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대기업 "부동산 팔자", 부동산꾼 "무조건 사자"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대기업 "부동산 팔자", 부동산꾼 "무조건 사자"

美부동산시장에서 숨가쁜 '손바꿈', 부동산거품 논쟁 가열

부동산 거품 논쟁이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기업과 미국 부동산업계의 큰손들 사이에 활발한 '손바꿈'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파는 쪽만 있으면 부동산값은 폭락할 것이다. 그러나 사는 쪽이 있다는 것은 폭락 우려가 없다는 정반대 얘기가 된다.

미국의 부동산값 폭락 여부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경제에도 주요변수로 작용할 게 분명하다. 만약 미국 부동산값이 폭락하면서 미국 내수가 급랭할 경우 세계경제는 깊디 깊은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져들 공산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과연 미국 부동산시장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부동산 큰 손들, "최근의 임대료 하락은 일시적 현상, 곧 다시 오를 것"**

미국 경영전문지 '포브스' 최근호에 따르면, 최근 부동산 건물 매입에 적극 나선 부동산업체의 큰 손들은 보스턴 프라퍼티스의 모티머 주커맨 회장을 비롯, 월튼 스트리트 캐피털의 닐 블럼, 토파 에쿼티 소속 존 앤더슨 등이다.

포브스는 최근 “부동산 큰손의 행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들 큰손은 부동산 투자가 주식이나 채권보다 투자하기에 유리하다는 판단하에 프리미엄까지 붙여가며 고층빌딩들을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포브스는 또 “이들 큰손은 지난 1년여 사이에 부동산값이 크게 올랐음에도 부동산 펀더멘탈(경제기초여건)은 여전히 좋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포브스가 선정한 부동산 갑부들로, 90년대초 부동산 몰락기에도 살아남은 부동산 전문가들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게 포브스의 주장이다.

이들 부동산업자가 대형빌딩을 매입하는 목적은 다른 투자처보다 수익률이 좋다는 판단에서다. 고층건물 초기 수익률은 8%선이다. 이는 10년짜리 국채수익률보다 두 배 높은 수치다. 주식 투자자들이 중시하는 뉴욕증시 S&P500지수의 수익률 6%보다도 높다.

뉴욕 부동산업체 컨설턴트인 스코트 래섬에 따르면, 이들 부동산업자는 현재 대형건물들의 임대료가 지난해에 비해 10~20% 떨어진 상태이지만 임대료 하락은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미국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에는 낙관주의가 깔려있다”고 전했다.

포브스는 부동산업계의 낙관론의 근거를 몇가지 제시했다.

뉴욕시 공실률(전체 건물중 빈 건물이 차지하는 비율)이 10년 전의 18%에 비해 11%로 줄어들었으며, 비어 있는 사무실도 좋은 시기를 기다려 '재고'처럼 쌓아 놓은 물건이 대부분이며, 건물을 빌린 임차인이 그것을 다시 높은 임대료를 받고 임차해 주는 경우가 보통이라는 것이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며 불황이 도래할 위험성은 거의 없다는 게 이들 부동산업자의 판단인 셈이다.

***미국기업들은 유동성 확보 위해 앞다퉈 매각**

하지만 정반대 움직임도 목격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앞다퉈 보유부동산을 매각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AT&T, 메트라이프, 시티그룹 등 대형기업들은 경기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부동산을 잇따라 시장에 내놓고 있다. 부동산시장 조사기업인 리얼 캐피털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미국의 주요 기업들은 올해 3.4분기에만 95개 부동산을 23억5천만달러에 매각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63개 부동산이 9천8백만달러에 매각된 것에 비해 2배가 넘는 규모다. 올들어 9월말까지 미국 기업들이 소유한 2백40개 부동산이 47억8천만달러에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의 37억달러(2백8건)를 넘었다.

전문가들은 미국 기업들이 부동산 매각을 통해 노리는 것은 일차적으로 현금 확보와 재무제표 건전화를 위한 것으로, 앞으로 부동산값이 폭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기 때문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예로 시티그룹의 경우 지난주 3.4분기 실적을 공시하면서 뉴욕의 본사건물 매각대금을 포함시켜 순익이 23% 늘어났다. 이같은 실적공시가 있은 후 시티그룹의 주가는 13%나 폭등했다.

하지만 미국 굴지의 대기업들이 현금 확보를 통해 잇따라 부동산을 쏟아낼 경우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부동산 거품 파열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월가의 우려다.

최근 월가에 다녀온 국내 대형은행 임원은 “미국 건설업계 경영진들이 자기가 보유한 주식들을 팔아치우고 있다는 이야기를 월가 관계자들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전했다. 미국 건설업계가 향후 부동산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도 아파트값 하락에 대비한 리스크(위험)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는 그의 판단이었다.

현재 부동산 거품 논쟁이 한창인 국내 시장에서도 미국 기업들의 부동산 큰손들의 움직임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하겠다. 미국에서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면, 그 파장은 곧바로 태평양을 건너와 우리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