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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사람을 죽이나, 사람이 사람을 죽이나"

미, 폭력 비디오게임 규제 놓고 법정논쟁 치열

"폭력적 게임이 사람을 죽이는 것인가, 아니면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인가."

지금 미국에서는 비디오 게임의 폭력성을 둘러싸고 법정 공방이 치열하게 불붙고 있다.

지난주 미국 비디오 게임의 업체들의 이익단체인 '인터랙티브 디지털 소프트웨어 협회'(IDSA)가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의 판매 혹은 전시를 제한하는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조례가 위헌이라는 의견서를 연방항소법원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이번 소송결과는 미국뿐 아니라 폭력적 게임이 난무하며 교육계와 학부모들의 큰 우려를 낳고 있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도 큰 여파를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게임이 인간을 죽이나,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건가"**

위헌 시비의 대상이 된 이 조례는 세인트루이스의 제프 와그너 의원(민주당)이 제출해, 2000년 10월에 지방의회를 통과했으나 처음부터 논란을 불러 일으켰었다.
 
IDSA의 의견서 제출로 세인트루이스는 오는 18일까지 이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해야 하며, 답변서 내용에 불복할 경우 IDSA는 다시 2주 이내에 반론을 제기하도록 되어 있다.

그동안 IDSA는 "세인트루이스의 조례는 위헌"이라며 강력하게 폐지를 요구해 왔었다. 그러나 미주리주의 연방지방법원은 지난 4월 "폭력성 강한 비디오 게임은 청소년들에게 공격적 행동을 유발한다"며 IDSA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러자 IDSA는 "연방법원이 합헌 판정의 근거로 내세운 조사 결과는 잘못된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고 항소하기에 이른 것이다. IDSA는 지난 10년간 "게임이 인간을 죽이는 것이 아니며, 살인을 범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미국의 폭력 오락문화, 폭력게임이 주도**

지난해 미국의 비디오 게임 매출은 80여억달러로 할리우드 영화산업을 능가하고 음악산업을 바짝 추격하고 있을 정도로 급성장하면서 영화, 음반과 함께 미국 3대 오락산업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흥행이 보장되는 영화를 찾는 영화사들은 비디오 게임을 영화화하는 데 혈안이 되다시피 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 영화제작자들이 비디오 게임의 폭력적 장면을 그대로 옮기고 있다는 데 있다. 심지어 한 영화사는 인기는 높으나 대단히 폭력적인 슈팅 게임 'Doom'을 영화화하기 위한 계약을 맺으려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블 방송들도 마찬가지다.
다국적 투사들이 싸움을 벌이는 격투 게임 시리즈 '모털 컴뱃(Mortal Kombat)'의 판권을 소유한 스레숄드사는 24시간 방송이 되는 '블랙 벨트TV'채널을 통해 게임에 등장하는 가라데나 복싱대회를 생중계하고 쿵푸 영화 등을 방영하고 있다.

미국의 폭력 오락물을 게임이 주도하고 있다는 비판의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10년간 계속된 싸움**

예술과 오락물의 폭력성이 수용자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연구는 1928년 '영화의 폭력성에 관한 사회학적 연구'이래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조지프 리버먼 상원의원(민주당ㆍ코네티컷주) 등은 각종 폭력적 오락물을 금지시키기 위해 지난 10년에 걸쳐 비디오업체들과 투쟁해 왔다.

미국의 저명한 토크쇼 진행자 필 도나휴도 비디오 게임의 폭력적 묘사를 비판해 왔다.

도나휴는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72년 롱 아일랜드에 사는 주부 로니 램을 스튜디오에 직접 출연시켜, 램의 메세지를 소개하면서 폭력적 게임 금지를 위한 캠페인을 지원한 적이 있다. 그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MSNBC에서 방송되는 자신의 프로그램에서 다시 폭력적 비디오 게임 금지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는 비디오 게임을 옹호하는 의견서를 제출한 연구자인 MIT 헨리 젠킨스 교수를 자신의 프로그램에서 격렬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폭력 게임이 공격성향을 부추기지 않는다는 것은 담배가 암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주장과 마찬가지"**

그러나 폭력물 판매 금지를 법제화하는 데 대해서는 위헌 시비가 끊이지 않아왔다.

1989년 17세 미만의 청소년에 대해 '슬래시 영화'(잔혹한 장면을 담은 영화)의 비디오 대출을 금지하는 법안이 당시 미주리 주지사였던 존 애슈크로프트 법무장관의 서명으로 법제화되었지만, 이후 같은 주의 캔자스시티에서는 연방지방법원에 의해 위헌으로 판정된 사례도 있다.

IDSA를 대변한 '자유로운 표현 정책 프로젝트' 및 33명의 대학교 연구자들도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예술과 오락물로 인한 다양한 효과를 무리하게 수치화하는 인위적인 실험으로는 대중문화를 직접 접하는 수용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미육군 중령 출신으로 폭력물의 파괴적 영향력을 연구하는 '킬로로지 그룹'을 창설한 데이브 그로스먼은 IDSA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강력 비판하고 있다.

그는 "비디오물의 폭력성이 청소년들에게 공격성향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는 비디오 게임업체들의 주장을 과거 담배제조회사들이 "흡연이 암을 일으키지 않는다"라고 강변했던 것에 비유한다.

그로스먼은 "폭력적인 영상물이 청소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1천3백건 이상의 연구가 행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실제 행위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지 증명하지는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쌍방향 게임의 경우에는 일련의 새로운 연구에 의해 향후 1년 이내에 게임과 폭력적 행동이 결정적으로 관련됐다는 것을 증명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의 기대되로 연구결과가 나온다면 "비디오업체들에게 연령별로 게임의 판매등급을 매기라"는 그의 주장에 ISDA도 더 이상 저항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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