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의 소리다. 2009년 1월 20일 사람이 여섯 명이나 죽어갔던 용산의 소리다. 그 후로도 계속 재개발이 진행되어 철거되고 허물어지고 사라지는 소리다. 사람의 집터와 사람의 일터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소리다. 사람의 추억과 사람의 흔적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소리다. 금싸라기 같은 땅, 낮고 누추한 건물들은 사라지고 높고 비싼 건물들이 들어서려는 소리다. 가난한 원주민들은 쫓겨나고, 돈 많은 부자들이 들어서려는 소리다. 쉴 새 없이 집값 오르는 소리이며, 쉴 새 없이 돈 세는 소리다.
▲ 엠비어스 연구자 박다함. ⓒ박다함 |
용산이나 지금의 재개발 현실을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절실하게 드러낼 수도 있지만, 사람의 목소리가 직접적으로 들어가지 않고 현장의 소리가 개입되지 않아도, 그 현장의 텅 빈 소리들이 또 다른 방식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에 한 발짝 물러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는 사실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한 시기에는 한 번도 용산 현장에 찾아간 적이 없다고 했다. 이 작업을 하기 위해, 또는 우연히 지나가다가 만난 용산의 현장이 자신에게 다른 면으로 다가왔고, 그래서 지나가다가 만난 현장에서 그대로 녹음한 소리들이라는 설명이다.
'소리의 다큐멘터리' 같은 공사 현장의 기록들을 들으며, 이것이 분명 음악은 아니지만 어쩌면 우리의 오늘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소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올해에도 서울시 곳곳에서는 재개발이 진행될 예정이다. 굳이 서울시뿐이겠는가. 부산, 대구, 광주, 경기, 인천, 경남의 곳곳에서 수많은 건물들이 무너지고 새로운 건물들이 세워질 것이다. 그래서 건설 경기로 돌아가는 세상, 쉴 새 없이 오르는 부동산, 쫓겨나고 찾아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소음 안에 다 들어있다.
쫓겨나는 사람들을 지켜보면서도 오를 부동산 이익을 계산하고,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부동산 이익을 남길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욕망 역시 이 소음 안에 다 들어있다. 그래서 이 소리는 어떤 노래보다 시끄럽지만, 어떤 노래보다 적나라하고 추악하며 또한 슬프고 아프다.
그러나 그나마 도시에서는 이렇게 소리라도 듣고 알겠지만 지금 강토의 젖줄 곳곳에서 파헤쳐지는 소리는 또 얼마나 무심하게 묻히고 있겠는가. 이렇게 과거를 지우고 삶을 지우고 자연을 지우는 나라, 바로 2010년 대한민국이다. 우리는 그 나라 백성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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