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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그룹 웨일 회장, 쇠고랑차기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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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시티그룹 웨일 회장, 쇠고랑차기 초읽기

회장 되려 인사결정권 쥔 AT&T 신용등급 조작 지시

뉴욕 검찰은 세계금융 중심지 월가가 있는 도시의 검찰답게 특히 금융비리 조사에서 치밀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주식회사 미국'을 망가뜨렸다는 기업분식회계사태가 터지자 뉴욕 검찰의 자존심을 걸고 엘리어트 스피처 검찰총장이 직접 진두지휘에 나선 이후 월가의 경영진들이 연일 검찰에 불려가고 있다.

지금 월가의 최대 관심사중 하나는 세계최대 금융그룹인 시티그룹의 총수 샌포드 웨일 회장이 뉴욕 검찰에게 잡혀들어가느냐 여부다. 그가 사법처리된다면 스피처 총장으로서는 월가 최대의 대어를 낚는 셈이다. 반면에 시티그룹으로선 최고경영자가 신용등급 조작이라는 중대범죄 행위로 쇠고랑을 찰지도 모를 정도로 창립후 최대위기에 봉착한 셈이다.

***"웨일 1인체제 구축 위해 AT&T 신용등급 조작 지시"**

14일 월가 소식통에 따르면, 웨일 회장의 사법처리는 이제 시간문제라는 게 월가의 분위기다. 몇주 전만 하더라도 주식투자등급을 매기는 자사 소속 분석가에게 "영향을 주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강력 부인해오던 웨일 회장이 스스로 "특정 기업에 대한 분석을 재고해 달라는 말을 했다"고 시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티그룹 산하 증권 자회사인 살로먼스미스바니의 애널리스트인 잭 그러브먼은 지난 99년 미국 최대 통신사인 AT&T 분사 상장을 수주하기 위해 웨일 회장의 지시를 받아 '투자관망' 등급에서 '강력 매수' 등급으로 상향조정한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아왔다. 이 혐의만 해도 세계최대 금융그룹인 시티그룹의 명예에 회복불능의 타격을 주는 뉴스였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그러브먼이 "상장 업무 수주를 위해서 등급을 올려주었다고 다들 알고 있겠지만 사실은 당시 공동회장이었던 존 리드를 밀어내고 웨일 회장 1인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사외이사인 AT&T의 마이클 암스트롱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등급을 상향조정해준 것"이라고 밝힌 이메일을 최근 검찰이 찾아낸 것이다.

현재의 시티그룹은 지난 1998년 4월 당시 웨일이 대표로 있던 트레래블러스 그룹이 리드가 대표로 있던 시티그룹과 합병하면서 만들어졌다. 합병 당시 웨일과 리드는 금융부문을 누가 장악할 것인가를 놓고 심각한 암투를 벌였었다. 결국 시티그룹의 단일 대표이사회장은 웨일이 됐으며 공동회장이었던 리드는 2000년 2월 사임했다.

13일(현지시간) 잭 그러브먼의 이메일 관련기사를 최초로 보도한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웨일 회장이 그러브먼에게 압력을 가한 이유가 사내 권력 투쟁 때문이었다고 폭로한 문제의 이 이메일은 2001년 1월13일 그러브먼이 다른 회사에 있는 업계 동료에게 보낸 것이다. 그러브먼은 이메일이 폭로되자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높이기 위해 '뻥튀기 이메일'이었다고 변명하고 있으나, 검찰을 비롯한 월가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이메일 내용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메일을 비롯한 결정적 증거들이 속속 입수되자, 스피처 총장은 최근 시티그룹 변호인단에게 "이제 시티그룹과 웨일의 이해관계가 달라지게 될 것이므로 웨일 회장은 자신의 변호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웨일 회장이 사법처리될 것임을 강력하게 시사하는 발언이다.

이에 따라 월가에서는 웨일의 사법처리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며 벌써부터 시티그룹의 후계자가 누가 될 것인가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웨일 회장은 투자손실과 신뢰상실 등으로 시티그룹의 경영에 타격을 입히고 검찰의 수사대상에 오르자 기업 안팎으로 사임압력을 받으면서도 현재까지 후계자 지명을 거부해 왔다.

