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에서 벌어진 '민간인 사찰'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 부실 의혹이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가 당시 수사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고 지난 1월 재수사를 권고했으나, 검찰은 공소시효 만료를 며칠 앞두고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과거사위 진상조사단은 28일 "대검찰청이 (이명박 정부 민간인 사찰 관련) 공소시효 만료가 임박한 지난 25일 (중요 압수물인) USB 7개가 수사팀과 중수부를 오가는 과정에서 관리소홀로 분실된 것으로 추정되고 분실된 USB에 대한 포렌식이 완료돼 수사나 재판에 지장이 초래되지 않았다는 결과를 알려왔다"고 밝혔다.
압수물을 분실하기는 했지만 포렌식을 해뒀던 터라 수사·재판에는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대검은 증거물 보관 소홀에 대한 책임자 징계의 경우 시효 3년이 지나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과거사위원회는 이명박 정부 민간인 사찰 사건의 중요 압수물인 USB를 (검찰이) 은닉하거나 부적절하게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감찰 또는 실효성 있는 조사를 권고한 바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민간인 사찰 사건은 김종익 전 KB한마음대표가 블로그에 이 전 대통령을 희화화한 '쥐코' 동영상을 올렸다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전방위 불법사찰을 받은 끝에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는 내용이 골자다.
검찰은 당시 야당인 민주당의 문제 제기로 시작한 2010년 1차 수사에서 사찰이 실제로 있었음을 확인하고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등 사찰 관련자 3명을 강요 및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했으나 그 윗선은 밝히지 못했다.
이후 장진수 전 총리실 지원관실 주무관이 2012년 3월 불법사찰을 넘어 증거인멸 지시가 있었고 입막음용 '관봉'을 받았다고 폭로하면서 검찰이 재수사에 나섰다.
그러나 2차 수사에서도 검찰은 '내가 증거인멸의 몸통'이라고 자인한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을 비롯해 일부 관련자를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기소했을 뿐 그 윗선 등 사건 전모를 밝히는 데에는 미진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과거사위 조사 결과 2차 수사 당시 수사팀이 민간인 사찰 의혹의 핵심 증거물인 김경동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UBS 8개를 확보했는데, 이는 일주일 만에 수사팀장을 통해 대검 중수부에 전달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 중 USB 7개가 사라졌다.
이런 조사 내용을 토대로 지난 1월 과거사위는 "지금까지 김 전 주무관의 USB 행방이 묘연해 사실상 추가 수사가 불가능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대검 중수부가 USB를 가져가 수사가 종료되기 전에 반환하지 않은 행위는 수사 방해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또 "지금까지도 실물 USB 7개의 소재가 전혀 파악되지 않고 있으므로 USB가 은닉되거나 부적절하게 사용됐을 가능성도 있다"며 "USB의 소재 및 부적절한 사용 여부에 대해 감찰 등 실효성 있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권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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