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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시대착오적 '한반도기' 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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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시대착오적 '한반도기' 트집

국민 83%, 아시안게임때 한반도기 공동입장 찬성

한나라당이 한달 뒤로 다가온 부산 아시안게임때 남북한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들고 함께 입장하기로 합의한 데 대해 딴지를 걸고 나서 "역시 한나라당"이라는 빈축을 자초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80% 이상이 찬성하고 있는 '한반도기 공동입장'에 대해 '반대를 위한 반대'로 일관하는 구태의연함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총리 인준 부결때에만 해도 '민의'를 받들었다던 한나라당이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스스로 '민의'에 반하는 모습을 드러낸 셈이다.

더욱이 한반도기는 한나라당의 모태인 민자당 정권시절 남북합의로 탄생한 결과물로, 한나라당은 스스로 자신의 뿌리를 비판하는 자기모순을 범하고 있다.

***이상배 정책위 의장, "한반도기 사용은 편법"**

한나라당 이상배 정책위의장은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남북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들고 동시 입장키로 남북한이 28일 합의한 데 대해 "한반도기 사용은 편법"이라며 "태극기와 인공기의 개별입장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29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개최국으로서 태극기를 사용하는 것은 원칙의 문제이며 태극기는 정통성과 국가이념, 가치의 상징이자 표상으로 언제 어디서든 쉽게 포기할 수 있는 장식물이 아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반도기 사용은 남남갈등을 유발하고 북한의 전술전략에 이용될 소지가 있다"며 "주권상실을 의미할 수도 있고 아시안게임이 북한의 대남선전장으로 이용될 우려가 있는데 국민이 한반도기 사용을 너무 관대하게 보는 것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의장은 "다만 북한 응원단의 인공기 사용은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 헌장에 맞지 않느냐는 생각"이라며 "그러나 1차회담때는 인공기 응원이 실정법상 곤란하다고 주장하던 정부가 이번에는 이것을 제외한 것을 볼 때 2차회담 결과는 합의가 아니라 북한의 요구를 전부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결과 83%가 한반도기 앞세운 공동입장에 찬성**

한나라당의 이같은 입장표명은 지난 26일부터 금강산에서 2박3일간 실무접촉을 가진 남북한이 28일 부산 아시안게임 개막식과 폐막식때 남북한이 한반도기를 앞세워 동시 입장하기로 하는 등 14개항에 합의한 데 따른 반응이다.

남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똑같은 인원을 입장시켰던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 준해 이같이 하기로 합의했다. 남북한은 또한 양측 선수단의 표시단은 '코리아(Korea)'로 하고 복장도 시드니 올림픽에 준하기로 했으며, 인공기 사용은 아시아올림픽평의회 헌장과 국제관례에 따르기로 해 북한 선수단은 물론 응원단도 인공기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이같은 남북 합의를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연합뉴스가 28일 여론조사기관인 테일러넬슨소프레스(TNS) 코리아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며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반도기를 앞세운 남북한 동시입장에 응답자의 83.8%라는 절대 다수가 찬성했다.

또한 한때 현행법 위반 여부를 이유로 논란을 빚었던 인공기 게양 및 응원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76.6%가 찬성했다. '정치는 정치, 스포츠는 스포츠'라는 이유에서였다.

우리 사회의 시민의식, 남북 공동체의식이 얼마나 성숙했는가를 보여주는 여론조사 결과였다.

하지만 한나라당 이상배 정책위의장은 "주권상실을 의미할 수도 있고 아시안게임이 북한의 대남선전장으로 이용될 우려가 있는데 국민이 한반도기 사용을 너무 관대하게 보는 것도 문제"라고 여론을 비판했다. 뒤집어 말하면 여론의 주체인 국민을 '우중(愚衆)'으로 여기고 있는 셈이다.

민의를 바라보는 한나라당의 의식이 어느 수준에 있는가에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반도기는 한나라당 모태인 민자당 정권의 산물**

한나라당이 문제삼고 나온 한반도기는 아이러니컬하게도 현 정부가 아니라, 한나라당의 모태인 민자당 정권시절의 산물이다.

한반도기는 민정, 민주, 공화 3당이 3당합당이라는 깜짝쇼로 민자당을 탄생시킨 지난 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 단일팀 구성을 위한 남북체육회담 당국자 제6차 회담에서 "흰색 바탕에 하늘색 한반도 지도로 하고, 한반도와 제주도를 상징적으로 표시한다"고 합의하면서 탄생했다.

한반도기는 이듬해 일본에서 열린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탁구단일팀 선수단 단기로 처음 채택된 뒤 공동응원까지 벌여 우리나라의 통일의지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또한 2000년 시드니 올림픽때에는 남북선수단이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 함께 입장해 전세계의 뜨거운 찬사를 받기도 했다.

시드니 올림픽때에도 극우성향의 일부 보수파는 한반도기 사용을 비판했다. 한 예로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는 "이 나라 젊은이들이 국기를 잃은 채 참여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남북한 공동입장식을 지켜본 대다수 국민의 반응은 "가슴 뭉클했다"는 것이었다.

한반도기는 지난 6월 감동의 월드컵때에도 붉은악마들이 태극기와 함께 애용한 응원도구중 하나였다.

한반도기를 흔들며 열띤 응원을 펼치는 붉은악마들의 모습은 전세계에 중계돼, 미국 부시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이후 한반도 주변정세가 경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내에서는 평화와 화해의 기운이 꿈틀대고 있음을 세계인들에게 보여주었다.

***"한나라당은 역시 한나라당"**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는 며칠 전인 지난 21일 "집권하면 남북간 군사적 긴장완화와 대결구도 해소를 대북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해 이 후보의 대북관이 바뀌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자문교수 그룹인 희망포럼 주관 세미나에서 '이회창의 평화정책'이란 제목의 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북한이 긍정적으로 호응해서 한반도 평화구축에 가시적 진전이 있을 경우 획기적 지원과 협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남북한 당사자 주도 ▲긴장완화와 교류·협력 병행 ▲단계적 실천 등 평화구축 3원칙과 ▲남북간 긴장완화와 적대적 대결 구도 해소 ▲북한 대량살상무기 조속 해결 ▲한반도 평화구축 가시화때 본격적 대북 지원 ▲교류·협력의 제도화와 인도적 문제 해결 ▲남북한과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6개국 정상이 참여하는 동북아평화협의체 추진 등 5대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포지티브 대선 전략에 기초한 이 후보의 이같은 전향적 대북정책 피력은 대체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얻었다. 현정부의 햇볕정책을 무조건 반대하던 입장에서 긍정적 요인을 수용하겠다는 태도로 변화된 것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나라의 정책최고책임자인 이상배 정책위의장이 29일 한반도기를 문제삼고 나옴에 따라 "한나라당은 역시 한나라당"이라는 냉소를 자아내게 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근본이 그렇게 쉽게 바뀌겠냐는 반응이다.

국민 대다수가 친근감으로 받아들이는 '한반도기'조차 문제삼는 한나라당이기에 보수정당이라는 명칭앞에 수구라는 단어가 따라다니고 있는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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