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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대란 가시화, 살생부까지 나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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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코스닥 대란 가시화, 살생부까지 나돌아

연말 자금 고갈, 특정정치세력 특혜설 맞물려 시장 혼란

벤처열풍이 불었던 1999년과 2000년 사이에 코스닥에 등록했던 기업들이 3년이 지난 올 연말과 내년 상반기에 무더기 도산할 것이란 우려가 가시화되고 있다. 당시 주식공모로 확보한 자금이 거의 고갈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가 정권교체기를 맞아 특정지역 정치세력과 친분이 두터웠던 기업들에 대한 좋지 못한 루머까지 나돌고 있어 코스닥 시장 분위기는 더없이 뒤숭숭하다.

***연말 코스닥 무더기 부도설**

지난 상반기 전체 코스닥기업의 33%에 달하는 2백33개사가 적자를 냈다. 코스닥 상장사 8백여개 중 적지 않은 기업들이 '한계기업'일 것이라는 추정을 뒷받침해주는 증거다.

이처럼 영업적자를 보면서도 이들 기업이 여태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묻지마 투자' 열풍이 대단했던 1999~2000년에 시장에서 조달한 증자자금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돈도 거의 고갈된 상태다. 게다가 이 돈들을 주식투자 등에 쏟아부었다가 손실을 본 기업도 적잖으며, 금융기관에 맡겨 놓은 기업들도 초저금리 때문에 원금을 갉아먹고 있는 기업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수많은 기업들은 현금 전환이 가능한 자산을 대거 팔아치우는 등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코스닥증권시장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달 28일 현재까지 등록기업들이 다른 회사에 순수하게 출자한 돈은 2천8백62억원으로 작년동기(1조1천90억원) 대비 74.2%나 줄었다. 타법인 출자액은 61.0% 감소한 반면, 출자지분 처분액은 41.8%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 또한 자금 확보를 위한 것으로 보유중인 부동산 등을 대거매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낮은 신용도 때문에 은행 차입이나 회사채 발행, 증자 등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게다가 최근 사채시장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이 이뤄지면서 주식을 담보로 급전을 끌어다 쓰던 사채시장마저 꽁꽁 얼어붙어 자금상황이 극한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 그대로 '동토의 계절'이다.

***신종 머니게임까지 횡행**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 들어 힘없이 쓰러지는 기업들이 부쩍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미 올 들어 코스닥의 부도업체수는 지난 10월31일 1차 부도를 낸 에이콘을 제외하고도 모두 7개 기업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2개 사(테크윈·프로칩스)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특히 지난 달 코닉스. 심스밸리·소프트윈 등 3개 업체가 잇따라 부도를 냄으로써 '연말 대란설'이 시장 안팎을 뒤엎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들은 수익모델 부재라는 벤처업계의 공통된 문제점 외에, 장외기업의 편법적인 머니게임에 의해 희생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코스닥 기업 전반에 대한 집단부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 코스닥위원회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소프트윈과 에이콘 부도는 등록기업 편법인수, 예약매매(대주주가 보호예수기간중에 미리 지분을 파는 것), 공시내용 은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소프트윈의 경우 현재 장부상 대주주로 돼있는 해피머니로부터 지난 4월 예약매매를 통해 지분을 인수한 한국RF로직이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이같은 사실을 공시조차 하지 않아 왔다. 그러던 중 한국RF로직이 부도나자, 이 여파로 엠플러스텍, 한국하이네트. 콤텔시스템 등이 각각 50여억원대의 부도어음을 떠안는 등 코스닥 기업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이번 연쇄부도는 지난 18일 자본금이 2억원에 불과한 장외기업 한국RF로직의 부도에서 촉발됐다. 이 회사는 소프트윈의 사실상 대주주(지분 20%)로 복잡한 납품관계를 이용해 회사 자금을 빼돌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에이콘도 지난 4월 자본금 5천만원의 장외기업 엔터아이로 인수된 뒤 종전 주력제품인 배관 이외에 정보기술(IT) 유통에 뛰어들면서 매출과 함께 매출채권이 급증했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에이콘의 배후에도 한국RF로직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 전문가들은 이번 한국RF로직 사태와 관련, '대주주가 몇개의 우량 흑자회사를 징검다리 식으로 인수한 뒤 자금을 모두 빼내간 신종 머니게임'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주주들의 도덕적 해이도 코스닥기업 부실의 치명적인 요인이다. 이번에 부도를 낸 심스밸리의 경우도 10월초 공시 당시 현금성 자산 1백3억원이 있다고 밝혔지만 지난 16일 단 2억4천만원의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를 냈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심스밸리의 최대주주가 회사를 인수한 뒤 현금자산을 빼돌리고 고의부도를 낸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초저금리 상황에서 소액부도를 낸다는 것은 정상적 영업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뜻"이라면서 "회사에 재무제표상 드러나지 않는 다른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증권 전문가들은 "먼저 제3자 배정 등을 통해 대주주가 바뀌었거나 비정상적으로 매출이 급증했으나 수익성이 떨어지는 기업에 대해서는 매출채권, 대주주 대여금, 변경된 대주주의 배경 등을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시장에는 '살생부' 나돌아**

이처럼 가뜩이나 어수선한 판에 정권교체기라는 정치변수까지 코스닥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그런 대표적 예가 그동안 1조3천억원대의 위장 자본금 납입을 통해 1만여개의 신설법인을 설립하는가 하면, 적대적 기업인수합병(M&A) 비용을 조달함으로써 벤처시장을 교란시켜온 명동 사채업자 및 은행 관계자들에 대한 무더기 구속이다.

이와 관련, 최근 명동 일대에 나돌고 있는 소문은 "이번에 구속된 모은행의 명동지점장은 여권의 최고실력자였던 K씨의 직계로서 그동안 벤처 머니게임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온 인물이었다"며 "그가 이번에 구속된 것은 정권 교체기를 맞아 특정지역 정치세력과 유착해온 사채업자, 금융계, 더 나아가 벤처기업들에 대한 대대적 사정의 시작을 예고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금융계에서는 정권교체후 숙정될 은행장, 대형펀드 책임자 등 고위층 관계자들의 이름과 정경유착 혐의가 거론되는 등 대단히 살벌한 분위기"라며 "정권교체후 현정부의 최대 실책중 하나인 묻지마 벤처 붐의 어두운 이면에 대한 대대적 실태조사 및 사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 전망"이라고 전했다.

머니게임이라는 편법적 접근법을 택했던 벤처산업 육성이 이제 부메랑을 맞으려 하고 있는 국면이다. 지금 투자가들은 엄청난 고통과 비용을 치루고 있다. 한번 실수는 병가지상사다. 이런 희생을 바탕으로 '가짜벤처'가 사라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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