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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후계자 선정때 주의해야 할 '5가지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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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후계자 선정때 주의해야 할 '5가지 함정'

<포천>, "전임 CEO 깨끗이 떠나고 명망가에 연연하지 말아야"

잘 나가던 최고경영자의 뒤를 이을 후계자 선정 작업은 기업의 존폐를 가름할 정도로 중대한 과제다.

한 예로 국내기업 가운데 외국계 지분이 가장 많은 한 금융기관의 CEO는 최근 외국투자가들로부터 "가능한 한 후계자를 빨리 가시화해 경영의 연속성을 담보해 달라"는 주문을 받고 있다. 현재의 CEO는 믿고 투자할 만하나, 과연 다음 후계자도 그런 인물일지 불안하니 불안요인을 하루바삐 제거해 달라는 주문이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 최신호(11월 18일자)는 'CEO 후계자 선정의 5가지 함정'이라는 기사를 통해 흔히 볼 수 있는 후계자 선정과정의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짚어냈다.

포천지가 꼽은 5가지 함정은 현직 CEO가 킹메이커 역할을 하는 행위, 판에 박힌 선정기준을 적용하는 행위, 헤드헌터에 주도권을 주는 행위, 유명인을 영입하는 등 외부시선을 의식하는 행위, 전임 CEO를 깨끗이 물러나게 하지 않는 행위 등이다.

다음은 각 행위가 왜 위험한 것인지에 대한 포천의 상세한 해설이다.

***1. 현직 CEO가 킹메이커 역할을 하는 행위**

킹 메이커 역할을 하는 CEO는 즐거울지 모르지만, 이를 지켜보는 이들에게 그가 결국 사라질 것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줄 뿐이다. 심지어 불필요해진 존재라는 인식까지 준다.

때문에 이사회는 '네 후계자는 네가 직접 골라라'는 식으로 후계작업을 처리해서는 안된다. 일찌감치(적어도 6년전부터) 예비후보들을 선정해 후보자질 검증 작업을 거치도록 해야 한다. 선두그룹이 형성되면 사외이사들은 후보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충분한 토론을 해야 한다. 이런 과정의 필요한 궁극적 목적은 바로 '후계문화'를 조성하는 것이다.

모든 직급에서 지도자감들을 파악하는 정기조사를 실시하면, 조기에 미래의 스타감을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2. 판에 박힌 선정기준을 적용하는 행위**

헤드헌터들은 이상적인 후보를 기술하는 '자질 점검표'를 갖고 있지만 대부분 진부하고 추상적이다. 실례가 있다. 하나는 '소프트웨어 회사용'이고, 다른 하나는 '제조업체용'이다. 과연 어떤 자질점검표가 어느 업체용인지 맞춰보라.

한 회사는 "타고난 지도자이며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나다. 동시에 실천력이 강할 뿐 아니라 조직에 대한 헌신성, 인격적 성숙, 정력 등에서 확고한 평판을 받고 있다"라는 자질점검표를 갖고서 후보를 찾고 있다.

또다른 회사는 "결단력 있고, 추진력이 강하며 인품이 좋을뿐 아니라 최고의 도덕성과 성실성을 갖춘 증명된 지도자"를 찾고 있다.

두 점검표가 차이가 있는가. 앞에 회사는 제조업체이고 뒤의 회사는 소프트웨어 회사다.

이따위 허튼소리에 시간을 낭비하느니 이사회가 필요한 구체적 자질을 설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PC회사라면 후보에게 물을 첫 번째 질문은 "델 컴퓨터를 어떻게 이길 것인가"여야 할 것이다. 이길 수 없다면 "차선책은 무엇인가"가 될 것이다. 이사회는 그 자리가 요구하는 적임자를 찾아낼 임무가 있다. '리더'라는 막연한 개념에 맞는 사람을 찾는 게 아니다.

***3. 헤드헌터에게 주도권을 주는 행위**

헤드헌터들이 후보들의 리스트를 작성하는 데는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이사회가 그들에게 후보 선정까지 맡겨서는 안된다. 어떤 회사는 후보선정위원회가 차점자를 면담한 적이 없었다. 이 회사의 경영성적이 점점 떨어진 것은 이러한 실수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이사회는 소그룹으로 나누어 후보자들을 돌아가면서 적어도 3차례 면담을 실시해야 한다.

***4. 유명인을 영입하는 등 외부시선을 의식하는 행위**

미국의 경우 1970년대와 1990년말 사이 최고경영자가 외부에서 영입되는 케이스가 8%에서 19%로 늘었다. 통계에 따르면 외부영입자는 통산 최초 연봉이 내부 출신보다 두 배 이상 비싼 반면, 평균 성적으로 보면 별 나을 것도 없다.

외부에서 영입하는 것이 타당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외부 영입은 통상적인 경우 언제난 '차선의 대안'이어야 한다.

그 이유의 하나를 들자면 이사회는 외부 출신에 대해 정보가 적을 수밖에 없다. 헤드헌터들의 검증장치라는 것은 피상적이기로 악명높다. 후보 본인이 제시하는 정보는 새빨간 거짓말이 아니라고 해도 매우 일방적인 것일 수 있다. 한가지 사례를 들겠다.

선빔이라는 유명기업이 '전기톱'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세계적 기업 구조조정전문가 앨 던랩을 1996년 CEO로 영입했다. 그러나 그가 이미 전 직장으로부터 회계사기 혐의로 제소당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결코 그런 결정을 내렸을 리 없으리라.

외부에서 '구세주'를 찾겠다는 집착이 심하면 내부 인재를 평가절하하기 쉽다. 내부 출신은 관료적이고, 시야가 협소하고, 현상에 매몰돼 있다는 인식을 갖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런 시각은 미국 기업 역사상 혁명적이라는 사건들은 대부분 내부 출신들이 해냈다는 수치를 무시하는 것이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을 부동의 1위 기업으로 만든 잭 웰치는 임명될 당시 이미 20년간 이 회사에 근무한 사람이었다. 서킷 시티, 인텔, 보잉 등의 경우도 이와 같다.

미국 기업들이 외부 출신을 영입하려는 이유 중 하나는 월 스트리트의 기대에 부응하려거나 새로운 피를 선호하는 월가의 속성을 너무 의식한 이사회의 불안심리 때문이다.

AT&T가 마이클 암스트롱을 CEO로 영입한 날 시가총액이 38억달러나 올랐다. 코닥이 모토롤라 출신의 조지 피셔를 모셔온 날 시가총액은 14억달러나 늘었다. 그러나 사실 이 회사들이 외부 출신을 영입한 것은 내부 후계자 선정에 실패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하루 주가가 치솟았지만 곧 원대복귀했다.

***5. 전임 CEO를 깨끗이 물러나게 하지 않는 행위**

이사회가 후계자를 뽑았다면 전임자는 즉시 그 건물을 떠나게 해야 한다. 이 일은 정말 중요하다. 전임 CEO들은 고의적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이사회나 건물 주변에 어슬렁거리다가는 자신의 후계자를 꼭 깎아내리는 짓을 하곤 한다.

가장 안전한 조치가 '깨끗한 단절'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살벌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떠나는 CEO들은 분명히 알고 있겠지만 '부드러운 승계' 따위가 성공적인 경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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