 정식으로 체포됐다.

양빈의 뒤늦은 체포와 관련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중국지도부 세대교체를 계기로 관례에 따라 금명간 중국 방문을 앞두고 있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중국의 뜻에 반한 신의주 특구 강행은 물론 최근 북핵 문제 등에 대한 압박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는 해석이 있는 반면, 중국지도부가 그동안 북한의 체면을 봐서 양빈의 체포를 미뤄왔던 것이라는 정반대 시각도 존재한다.

***어우야 사태로 홍콩증시당국의 무능함 폭로**

여하튼 양빈이 '국제적 문제아'로서 북한의 신의주 특구 계획에 찬물을 끼얹은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양빈이 피해를 준 곳은 북한뿐만 아니다. 그는 그동안'아시아금융의 중심지'라고 자부해온 홍콩증시를 '3류 증시'로 전락시켜버렸다.

양빈이 창업주이자 최대주주로 있는 어우야(歐亞) 그룹의 주식은 지난해 홍콩증시에 상장된 이래 현재는 거래중지된 채 휴지조각이 돼버렸다. 이 과정에 홍콩증시당국은 그 무능함을 국제사회에 드러냈다.

양빈이 중국 2대 부호이지만 부의 축적과정이 석연치 않은 '두 얼굴의 사나이'라는 점을 지난해부터 집중 보도해온 홍콩의 경제전문지 파이스턴이코노믹리뷰(FEER)에 따르면, 어우야 그룹은 회계분식과 허위공시로 점철된 엉터리 기업이다. 어우야 그룹은 지난 3년간 매출액 2억5천3백만 달러를 올렸다고 홍콩증시에 공시했지만 중국의 납세자료에 따르면 1천2백만달러에 불과하다.

실제로 지난 10월30일 어우야 그룹은 홍콩증시에 "심각한 현금흐름 문제가 있고, 최고경영진이 사임했고, 재무담당고문과 감사가 사표를 냈고, 거의 모든 직원이 결근하고 있으며 주식은 거래중지됐다"고 공시했다.

FEER지는 지난 11월21일자 '자유방임의 한계'라는 기사에서 "홍콩증시 관계자도 어우야 그룹이 투자자들의 신뢰에 큰 손상을 줬다고 인정했다"며 "어우야 같은 회사들을 징계하지 못했다는 점이 중국의 특급금융중심지로서의 홍콩의 역할을 크게 손상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FEER지는 "홍콩증시의 위상이 위협받는 것은 홍콩을 경제개혁에 절실한 외자유치 창구로 기대하고 있는 중국 정부에게 충격을 주는 것"이라고 그 후유증을 전했다.

증권분석가들은 이미 어우야 사태의 여파로 홍콩증시에 상장하려는 중국본토 기업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크게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11월초 상장을 한 차이나텔레콤이 당초 예정보다 55%나 적은 물량을 올릴 수밖에 없었던 것도 어우야 사태의 여파로 분석하고 있다. 홍콩 금융규제당국인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 관계자들은 "중국본토 기업들이 제출한 경영실적과 재무보고서를 검증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고 고충을 털어놓고 있다. 분식회계가 만연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콩 금융시장의 3대 위기**

그러나 홍콩증시의 신뢰성에 금이 간 것은 중국기업들 탓만은 아니다. 감독이 허술할 수밖에 없는 속사정이 있다. 상장 여부를 결정하는 홍콩증권거래소가 '이익상충' 문제로 의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FEER에 따르면 홍콩증권거래소는 그 자체가 상장회사다. 따라서 SFC와 함께 증시감독 업무를 맡고 있으면서도 상장회사가 늘어나야 수익이 증가하는 이해상충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문제투성이 기업들의 무더기 상장이었다.

지난 10월24일에는 이를 시사하는 SFC의 충격적 자료가 폭로됐다. 1996~2000년 사이에 상장된 1백84개 기업 중 절반 이상이 상장 이후 수익이 감소했으며, 지난해 상장된 비중국본토기업 16개 업체는 지난해말 시가총액이 무려 74%나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홍콩증시의 심각성을 지적하는 사람들은 더 근본적으로는 홍콩 금융당국이 증시관련범죄에 대해 사실상 처벌 의지가 없다는 점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99년 20억 달러의 손실을 남기고 파산한 아카이 홀딩스 사건과 98년 45억 달러가 넘는 부채를 안겨준 페레그린 증권 파산 사건 등 대형사건이 일어났어도, 홍콩당국은 이렇다 할 처벌이나 규제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FEER지는 "사악한 기업, 취약한 규제당국, 이해상충 문제로 홍콩증시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좀먹고 있다"며 '홍콩 금융시장의 위기'를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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