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가스 등 에너지산업 민영화 작업이 사실상 현정부내 마무리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가스공사(대표 김명규)의 모범적 '몸값 높여 관리하기'가 국내외 투자가들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초저금리시대를 맞아 금리보다 높은 '고배당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주가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매각시 자산가치도 극대화하는 두마리 토끼잡기에 성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스공사와 한전의 극명한 명암**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에너지산업의 양대 종목인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전력 가운데 한국가스공사가 고배당 정책으로 경쟁에너지업체인 한전을 희생양으로 삼아 주가를 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지난 8월 "내년 배당률을 36%로 올리겠다"는 발표를 했으며 이사회의 승인도 이미 받았다. 덕분에 지난 3개월간 가스공사는 시가총액 50대 종목 중 주가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반면, 한전은 지난해 배당금을 내리면서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을 밑도는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한전 주가는 올 들어 13% 하락한 반면, 가스공사 주가는 올 들어 43%나 껑충 뛰었다.
이처럼 배당금이 주가를 좌우하고 있는 것은 내년도 경제성장이 올해보다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가, 채권 수익률도 낮아졌기 때문이다. 콜금리는 사상 최저치 4%에 가까운 4.25%다. 그러다보니 배당금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조흥투자신탁의 경우 이미 가스공사 주식에 4천억원을 투자했는데, 경제상황이 더 나빠질 조짐을 보일 경우 가스공사 주식을 더 많이 사들일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2000년에 액면가의 18%, 2001년에 22%, 올해 30%를 배당하기로 하는 등 주식 시가의 4.4%를 배당하고 있어 현재 50대 종목은 배당률 5위에 올라 있다. 현재 1주당 1천1백원에서 1천5백원으로 올린다는 계획이 실행되면 3위가 될 전망이다. 2005년까지는 배당률을 액면가의 50%까지 높인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반면에 한전은 지난해 배당률을 시가의 2.9%인 5백50원으로 내렸다.
***높은 프리미엄 주고도 서로 가스공사 주식 사려해**
국제금융가에서는 한국의 공기업 민영화가 정권교체기를 맞아 상당 기간 지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는 당초 한전의 알짜 자회사인 남동발전을 연내매각하고 한국가스공사의 LNG(액화천연가스) 도입 및 도매부문을 2001년말까지 3개 자회사로 분할한 뒤 올해말까지 2개사를 매각한다는 계획이었다. 최종적으로 구조개편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가스공사에 대한 공적 지분 62%를 민간에 매각해 민영화를 완료키로 했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 11월 국회에 제출한 한국가스공사법 개정안과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 에너지위원회법 제정안 등 3개 법률(가스산업 구조 개편 법률)이 올해 11월24일 입법심사 자체가 보류되면서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큰 차질이 발생했다.
가스공사는 민영화 작업 일정이 자꾸 연기되는 상황과 관계없이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 주가의 상승세를 유지해 '몸값'을 최대한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가스공사는 올해 매출 7조억원, 순이익 3천억원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유럽 2위 석유업체인 로열더치/셸 그룹은 가스공사의 지분 15%를 큰 폭의 프리미엄을 주고서라도 인수하겠다는 제의를 내놓고 있다. 엑슨모빌과 토널 피나 엘프 등 다국적 석유업체들도 일찍부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 가스공사 지분은 정부 26.86%, 한전 24.46% 지자체 9.86% 등 정부관련 기관이 60%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해외투자자들이 참여하건 안하건 세계 최대의 LNG 수입업체인 가스공사가 향후 수익률이 높아질 것"이라며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한국의 천연가스 수요는 2030년까지 30년간 가장 급증하는 연료가 될 것"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이에 따라 도이체방크 서울지점의 경우 지난달 가스공사를 '매수 추천' 종목으로 올린 반면, 한전은 '매수추천'에서 '중립'으로 낮추었다.
이같은 가스공사의 전략은 같은 민영화대상인 한전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는 동시에, 주가관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다른 기업들에게도 '고배당 전략'이 불황기에 성공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묘수임을 일깨워주고 있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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