***웨일은 전형적인 '제왕적 CEO'**

비즈니스위크 최근호에 따르면, 웨일은 전형적인 '제왕적 경영자'로서 주변에 경쟁자를 그냥 두지 못하고 한번 잡은 권력을 절대 놓지 않으려는 집착이 강한 인물이다.

실제로 그는 98년 11월 오늘의 웨일 회장이 있기까지 오른팔 역할을 해온 제임스 디먼 사장을 축출하고, 자신이 회장겸 CEO를 독차지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이를 "제임스 디먼이 저지른 가장 큰 죄는 웨일을 능가할 정도로 능력이 있게 보였다는 점"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당시 디먼 사장은 월가에서 웨일의 차기 후계자로 인식하고 있던 터라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디먼은 이후 미국 랭킹 6위 은행인 뱅크원의 회장으로 자리를 옮겨가 여전히 월가의 실력자로 군림하고 있다.

웨일회장은 디먼을 해고한 후 2년간 후계자에 대해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 2000년 2월, 웨일 회장과 함께 공동회장직을 맡고 있던 존 리드 회장이 파워게임에 밀려 사임하자, "이사회와 협력해 앞으로 2년 내에 후계자를 확정짓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1월 웨일 회장은 디먼 사장 축출후 4년간 공석으로 남겨놨던 시티그룹 사장자리에 시티그룹 소매금융 책임자이던 로버트 윌럼스태드(57)를 앉혀 차기 후계자로 내정한 듯한 인상을 풍겼다. 그러나 웨일 회장은 "나는 솔직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를 후계자로 생각하고 있다면 그렇게 말했을 것"이라며 이같은 관측을 일축했다.

실제로 웨일회장이 지난 6월 윌럼스태드 사장이 맡고 있던 재무, 투자위험관리, 인사관리 등 주요 업무를 찰스 프린스 최고운영책임자에게 이양하자 월가에서는 윌럼스태드가 차기 회장자리에서 낙마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올 6월에 산하증권사 샐로먼스미스바니(SSB)의 CEO를 역임했던 더크 모건 씨티그룹 부회장(54)이 씨티그룹 국제사업부 CEO로 임명되자 그가 후계자란 관측이 높아졌다. 그러나 웨일 회장은 이번에도 "후계자를 선택하지 않았다"며 이 소문을 부인했다.

현재까지는 지난 9월 기업고객과 투자은행 업무담당 회장겸 최고경영자로 승진한 척 프린스가 내부에서는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꼽힌다. 그는 지난 80년대 웨일과 함께 시티의 전신인 커머셜크레디트에 입사한 후 지금껏 동고동락을 함께 했다. 남가주(USC) 법대 출신인 그는 앞으로 그룹을 위해 미 금융당국에 로비하는 책임도 부여됐다.

그러나 이번에도 웨일 회장은 "후계자를 걱정하기엔 아직 너무 이르다"는 말로 이런 관측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는 "때가 되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말 그대로 웨일이야말로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 2인자를 절대로 키우지 않는 '제왕적 CEO'인 셈이다.

***이미 시티그룹은 3류로 전락한 상태**

이러던 차에 웨일이 구속위기에 직면하자, 월가에서는 로버트 루빈 시티그룹 경영위원회 의장, 제임스 디몬 뱅크원 최고경영자(CEO), 리처드 코마체비치 웰스 파고 회장 겸 CEO, 존 리드 전 회장 등을 시티그룹의 차기 회장으로 꼽고 있다.

지난 달까지만 해도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웨일의 한 측근은 "웨일 회장은 앞으로 1~5년 동안 회사 사정과 관계없이 자리를 지킬 것"이라면서 "건강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비즈니스위크는 "웨일이 마지막으로 해낼 수 있는 업적은 시티그룹을 온갖 추문에 휩싸인 금융슈퍼마켓에서 과거의 시티뱅크처럼 바꾸는 일이 될지 모른다"고 웨일이 그동안 업적으로 내세운 합병 등의 노력을 일축했다.

월가에서는 후계작업도 제대로 하지 못한 웨일이 급작스레 사임하면, 시티그룹의 위상은 올해 들어 20%나 하락해 35달러 선에 머물고 있는 주가처럼 금융그룹 랭킹 1위를 내주며 급락할 위험에 처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어쩌면 회장이 자신의 자리를 위해 거래기업의 신용등급을 조작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시티그룹은 이미 세계 랭킹 1위의 금융그룹에서 3류 그룹으로 전락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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